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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Oct 20. 2023

상처만 남기는 '차별', 창조를 이끄는 '차이와 다름'

내가 좋아한다고 남들도 좋아할까?

세계화, 국제화의 첫걸음 - 예민한 '인종차별'과 '종교 차별' 이슈 

창조를 이끄는 '차이와 다름'의 이해


내가 좋아한다고 남들도 좋아할까? 

우리는, 국내에서 '우리끼리'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우리' 위주로 단단한 동지애를 과시하며 살지만, 외국에 나가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흔히, 오스트리아는 ‘음악의 나라’라고들 한다. 그만큼 서구 고전음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덕분에,  음악을 애호하는 오스트리아 인사들은 동양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사실, 우리의 전통음악은, 비록 이들과 음계는 다르지만 그들 못지않게 훌륭한 음악이다. 당시 우리 대사관은, 문화체육부 후원으로 유럽지역 순회 중인 ‘김 00 사물놀이 팀’을 맞아 공연을 준비하였다.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 

필자도 이 행사를 위해 오스트리아 국방성 인사와 무관단 부부 등 많은 인원을 초청하였는데, 다행히 대사관 '문화 담당' 서기관이 우리 일행에게 앞 좌석의 좋은(?) 좌석들을 배정하여 주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한바탕 신명 나게 사물놀이가 전개되었다. 모두가 흥겨움에 젖는데... 그런데, 갑자기 앞줄에 앉은 국방성 인사 부인 1명과 무관 부인 1명이 하얗게 질린 채 두통을 호소해 왔다. 조용한 가운데 공연은 진행되었지만, 필자 내외와 대사관 직원들이 부인들을 황급히 공연장 대기실로 옮기는 소동을 벌였다. 


누군가의 말로는, 사물놀이는 원래 야외에서 마음껏 북과 장고, 징 및 꽹과리를 쳐대며 흥을 돋우고는 음악인데, 이런 음악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실내 공간에서, 그것도 맨 앞줄에서 관람하다 보니 그 높은 소리의 ‘음높이 (데시벨, db)’를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란다. 얼마 후 회복하였지만, 모두가 너무 놀랐다. 이후, 그들은 두 번 다시 필자가 초청하는 어떤 한국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서먹하여졌다. 그들이 필자를 좋아하여 그 행사에 왔겠는가? 호기심과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고 온 건데…


문화적 배경이 다른만큼, 우리가 좋아하고, 잘 아는 음악이라 해서 그들도 좋아할 거라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익숙지 않은 일부 인사에게는 우리 음악이 오히려 '소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치, 음악에 문외한인 필자가 그들이 자랑하는 ‘신년음악회 (New Year’s Concert)’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씻김굿 공연 장면

사물놀이 팀이 다녀간 후, 우리 대사관은 또 다른 순회공연 팀을 맞이하였다. 이번에는 ‘씻김굿’이라는 한풀이 굿이었다. 비엔나(빈)에서도 수준 높은 극장에서, 한국에서도 그 분야의 수준 높은 공연자들이 출연하였다. 두어 시간 동안 잔잔하면서도 은은하게 전개되었는데, 모든 걸 우리말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필자도 문외한이라 그 공연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들에게 무슨 감동이 있었을까? 해외 몇 개국을 순회하기 위해 선발된 팀이라면, 현지인 등 피 초청자를 위한 현지어 번역물과 극에 대한 상세한 설명서 등을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하는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대사관이 소개하였던 ‘경극’ 공연에 초청받아 가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무 자기중심적이었다. 아무런 영어나 한국어 안내서도 없고 해설서조차 부실하여 뭐가 뭔지 알 길이 없는 필자로서는 정말 답답하고 지겨워 죽을 지경이었다. “답답하면 배워라!”는 아닐 텐데..? 현지인이 낯선 문화를 이해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춰야 하는 데, 정작, 소개하려는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을 주장하니… 문화소개는 그 자체의 기술력 못지않게 알리는 방법과 소통에도 참 많은 노력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비록, 조그마한 예들이지만, 우리가 즐기고 좋아한다고 해서 남들도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사물놀이' 팀이나, '씻김굿'의 공연을 보면 연주자 개개인이야, 많은 경험으로 자신의 공연 기술과 노련미를 더 해 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K 콘텐츠로 국제무대에 서려면 가진 능력 이외에 '국제환경'에 대해 좀 더 사려 깊은 준비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준비를 소홀히 하고 '나 위주'로 공연한다면, 그 시행착오의 와중에 수많은 외국인들이 꽹과리 등의 높은 데시벨 (db)로 시달리며, 힘든 순간을 한국이라는 이미지로 기억할는지 모른다.


