수원

#첫여행, 퇴사 후 처음 찾은 나만의 온기

by 다소느림

작심삼일도 아니고… 작심하루였다.
하루에 하나씩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새 또 밀리고 말았다.
어쩌면 나는 참 변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예비군과 복습, 그리고 뒤늦은 글


어제는 예비군 훈련이 있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정말 가기 싫은 날 중 하나다.
이미 군대를 다녀왔는데, 또 왜 날 불러 고생을 시키는 건지…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소중한 인공지능 사관학교 수업을 빠져야 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복습은 필수였고, 오늘이 되어서야 겨우 밀린 내용을 따라잡았다.

자유는 분명 달콤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학생 시절엔 누군가 옆에서 챙겨주고, 해야 할 걸 정해줬기에 편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내 몫’을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첫 여행, 첫 여유


이제 본론.


오늘은 밀린 글 대신, 퇴사 후 여자친구와 다녀온 첫 여행 후기를 남겨본다.

사실 수원은 완전히 처음 간 곳은 아니다.
일할 때 짧게 다녀온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퇴사 후 제대로 된 2박 3일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특별했고, 더 행복했다.


여행 주제는 ‘식스센스’


여자친구와 함께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본 예능이 있었다.
바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식스센스’.
진짜와 가짜 중 하나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인데, 수원 편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걸 주제로 여행을 계획했다.


“가짜였지만 진짜가 되어버린 공간”들을 찾아보자!”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신났다.


DAY 1 – 인계동의 밤


첫날은 숙소에 짐을 풀고, 여자친구의 지인을 만나 식사를 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3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수원 인계동의 밤은 정말 북적북적했다.


광주에선 느끼지 못했던 인파의 에너지랄까?


첫날은 술 마시고 사람 구경하다가 끝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DAY 2 – 김치폭탄통닭과 행궁동 산책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은,
식스센스 수원 편에 등장한 김치폭탄통닭이었다.
방송에선 ‘가짜 통닭’으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당당히 메뉴로 팔고 있었다.

솔직히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다.


치킨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같이 나오는 볶음밥.


꼭 드셔보시길. 진심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향한 곳은 행궁동 벽화마을.


요즘 유행하는 ‘선재 업고 튀어’ 촬영지도 스쳐 지나갔다.

금보여인숙 & 디믈리에 카페


방송에 잠깐 등장한 이 공간은 100년 된 한옥 여인숙이라고 한다.
카페에 들러 곰돌이 초도 사고, 동네도 둘러봤다.
광주의 양림동이나 동명동과도 비슷한 분위기였지만,
규모가 더 크고, 화성행궁 둘레길이 이어져 있어 더 매력적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한 행궁동


사진은 많지 않지만, 여자친구가 잘 나와서 올려본다.
광주는 관광도시가 아니라 이런 분위기가 흔치 않다.
수원 사람들은 “볼 거 없다” 하지만,
광주 사람 눈엔 참 부럽고 신기한 거리다.


저녁엔 냉면꼬치,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선택


저녁은 식스센스에 등장했던 식당의 분점으로 향했다.


냉면꼬치.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맛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본점엔 더 다양한 메뉴가 있다는데, 거리 이슈로 분점을 선택한 게 조금 아쉬웠다.
특히 먹고 싶었던 ‘고기국수’는 분점 메뉴에 없었다.


냉면을 꼬치로 먹는 비주얼은 신기했다.
하지만... 다음엔 본점으로 가야겠다.


DAY 3 – 스타필드, 광주에는 없는 세상


마지막 날은 스타필드로 향했다.
광주엔 아직 복합쇼핑몰이 없다.
지방 촌놈 입장에서 스타필드는 그야말로 놀이터다.


체력 방전으로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쇼핑과 문화공간이 어우러진 구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광주에도 스타필드가 곧 들어선다니 기대 중이다.

여행의 끝, 그리고 삶의 전환


이번 여행을 통해 실감했다.
“내가 정말 퇴사했구나.”
출근 걱정 없이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도 쉬어도 되는 삶.


처음엔 막막했지만,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고 있다.

퇴사 전, 나는 그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일이 아니어도,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인공지능 사관학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지금,
비록 아직은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럽다.


작은 여행이 내게 준 것


수원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동안 외면했던 ‘소소한 행복’과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작은 감동이 쌓여 큰 의미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 단단한 어른으로, 더 나다운 삶을 위해
조금씩,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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