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이 만든 사각지대
우리나라 외식업은 오랫동안 ‘맛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에 기대어 왔다.
족발집에서 사용하는 씨육수, 오래된 국물 문화는 “기술”이라고 포장되지만,
사실상 소비자는 오늘 그 국물이 깨끗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무리 끓인다고 해도 미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 상식인데,
그저 신뢰에만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관습이 단순한 전통으로 미화되면서,
위생은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최근 청년 창업자들은 인스타 후기와 리뷰를 의식해 위생에 신경 쓰지만,
여전히 외식업 현장의 다수는 나이 든 세대가 운영한다.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어”라는 태도는 법과 제도보다 강력하다.
위생 교육을 받아도 습관이 바뀌지 않고,
손님도 주방 안을 볼 수 없으니 문제는 늘 가려진 채 반복된다.
위생은 불안한데, 서비스마저 불친절하다면 어떨까.
요즘 유튜브에 등장하는 불친절 식당 사례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손님이 불편해도 참는 거지”라는 사고방식,
“맛집”이라는 명성에 안주하는 태도가 만든 결과다.
위생도 부족하고, 태도마저 불친절하다면 결국 남는 건 소비자의 불신뿐이다.
한국의 식품위생법은 위반 시 징역까지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과태료와 영업정지가 전부다.
해외처럼 실형 선고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사례가 거의 없으니,
위반은 기업 입장에서 ‘감당 가능한 비용’일 뿐이다.
제도가 아무리 있어도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다면,
결국 종이 위의 규정일 뿐이다.
결국 해답은 세대 교체와 인식 전환에 있다.
깨끗함을 기본으로,
친절을 당연한 가치로 삼는 새로운 외식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맛만 있으면 된다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가 외식업에 요구하는 건 단순히 한 끼가 아니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경험이다.
위생도, 서비스도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외식업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
남는 건 “맛집”이라는 허울뿐인데,
그것마저 오래가지 못한다.
이제는 “맛있으니 괜찮다”는 변명 대신,
“깨끗하고 친절하다”는 기준이 외식업의 생존 조건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