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이야기 ]
군대 생각이 났다.
나의 첫 부대는 전방이었다. 매일 새벽, 차디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레이더 앞에 앉았다. 그 안에 비치는 건 단순한 신호가 아니었다.
움직이는 어떤 것, 누군가의 기척,
그리고 내가 놓치면 안 되는 ‘책임’이었다.
어린나이의 내게는 너무 무거운 일이었다. 레이더 운용도, 상황 식별도, 정보 보고도… 나는 그 중 무엇 하나 잘하지 못했다. 아니,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계속했다. 이해 안 가는 걸 억지로 외우고, 두려운 걸 억지로 마주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
나중에 알았다. 그 시간들이 나를 바꾸고 있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군복 대신 유니폼을 입고, 전방 대신 항공기를 지킨다. 그리고 또다시, 나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과 씨름하고 있다.
'이걸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때와 똑같은 질문이 머릿속에 떠돈다. 처음 듣는 규정, 처음 읽는 문서, 낯선 업무. 다시 미숙해진 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감정이 낯설지 않다. 이 두려움이 반갑기도 하다.
왜냐면 알기 때문이다.
나는 늘 제일 서툴고, 제일 낯선 곳에서 자라왔다는 것.
그리고 그때마다 결국엔, 그 자리에서 버티며 자라났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또 한 번,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을 통과하며, 나는 조금씩 나아간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제일 미숙한 자리에서 자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