'세계화, 국제화'의 첫걸음 - 예민한 '인종차별'과 '종교 차별' 이슈  

그런데, 나 위주로 생각하는 '이기주의'나 타인에 대한 '무지, 무배려'가 점차 확대되면, 타인에게 상처만 남기는 '차별'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근세 이후, 식민주의를 내세웠던 서구제국주의의 '나 중심' 우월의식이 초래한 가장 예민한 이슈는 외모와 피부 색깔에 따른 '인종차별'이었다. 나와 다르다 해서 나보다 못하단 법은 없다. 각, 인종별로 태어날 때부터 자라난 환경에 따라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가 서로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무력이나 재력 등의 능력이 있다고 남을 차별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피부색이든, 교육 수준이든 뭐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차별은 끔찍한 범죄행위인데도, 각종 국제 이슈에서 이런 모습은 끊임없이 나타난다. 


2020년,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사상 최초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자 백인일색의 ‘오스카’ 상도 ‘다양성이 진일보’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우수 작품을 받은 작품을 연기한 한국인 배우 중 단 한 명도 주연상이나 조연상의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하였다. 이런 모습을 보니, 국제 영화계에서도 ‘정서적인 면’에서 "여전히 백인우월과 인종적 편견이 남아있구나!"라는 비판의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다양성을 주제로 시위하는 소수계 그룹(출처:CNN)

그러나, 정작 우리가 그럴만한 입장이 되는지(?)도 상대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일부 우리나라 사람은 흑인 등 유색인종보다 백인에게 더 우호적인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처럼,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근대적인 인종차별적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미국계 아시아인은 소수 그룹이지만, 흑인은 이미 미국 사회에서 동양인보다 훨씬 이전에 주류 사회에 동화되어, 사실상 백인에 이은 주류 그룹이 되었다. 미국은 특히, 유색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60여 년 전부터, '소수집단 우대정책 (Affirmative action)'이라는 차별시정 정책을 도입(최근 대법원 판결로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되었지만..)하여, 대학입시는 물론, 군 장교의 진급에도 흑인, 여성 등 소수자의 비율을 고려하는 등 백인 남성이 역차별을 소송할 정도로 소수자의 위상이 높아졌다. 덕분에 고위직에도 많이 진출하여 흑인의 위상은 아시아인보다 높다. 그러니, 어떤 경우라도 '인종차별' 이슈에 엮이면 큰코다친다. 


그런데, 선진국인 이웃 일본에서도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이 교묘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일본 여자 테니스 선수 중에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에 연속 도전하였던 선수가 있다.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 태어나 외모도 아버지를 닮고 피부색도 구리 빛인 ‘오사카 나오미’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에서 태어 낳지만, 외국인에 배타적인 일본인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인종과 문화적 정체성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일본 테니스대표 '오사카 나오미' 선수(출처: 한국경제)

그녀는 2018년 호주 오픈 우승과, US 오픈에서 오랜 시간 ‘테니스 여제’로 군림해 온 ‘세리나 월리암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2019년, 그녀를 후원하는 일본 ‘닛산 식품’이, ‘컵라면’ 애니메이션 광고에서 ‘오사카’의 외모를 하얀 피부로 표현해 “마치, 백인처럼 보이게 했다”는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닛산 식품’은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며, ‘다양성’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라고 사과하고 그 영상을 삭제했다.    


