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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15. 2022

군사외교 올인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미국, 제11화: 미 육군 지휘참모대 - 3)

외교에서 가족의 역할

싱가포르 학생장교의 외교술



외교에는 부인과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

필자는 미 지참대 교환교관은 강의도 하였지만, 같은 구역 내에 있는 미 제병협동사(CAC)의 한국군 연락업무도 겸하는 사령관 참모 역할을 하였다. 당시, 사령관 '뮐러'장군의 부인이 제병협동사의 주요 참모 부인들과  '군대 공동체 (Military Community)' 행사의 하나로 “CAC Coffee”라는 커피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 관사에서 주 1회씩 돌아가며 모임을 주최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사령부 소속으로 참모 역할이라  하지만, 외국군 장교라서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갖지 않으면 '벌쭘하게' 되는 모양새라 그냥 그렇게 지낼 수도 있는데, 우리 부부는 큰 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계기로 사령관과 내외와도 친분을 갖게 되었다..


우리 순서가 되자, 아내는 당시 초교 5학년이던  큰 아이가 마침 봄 방학으로 집에 있어서 아이에게 한복을 입히고 아이가 아는 곡 몇 곡을 피아노 반주로 조용히 연주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 모습이 우리 집을 방문하였던 부인들에게 매우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하였던 것 같다.  특히,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령관 부인으로부터 이를 전해 들은 사령관도 사석에서 내게 "아들의 연주를 한 번 듣자"라고 말하기도 하였었다. (아이는 얼마 후,  6학년 때 학교에서 졸업 기념 피아노 연주회를 가졌었다.)


"군사외교 이야기를 하면서 부인과 아이를 언급하는 것이 맞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가족들 또한 우리 정부의 관용여권을 소지하고 한국을 대표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만큼, 모든 일에도 공적으로도 잘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혼례 신랑신부 목각인형 (관광공사)

아이가 다니는 '아이젠하워' 초등학교는 우리 아이 둘 때문에 우리 태극기를 성조기와 함께 학교 본관에 내걸었고, 필자는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한국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관련하여, 당시 시카고에 있던 한국관광공사에 소개 자료를 부탁하였더니, 한국 소개책자는 물론, 조그마한 예쁜 목각인형들을 선물용으로 지원해 주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이런 적극적인 태도 때문이었을까? 그곳에서 2년간의 근무를 종료하고 귀국하기 얼마 전, 뜻밖에 비서가 나에게 미 육군 근무 공로훈장 (Meritorious Service Medal)이 수여됨을 알려왔는데, 내용은 나의 헌신적인 근무자세에 대한 감사의 내용이었다. 이는, 가족 모두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들과 보낸 시간들이 매우 소중하였다.


군사외교의 모범생, 싱가포르 장교


우리의 열심에 못지않게 가족의 활동으로 기억나는 것은, 당시 학생장교 신분으로 지휘참모대학에 재학 중이던 싱가포르 장교 부부였다. 그 부부는 공부에도 바쁜 가운데 거의  매주 외국군 장교들을 번갈아 가며 자신의 집에 초청하여 만찬을 나누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도 그들의 초청을 받았고, 또 답례를 하였다. 이처럼, 그들 부부의 행동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잦은 초청행사에 수반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학생 장교 신분에서 모두 자비로 충당한다는 사실이었다. 누가 하란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끔, 외교관들 중에는 좋은 집과 초청을 위한 정부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도 단지, '귀찮고 하기 싫다'는 이유를 대거나, 부인이 영어가 안 되어 "만찬 행사 등에 초청되어 외국인과 만나는 일이 괴롭다"라고 몸도 꿈적 안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옥스퍼드를 나온 이들 젊은 부부가 부지런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애정이 매우 남달라 보여서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이들은 영어를 현지민보다 더 잘 구사하였고, 남편은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 시 우등상을 받기도 하였다.  모두가 그들을 좋아하여 싱가포르 장교가 보여준 국가와 군의 이미지를 기억할 것 같다. 비록, 어리지만 이들 부부가 보인 모습은, 훌륭한 군사외교관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이 장교는 임관 후, 미 보병학교 고등 군사반을 이수한 뒤, 중대장을 마치고, 다시 소령으로 지휘참모대학에 왔다. 그는  고등 군사반과 지휘참모대를 겪었으니 대령이 되면 다시, 미국 육군대학원으로 올 것이라고 … 그의 미래를 예견하였다. 이 장교가 내게 보여준 것은,  조그마한 도시국가가 정치,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면에서 주변국보다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철저한 교육과 치밀한 외교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요원을 임관시켜 미 육군의 정규 교육과정을 계급별로 보병학교 고등군사반(대위-전술제대), 지휘참모대학(소령-작전술 제대), 육군대학원(대령-전략 제대)을 이수케 하여, 미국 육군이 오랫동안 축적한 군의 핵심 지휘관 양성 교육체제를 그대로 복제하여 모두 섭렵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조그마한 나라의 얼마 안 되는 군대지만 이들의 치밀하고 장기적인 인재 육성 방안이 대단하지 않은가?  


