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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13. 2022

아름다운 해안과 자연보호구역 '몬트레이'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미국, 제8화: 미국 해군대학원 - 6)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휴양지

자연보호구역과 낚시 면허



캘리포니아 바닷가의 아름다운 휴양지 

짙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항상 온화한 봄 날씨의 해안 지역으로 바닷가 주변 경관이 워낙 아름다운, 몬트레이 카운티는, 1882년까지 스페인 캘리포니아의 주도여서 스페인 풍의 건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조금은 이색적인 도시다. 다만, 이 아름다운 해변도 바닷물은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워서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해안에서 아이와 모래 놀이라도 할라치면 매섭게 몰아치는 바닷바람 때문에 한 시간도 버티기 어렵다. 그런데, 이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건조하고 더운 이곳 사막지대가 온화한 날씨를 유지한단다.

 

선창가로 올라와서 놀고있는 물개들

1900년대 초반까지는 이 일대에서 엄청나게 잡히는 정어리로 인하여 통조림 산업이 유명하였으나, 이제는 몬트레이 해안 전 지역이 미국 정부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수 백 마리의 물개, 돌고래 등 많은 야생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 되었다. 몬트레이 해양경비대 부두에는 선창가 주변에서 어슬링거리는 물개를 쉽게 볼 수 있다. 

덕분에, 약간 여유가 있는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가서 가까이에서 물개도 보고, 겉은 허름하지만 늘 붐비는 조그마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어부들의 선창가'(Fisherman's wharf)를 둘러보난 뒤, 잠시 이동하면 '분노의 포도'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이 그의 촐신지인 몬트레이 지역의 통조림 공장을 배경으로 쓴 소설 '캐너리 로우'(Cannery Row) 거리와 수족관을 둘러보면서 잠시나마 공부의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존 스타인벡 소설 '캐너리 로우'


통조림 공장에서 관광지로 변모한 '캐너리 로우'

이렇게 기후 좋고 아름다운 몬트레이 카운티 중에서도, '카멜 비치'나, '페블 비치' 지역에는 '빌 게이츠', '마돈나', '아놀드 파머' 등 세계적인 부호들이 모여사는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필자가 몬트레이 살 때는 영화배우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인근 '카멜 비치'시의 시장직을 겸하고 있었다. '카멜 비치'에서 101번 도로를 내려가는 주변도 볼 만하다. 이곳에서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라는 영화 속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남겼다. '페블 비치' 골프장은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코스가 펼쳐져 많은 골퍼들이 경기를 해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가끔씩 'US 오픈' 골프 대회가 열린다. 다만, 바닷가로 돌출되어 있어서 인지 안개가 자주 끼이는 곳이다.


몬트레이의 랜드마크인 Loan Cypress

'페블 비치'에서 '카멜 비치'로 가는 길에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가 있어 아름다운 해변과 숲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사유지여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여기서 가장 유명한 곳은 '미드웨이 포인트'에 있는 측백나무의 일종인 '론 싸이프러스 (Loan Cypress)라는. '고독한 노송'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에게 알려져 있지만, 사진에 보이는 이 Cypress 나무를 볼 수 있다.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이 나무는 수령이 250여 년으로 몬트레이의 랜드 마크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가 학교에 다닐 때 선배 한 분이 학점 미달로 한국으로 소환될 지경에 이르자, 이곳에 가서 자살 소동을 벌였다. 모두가 긴장하였고, 문제가 불거지자 유학생 선임 장교가 육본에 이 사실을 보고하여, 공부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장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육본에서는 학점 미달자 조기 소환 방침을 철회하였다. 모두가 같은 입장이었던 우리들은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를 식히려 이 나무가 있는 곳을 자주 찾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공부만 맨날 하며 지낼 수가 있나?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학점 탓도 있지만 사실, 밖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전술한 유학생 선임장교는 "우리는 미군 장교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입장"이라며, 틈만 나면 학업 이외에 이런, 저런 사례를 언급하고 우리의 행동에 신중할 것을 강조하였다. 


자연보호구역과 낚시 면허


그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  가끔씩 자신의 중고차를 점검해 주던 베트남 이민자가 지역 신문에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양손으로 들고 서 있는 장면이 나왔길래, 처음에는 그가 큰 물고기를 잡은 기념사진인가 생각했단다. 그런데,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낚시 면허'없이 무단으로 자연보호구역에서 고기를 잡다가 숨어서 망원경으로 해안을 살피던 경찰에게 적발되어 거금의 벌금을 물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사진은 경찰이 증거물로 찍은 것이고... 워낙 자연보호가 잘되어 있다 보니, 동물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건지 큰 고기들이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다. 비슷한 이야기로, 다른 지역에서도 아시아인 이민자가 해변가 바위에 붙은 커다란 전복을 망치와 징으로 떼내려다가 역시, 감시 중인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었다. 미국 경찰들은 숨어서 뭔가를 살피는 일에 아주 능하니, 괜스레 걸려들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며... 어쨌든, 그의 말에 엮이어서 자연보호 구역 내 모든 동물을 주의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는데 낚시에도 능했다. 그에 따르면, 몬트레이에서는 생선값이 싸니 굳이 낚시를 할 필요가 없고, 정 생선을 싸게 먹고 싶으면, $20 내고 참치잡이 원양선 투어를 하면 고등어 한 바케스 정도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낚시 배를 한 번 타 보았다. 참치잡이 선장은 몬트레이에서 약 20분 정도 먼바다로 나아가 어군 탐지기를 이용하여 참치가 있는 장소에 닻을 내려주고, 강태공들에게 대략적인 어군의 깊이를 알려주며 낚싯대를 내리도록 하였다. 하지만, 참치는 별로 잘 잡히지 않고 엉뚱하게 고등어 등 잡어만 올라온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고등어를 안 먹는 탓인지 이게 잡히면 불평 한마디와 함께 바다로 도로 던져 버린다. 그럴 경우, 바케스를 주변에 놓아두면 거기로 고기를 던져 준다고 했는데 한, 두어 시간 지나자 고등어가 가득하였다. 그의 말이 맞았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주변의 야생동물들... 건강한 환경 속에 여유롭게 살아가는 몬트레이 사람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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