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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May 26. 2023

'국뽕'에 취한 중국 영화와 전쟁 망령

‘애국’의 명분으로 소환되는 전쟁의 망령들

미‧중 대립 구도에 초점을 맞추는 중국 '국뽕' 영화 



‘애국’의 명분으로 소환되는 전쟁의 망령들

트럼프 시절, 무역 분쟁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해, 중국의 대응은 다소 퇴행적이었다. ‘환구시보’ 같은 중국 관변언론들은 미‧중 무역분쟁을 생존 위협으로 간주하며 즉각 인민통합에 열을 올렸다. 이들의 외침은 미국과의 과거 전쟁 승리를 내세우며, 극히 호전적이었다. 특히, 중국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전쟁 때나 나올 법한 ‘의지와 용기’를 앞세우며 애국주의, 민족주의, 중국 제일주의 등 인민들의 단합을 요구하는 발언이 나오면, ‘일전불사’의 의미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뜬금없이’ 이런 용어가 나오면, 경제와 외교를 논하다가도 과거 전쟁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1956년 제작된 영화 '상감령'의 포스터

영화라는 장르는 사실과 허구를 섞어 줄거리를 구성제작한다. 그런 영화 중에 '자기 나라'를 자랑스럽게 제작한 영화도 많다. 소위, '국뽕'영화라는 건데... '포레스트 검프'나 '국제시장'은 미국이나 우리의 국뽕영화였다. 그런데, 중국의 대부분 영화는 국가 선전용일 정도로 '국뽕'영화가 판을 친다. 그렇지만, 이 중에서 1956년 ‘마오쩌둥’의 지시로 제작된 영화 상감령만큼 막강한 미국을 물리쳤다!’는 점을 중국인에게 강하게 각인시킨 영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오쩌둥 이후, 미국과의 국교 수립으로 ‘개혁개방’을 내세웠던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 시대에는 안정적인 대미관계 유지가 필요하던 시기여서 ‘도광양회’를 지향하였다. 그 덕분에 비록, 애국을 내세우더라도 항미는 자제한다는 흐름이어서… 중국 TV 방송에서는 ‘항일 전쟁’이나 ‘국‧공 내전’만을 다룬 드라마가 주를 이루었다. 이런 점을 직시하던 시진핑도 그 기조를 따랐다. 하지만, 지난 2016년에야,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에서 탈피하고 ‘대국굴기’를 내세웠다. 그렇지만, 여전히, ‘항미’에는 매우 신중하였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전쟁을 촉발하며, 일개 통신업체 ‘화웨이’를 제재대상 1호로 지목하며 대중 경제 압력을 가하자, 중국 언론들은 하나같이 ‘화웨이’ 상품구매를 촉구하면서, 경제적 논리보다 사회주의적 가치 고취, 정부정책과 체제 옹호, 인민의 애국 단결 등을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신냉전’을 의식한 시진핑 정권은 인민 내부결집용으로 ‘상감령’을 본받으려는 시도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중국 영화 중 ‘상감령’은 ‘체제 찬양’의 전위대적 영화였다. 트럼프에게 ‘무역제재’를 당한 당사자인 ‘화웨이’ 대표 ‘런칭페이’는, 이런 인민들의 단합 요구를 증명이나 하듯, 엉뚱(?)하게도, 한국전에서 중공군이 미군에게 크게(?) 승리를 거두었다는 상감령’ 전투를 본받자 ‘며 공개적으로 호소하였다. ‘상감령’은 ‘마오쩌둥’ 휘하의 중국 인민들에게 강하게 세뇌된 중국의 신화였으니까….


그런데, 미‧중 분쟁이 계속 확대, 심화되자, 시진핑 체제는 더욱 진한 ‘애국주의’를 내세우며,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항전하여 최후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신념을 중국 인민들에게 강하게 심어 주려는 ‘미디어 이데올로기’를 함께 동원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전까지 직접 미군을 겨냥하여 ‘한국 전쟁’에서 중공군이 미군과 싸우는 ‘항미’ 영화제작에는 매우 신중하였던 중국이 이제는 ‘상감령’을 소환하고 오히려, ‘국뽕 영화’를 동시다발적으로 제작을 독려하는 모양새로 전환하였다.


미‧중 대립 구도에 초점을 맞추는 중국 '국뽕' 영화 


영화 '장진호'를 보고 난 뒤, 일어나 울면서 경례하는 중국인 (출처: SBS)

여기에 당국도, 2차 세계대전 시 중국이 사용한 ‘너덜너덜’한 고물 전투기 사진과, 중공군 홍보 영화 ‘특수부대 전랑(2017, 戰狼: 늑대 전사)’, ‘유랑지구(2019)’, ‘1921’, ‘중국 의사’ 등등 체제 홍보적인 ‘국뽕’ 영화를 소위 ‘우수 영화’로 지정하고, 모든 영화관이 1년에 두 편 이상 이러한 ‘우수 영화’를 상영토록 지시하였다. 그 결과, 2021년 한 해에만 ‘금강천’, ‘장진호’ 등 영화가 줄줄이 나왔다. 이 중  인민들의 반미정서에 기댄 영화 ‘장진호’는 약 1억 명이상이 시청하며, 지금껏 어떤 영화보다도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고무된 중국 당국은, 소위 거장 감독들에게 “2025년까지 1년에 한 편 이상 제작상영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항미원조’ 영화제작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들 영화는 모두가 한국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자랑하는 전투를 배경으로 하되, 전투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게 철저히 미중의 대결 구도로 시나리오를 짠다는 점이다. 이들 영화 속에 한국군은 물론, 북한군도 없다. 여기에는 명백한 의도가 있다. 이는, 한국 등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도 있지만, 한국전쟁(항미원조)을 미‧중 대결로 간주하고,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결사항전으로 쟁취한 승리’를 내세우며 인민결속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우리로서도 주의할 점은, 비록 영화 속에 ‘한국군은 없다’지만, 미국군만을 쳐부수는 ‘금강천’, ‘장진호’ 같은 류의 중국형 ‘국뽕’ 영화를 저들의 의도조차 간파하지 못하고 오로지 상업적 목적에 혈안이 된 일부 영화 수입상들에 의해 우리 청소년들이 무방비적, 무비판적으로 접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비록, 휴전 이후 7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아이들이 할아버지 세대가 미군과 함께 피 흘린 역사를 망각하고불법으로 침략하여 남북통일의 기회마저 앗아간 중공군에게 환호하는 왜곡된 역사의식을 가지게 된다는 점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에서의 남북 대치의 긴장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이데올로기에 관한 한 중국은 북한의 우방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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