미국 육군 군사문제 연구소 토의 장면

지난 세기, 미국은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 지구상 수많은 전쟁에 참여하였으며, 그 어떤 나라보다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적들과 싸우며 많은 경험을 축적하였다. 그리고, 쓰라린 패배의 기억도 많이 있다. 베트남전 패퇴로 미국 군인들은 모병제로 바뀐 뒤에, 더욱 고도화·전문화되었고, 상대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도록 늘 훈련하고 있다. 필자는 교환교관으로서 자료수집을 위해 지휘참모대학교 부설‘군사문제연구소’에도 자주 방문하였다. 그들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랄까? 구 소련이 해체되었음에도 구 소련의 종심 기갑 전략(OMG)등 과거, 상대의 독특한 전법은 물론, 각종 전쟁에서 도출된 전훈(戰訓) 관련 사항을 연구하였다. 또한, 지휘참모대학 졸업자 중에서 군사학에 관심이 많은 자를 별도로 선발하여 2년 동안 군사학만 연구하는 ‘고급 군사과정(SAMS)’을 개설하여, ‘클라우제비츠’, ‘리델 하트’, 손자병법은 물론, ‘마오쩌뚱’과 심지어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Chao Chao)’라는 인물의 전법까지 다양한 전쟁 경험을 연구하고 있었다. 미군의 분위기는 공부하지 않는 군인은 국가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로 간주할 정도였다.


이처럼, 미국의 군사교육은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백만이 넘는 대군을 운용하는 리더십은 물론, ‘경영적, 군수적 노하우’와, 전 세계를 상대로 온갖 전투를 치러 본 ‘전술적, 작전적 경험’을 갖춤은 물론, 현존 전력을 극대화하고 미래전력을 창출하려는 각종 무기체계와 군사교리, 그리고, 현존하는 세계 각국의 군사적 이론까지 나름대로 정리하여 군사이론적인  'Art (술)'과  'Science (학)'을 집대성하였다. 군사와 전법관련하여 있을 것은 다 있다는 이야기인데... 학생들이 얼마나 이를 습득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 같은, 정예 소수에 의한 싱가포르의 치밀하고 장기적인 국방 분야 인재 육성과 달리, 당시, 우리 육군의 인재 양성교육은, 다소 비효율적, 무계획적(?)이었다.  초, 중, 고교 교육이 연계성이 있듯, 미국의 위관, 영관, 장성 급의 주요 교육은 서로 상, 하, 좌, 우로 관련되어 있는데, 미 보병학교(대위급)도 졸업하지 않은 장교를 미 육군 지휘참모대(소령급)로 보내거나, 미 지휘참모대를 수료하지 않은 장교를 미 합동참모대학(중령급)이나 미 육군대학원(대령급)으로 보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러한, 우리 군의 무모함(?)은, 미국 파견을 큰 혜택(?)으로 간주하여 이를 가급적 여럿에게 나누어 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경 지식이 부족한 학생이 보다 높은 지식을 습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 이해하는 깊이가 얼마나 다른지 상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 육군이 일관되고 체계적인 지식으로 필요한 교육을 하려는 목표는, 미군의 교육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인재양성에 대한 정책 입안자나 결정자들의 장기적인 ‘안목’과 ‘철학’이 결여된 탓에, 오랜 시간 수많은 군 유학생을 파견하였어도 누구 하나 일관된 교육체계를 갖지 못하게 하는 절름발이식 교육 선발 체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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