2020년, 해외에서 활동 중인 '오사카' 선수가 도쿄올림픽 개회식의 성화 최종주자로 지명되자 일본은 인종 다양성 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세계 랭킹 2위인 그가 단식 16강에서 탈락하자 금메달 획득을 기대했던 일본 국민의 '오사카' 선수에 대한 여론은 급반전하며,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었다. 많은 일본인은 "일본어도 제대로 못하는 '오사카' 선수가 왜 성화 점화 주자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라는 반응이었다.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인이라는 정의를 좁게 내리며, 외국인에 배타적인 정서가 강하다. 일본에서 '하프 (반쪽)'라고 불리는 혼혈인은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도 온전한 일본인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종교적 다양성 수용

이 같은, 외형적 인종차별 못지않게 정서적인 종교차이는 국교라는 집단의 모양으로 더욱 깊게 서로를 갈랐다. 어떤 종교든 사랑과 포용의 가치를 주장하지만, 정작 타 종교에 대해서는 이런 모습보다 경쟁적, 적대적 모습이다. 결국, 이런 가치는 자신들의 종교적 영역 내에서만 적용될 뿐이라는 매우 소아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스니아' 출신 미국 작가 ‘알렉산다르 헤몬’이라는 사람이 '나의 삶'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의 배경은, 1990년대 소련의 붕괴 이후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6개의 국가로 분리될 때, 독립의 명분으로 각 인종과 종파들이 ‘차이’를 찾아 이어진 '편 가르기'다. 유고연방에서 태어난 작가는, 미국 출장 중, 갑자기 내전이 일어나 미국에서 난민이 되었다. 졸지에, 이방인으로 느꼈던 수많은 ‘다름’의 문제를 서술한 책이다. 어릴 적 친했던 ‘터키인’ 친구를 회상하며, 미국의 풍경과 사람, 노래, 그리고 생계를 위해 살아가던 경험을 다룬다. 


보스니아 인종청소, '스레브레니차' 대학살(출처:CNN)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6개 국가 중 하나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비록 독립은 하였지만, 여섯 나라 중 ‘인종과 종교의 모자이크’라고 불릴 만큼 천주교, 그리스정교, 이슬람의 세 종교가 뒤섞인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종교라는 '정서적'요인으로 인하여 나와 다른 남을 살상하면서 수십 만여 명에 달하는 주민에 대한 인종청소가 진행되었고, 수백 만 명이 난민으로 탈출하며 큰 고통받았다. 


작가는 한 사회 안에 뿌리내린 ‘다름’이라는 견고한 담장을 허무는 힘은, 오로지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예민한 감수성에 있다며, 불안하고 힘든 삶에 적응하게 해 준 따뜻한 이웃을 이야기한다. 바꾸어 말하면, “자기 자신에게 진실할 때, 다른 문화와 인종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를 이끄는 '차이와 다름'의 이해

상기 사례처럼, 인종이나 종교 등 이런 '정서적 요인'에 관한 개인별 관점을 이해하면, 우리가 왜?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각자가 처한 다양한 환경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더 잘 알 것 같다. 


필자가 미국이나 유럽 등 기독교권에서 살았을 때와, 중동이나 서남아시아 등 이슬람 지역에서 살았을 때는, 그 지리적 간격만큼이나 종교, 역사, 문화, 사회 등 각종 생활상이 많이 달랐다. 우리는 냉전 시대에 미국과 서구 등 우방국과는 정치, 경제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하였기에, 비록,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들의 문물에 매우 익숙하다. 반면에, 과거 공산권인 동구권이나 비동맹을 표방하던 중동, 서남아 무슬림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별로 관심을 쓰지 않았던 이슬람 세계는 우리에게 전혀 생소하였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만 안주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커졌다. 이제는, 무심했던 지역이나 소외되었던 지역 사람들의 의식이나 관습을 포함해서, 특히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세계화, 국제화'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이들 문화에 대한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이해로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어울림 속에서 각기 다른 인식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집단 지성도 창출해 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차이와 다름'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에서 경험과 관점이 다른 문화나 사람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 부터 '알지못했던 것'을 인식하므로서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과 창조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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