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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un 01. 2023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자유롭고, 열린 (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전략

'지역 질서 변화'라는 대 전환기



'자유롭고, 열린 (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정치, 경제적 부상은 놀랍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70%에 달하는 GDP로 군사력 강화와 공세적 외교를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협력하며 동북아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 하지만, 해양 세력인 일본은 '잃어버린 수 십 년'으로 GDP 기준 중국의 40% 정도에 불과한 경제 강국 (경제대국이 아닌)으로 전락하였다. 경쟁국 중국의 발전과 동맹국 일본의 약화로 미국이 다급하여졌다. 


2018년 5월 1일, 당시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주요 사령부인 '미 태평양 사령부 (USPACOM)'의 명칭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 (USINDOPACOM)'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동안 미국이 사용하여 오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용어도 ‘인도-태평양’으로 대체하였다. 이 의미는,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기존 파트너인 일본에 더해 인도와 호주를 포함하는 대연합을 구축하여 중국을 견제, 압박, 봉쇄한다는 전략이 담겨있다. 이로써, 미군은 태평양은 물론, 인도양까지 포함하며 중국의 남진정책과 아프리카 해상진출까지 견제할 수 있으며, 세계인구의 50%가 살고 있는 지역 내 36개 국가를 관할한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2007년 인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로 격상시킨 ‘아베’ 일본 수상의 구상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이, 2010년 중국과 ‘센카쿠 (다오위다오)’ 갈등을 겪은 뒤, 일본은 우호적인 관계이던 인도를 안보 구상에 끌여들였다. 그리고, 2012년 2차 ‘아베’ 내각이 내놓은 '민주주의 안보 다이아몬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연결)' 구상과 2016년 내놓은 '자유롭고, 열린 (Free and Open)' 인도-태평양 전략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로 역외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자국의 국가 전략에 이식한 것이다. 이른바, 퀴드 체제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정책은 과거, '오바마' 정권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는 확연히 달랐다. 또한, 사사건건 '트럼프'의 정책에 대립하던 '바이든'이지만 이 정책만큼은 더욱 심화하였다. 


이 전략은 이 지역에서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법에 따른 해양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명분이지만, 중국의 대양 진출 봉쇄 목적이 뚜렷해 보인다. 더불어,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관심을 동북아에서 인도양으로 전환시켜려는 의도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한국 정부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타진받았으나, 미 측 전략에 대한 이해부족과 일본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하여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던 것 같다. 덕분에 한국의 전략적인 입지는 매우 초라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변화될 향후 동아시아 질서를 예견하였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역 질서 변화'라는 대 전환기

사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양자택일’의 개념보다는 ‘자유와 개방’을 내세웠기에, 우리의 가치나 전략과도 부합되는 측면도 많이 있다. 그리고, 중국의 비중이 계속 증가할 걸 고려한다면, 이는 우리 외교의 독자적인 전략 공간을 마련할 지렛대로서도 중요하였다. 한국의 능동적인 참여가 한-미 동맹을 더욱 단단히 할 것이고, 이런 기반 위에서 한-중 관계를 모색하는 게 더욱 실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일당 독재 정치체제나 ‘사드 보복’ 등 그간의 행태를 보면, 비록 경제적으로는 중요한 이웃이지만, 안보관련해서는 책임 있는 이해 당사자가 아닐 수도 있어 여기에 대비한 위험회피 수단도 필요하였다. 물론, 미-중 관계가 항상 대립적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적이라면 중견 국가로서 가교역할을 담당할 여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고려사항 중에서, “중국의 심기를 거슬러지 않을까?”라는 염려는 당연하였지만, 이는 이 구상에 참여한 일본이나 호주도 함께 고민하고 고려하였을 부분이다. 우리로서는, 일본의 중국 반발 완화 노력과 중-일 관계개선 사례, 또 우리보다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의 대응책도 함께 연구했으면,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강국들의 틈바구니를 헤쳐나가며, 한국의 전략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했었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전략이 전개되기 전에, 이미 주한 미군이 '한국 방위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도록 한국 정부의 동의를 구해 놓았다. 이제, 주한 미군은 태국이든, 필리핀이든, 호주 든 누구하고라도 자유롭게 연합훈련을 실시하며 한국 이외의 지역 방위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한국에 주둔 중인 미 8군 사령관 (3성)과 미 보병 2사단(사단장 (2성))은, 주한미군사령관 (4성)– 미태평 양 육군사령관 (4성) – 미국 인도 태평양 사령관 (4성)의 지휘, 통제를 받도록 지휘체게가 변경되었다. 관련하여, 미국 인도 태평양사령부 전임사령관이었던 '해리스' 대장을 퇴임 후 즉각 주한 미국 대사로 임명하였다. 


이처럼 동북아를 건너뛴 새로운 '지역 질서 변화'라는 대 전환기에, 우리는 남-북한 문제나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에 매몰되기보다, 지역 질서의 당사자로서 이런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주변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과거, 한국이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자 일본은 안보 협력 국가별 우선순위에 한국을, 미국-호주-인도-동남아 다음의 후 순위에 두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수 년동안 ‘한미동맹을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여러 번 보였다. 그리고, 안보를 경제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큰 폭의 방위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등 한국을 매우 거칠게 대하였다. 


하지만, 북한 핵, 미사일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 봉쇄를 위해서 동맹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바이든'은 한-미-일 안보 협력체제 강화에 매우 적극적이다. 우리에게도, 미국이 내세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지역 정세 안정과 더불어, 원유 등 해양 수송로의 안정성 확보와 함께 외교, 안보면에서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다. 중국과의 관계가 걸려 있어서다. 한편, 군사비 증액이 버거운 미국은 인도-태평양 방위의 일부를 일본에게 떠 넘기려 한다. 일본은 비록, 경제적 부담은 있으나, 이를 계기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가 되겠다며 바라던 바이기도 하다. 일본의 군비 강화와 안보 역할 증대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지역 질서 개편은 힘의 강약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균형 잡힌 ‘국제 감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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