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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May 28. 2023

미‧중 간에 전쟁이 벌어지면, 누가 이길까?

"무엇을 어떻게 이기려고 고민하느냐?"에 따른 아이디어 

중국군의 애국심과 정신전력 강화



무엇을 어떻게 이기려고 고민하느냐?

전쟁의 역사는 과거 승리에 안주하여 과거를 답습하다가는, 과거에 승리한 자를 연구한 자에게 항상 승자의 자리를 내주었다. 1967년, ‘6일 전쟁’이라는 제3차 중동전에서 이스라엘 공군기와 전차대는 몇 배 이상의 전력을 가진 이집트 아랍 연합군을 완전히 궤멸시켰다. 이에,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은 화병으로 사망했지만, 뒤를 이은 ‘사다트’는 이스라엘을 철저히 연구하였고, 1974년 제4차 중동전에서는 SAM-6로 이스라엘 공군기를, ‘사거’ 대전차 미사일로 이스라엘 전차대를 격멸하며, 이스라엘을 국가소멸 직전 상황으로 몰고 갔었다.


미래 전장에서도 지금껏 미국이 자랑해 온 항공모함과 미사일이 여전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까? 한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거함거포’ 주의는 소형 쾌속 미사일 탑재함에 취약해졌다. 특히,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한 미국은 해군 함대 규모를 급격하게 줄여왔기에 미 해군의 전비태세는 예전 같지않다. 미국 정부도 뒤늦게 해군력을 증강한다지만, 2022년 294척이던 전함이 2025년 286척으로 감축된 이후에나 다시 증강될 것이라 한다. 비록, 질적인 면에서 미군이 아직 우위를 점한다고 하지만, 서 태평양에서 미해군력은 수적인 면에서 중국보다 불리해졌다.   


또한, 첨단 무기의 기술확산도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미국이 무인기 ‘드론’으로 불시에 테러 집단을 공격하였던 방식은, 가난한 '예맨' 반군조차 사우디 아라비아나 UAE의 유정을 겨냥할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이기려고 고민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예측을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첨단과학과 무기체계를 배합시키며,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 


마치, 수십 년 간 무예를 연마한 '사무라이'라 할지라도, 농사꾼 출신 잡병이 쏜 조총 한 방에 무너지듯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도취했던 미국은, 한국전에 개입한 중공군에게 ‘청천강 전역’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한반도 철수마저 고려하였다. 당시, 5차례에 걸친 중공군의 기동전에 밀린 미군이 전쟁초기 확보한 북한 대부분 지역을 다시 내어준 것은 중국이 미군의 오산 전투이래 미국의 장단점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6‧25 전쟁 이후,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간 등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전쟁경험을 쌓았고, 군산 복합체들이 연구개발한 첨단 무기체계의 효율성과 군수지원 능력도 과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모병제하의 프로 군인들을 태평성대라도 검에 녹슬지 않도록 더욱 단련시켜 군 리더십이나 프로 군인들의 자부심, 전술전기도 뛰어나다. 적어도, 미국은 ‘팍스 아메리카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이겨야 할 방법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 다만, 지키려는 자는 자신의 취약점을 알기 어렵지만, 빼앗으려는 자는 불철주야 상대 약점 찾기에만 골몰한다. 


2017년 6월 컨테이너선과의 야간 해상추돌 사고로 파괴된 최첨단 미해군 이지스함(출처: 중앙일보)

군사력은 과학 기술력 수준이나 하드웨어 개수, 리더십이나 상호신뢰, 개개인의 사명감 등 정신력의 복합산물이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예외 없이 일부 요소에서 불균형은 자주 있었다. 2017년, 최첨단 전자 장비를 자랑하는 미 해군 ‘이지스’함이 일본 영해에서 항해하던 중 민간인 컨테이너선과 야간에 해상에서 추돌 사태를 빚었다. 이지스함이 해상에서 추돌하다니비록, 일부 사례라지만 군 기강이나 훈련 부족으로 보이는 인재였다. 전투력 발휘는 첨단과학 기술력만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중국군의 애국심과 정신전력 강화

이에 비해, 민중 폭동에서 출발한 홍군은 불과 20여 년만에 중국 통일을 이끈 엘리트 군대로 성장하며 인민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다. 6‧25 전쟁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첨단장비와 최강의 화력을 지녔던 미군에게, 꽹과리로 무전기를 대신하려 달려들었던 중공군이지만 정작 박격포는커녕, 변변한 개인 장비조차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신 중국’의 열망에 들뜬 중공군은, 미군의 화력을 아이디어로, 정신력으로 극복하며 종이로서 강철에 대항할 방법을 찾으려 하였다. 그런데, 지금껏 그런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걸까…? 최근, 중국군은 각종 군사행사에서 절도와 일사불란함으로 엄정한 군기와 높은 훈련 수준을 과시하였다. 외형적인 모습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수 없다지만, 각개병사마다 강한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사열 중인 중국군의 일사불란한 모습

게다가, 중국군은 이제 낡은 장비와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모습이 아니다. 시진핑의 ‘강군몽(强軍夢)’은 위성과 핵, 대륙 간 탄도미사일,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은 물론, 드론 등 가성비가 높은 새로운 무기체계도 속속 진화시키며 빛을 발하고 있다. 군구조 면에서도, 2017년 청나라 이래의 7개 군구(軍區) 체제에서 5개 전구(戰區) 체제로 전환했다. 전구는 육‧해‧공군 합동작전 지휘체계로 각각 하나의 전쟁 구역을 담당한다. 미국의 CINC를 모방한 모습이지만, 중국이 전구급 전쟁수행 능력을 확실히 갖추었다는 자신감의 과시이다. 그리고 이를 공개하는 것을 보니, “베끼는 것’ 말고 뭔가 확실한 한 방(?)이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이 든다. 


또한, 전쟁을 지원하는 정부와 국민의 지원과 호응도 중요한 변수이다. 외세에 숱하게 짓밟혔던 중국은 내부결속을 이루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무역분쟁이나 관세 보복 등 압박을 받을 때마다 ‘상감령’이든 뭐든 한국전쟁 망령들을 소환하여 국민적 항미정신을 고조시켜 내부결속을 다짐하였다. 군사문제의 강력한 비밀조치는 기본이었다. 이에 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미 언론의 힘은 막강하였다. 미국은 휴전협정을 앞두고도 대통령(트루먼)과 현지사령관(맥아더)의 대립으로 얽힌 온갖 비밀이 연일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2년 여에 걸친 휴전협정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편인데도 서로 간의 가치가 달랐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중의 총력전 수행역량이다. 이 부분은, 자국에서 전쟁하느냐? 와 원정군으로 전쟁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느끼는 전쟁위협이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가변적이다. 만약에, 실력이 비슷한 사자와 호랑이가 싸운다면 ‘아프리카 평원이냐?, 대나무밭이냐?’라는 홈그라운드 이점이 승부를 가른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도 전장 환경이 중요하다. 21세기 들어 미국은 자국에서 전쟁을 한 적이 없고, 중국은 전쟁 참화를 수없이 겪었다. 미국은 중국의 약점을 잘 알지만, 자신이 유리한 곳보다 대만이든 남중국해든 분쟁지인 중국 본토 옆으로 가야 한다. 미국은 괌이나 일본 내 미군기지들도 가용하지만, 원정군으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야 하니, 본토에서 싸우는 중국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1982년에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남극 인근의 ‘포틀랜드(말비나스)’ 영유권 문제로 전쟁을 벌였다. 누가 봐도 객관적인 전력은 안보리 P5 상임이사국으로 핵을 가진 영국이 한 수 위였지만,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 군사력을 보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개전하자 세계인의 관심에 부합이라도 하듯 영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아르헨티나 순양함을 격침시켰다. 영국의 공세에 아르헨티나도 이에 질세라 ‘엑조세’ 공대함 미사일로 영국 구축함을 침몰시켰다. 결과는 영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영국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교훈을 보면, 대만해협이든, 동, 남중국해든 무력충돌 발생시 무엇보다 분쟁 현장에 신속하게 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역내에 미군 전력의 '유지력' 기반 확대가 절실하다. 쉽게 이기기 어려운 게임에 굳이 모험을 택하지 않겠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원정 작전이 불가피한 미국이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지닌 중국 속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전쟁은 어려워질 것이다. 14억 중국 인민의 ‘승리 염원’이 자칫, 3억 5,000만 미국민의 '자존심'을 압도할 수 있다.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지만, 한번의 실수로도 자칫 주도권이 바꿜 수도 있다. 한국전쟁에서 이미 서로의 실력을 피부로 느껴본 두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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