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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Oct 20. 2023

문화권별 생활 속 '차이'와 '다름'

2달러 지폐와 6펜스 동전 

교통법규와 '라운드 어바웃', 그리고 좌측통행

서로 다르게 느끼는 색깔과 소리

동, 서양의 숫자 부여 방식 차이

손가락과 관련된 서로 다른 관습의 차이 

위상이 다른 오른손과 왼손 


2달러 지폐와 6펜스 동전

우리의 삶에서 '차이'와 '다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 그동안 배우고 익혔던 지식이나 상식과 다르거나 모르는 게 어찌나 많은지..?! 먼저, 생활 속의 기준이 되는 무게(그램, 파운드)나, 길이(미터, 인치), 속도(마일, 킬로), 온도(섭씨, 화씨) 등 각종 척도의 단위조차 나라마다, 지역마다 서로 다르다. 여행하려고 환전하면, 우리나라 등 대부분 국가는 화폐가 1, 5, 10 단위이지만, 유로나 달러는 $2짜리, $20라는 작은 단위를 추가하여 1, 2, 5, 10, 20 단위로서 편리하게 사용된다. 그런데, 대부분 국가의 화폐는 10진법이지만, 영국에서는 ‘달과 6펜스’라는 소설 제목에서 보듯, 화폐에서도 12진법을 사용항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6펜스라니.. 역사와 전통을 존중한다며 이 나라는 여전히 10진법과 12진법을 병용하는 거다. 


미국 2달러 화폐와 영국 6펜스 주화 

뿐만 아니라,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면 50파운드짜리 2가지가 통용되어 헷갈리기도 한다. 하나는 영국 전역에서 사용하는 공식 화폐이고, 하나는 '스코틀랜드' 지역의 지역 화폐다. 돈 이야기를 더하면, 우리는 물건값 등에, 뭐가 자잘하게 붙는 것을 싫어하여 부가세를 미리 포함시켜 2만 원, 5만 원 등 둬 끝을 소비자에게 편하도록 맞추지만, 미국이나 서구는 2만 원, 5만 원 등 물건값은 물건값이고, 세금은 세금이다. 물건값 뒤에 국가에 낼 세금을 덧붙인다. 그러니, 지불하는 사람 입장에서 계산해 줄 금액이 복잡하다. 동전도 필요하고… 특히, 카드보다 현금을 고집하는 일본에서 여행하고 나면 쓰다 남은 동전으로 주머니가 묵직하다.


교통법규와 '라운드 어바웃', 그리고 좌측통행

외국에서, 차량 여행을 하려면 국가별 교통법규를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유럽의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추월차선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성미 급한 필자는 확 뚫린 1차선을 마냥 달리고 싶었지만, 1차선은 추월에만 이용한다는 말에 꾹 참았다. 도한, 누가 1차선에 있다 해서 2차선을 이용하여 추월하는 것도 불법이었다. 물론, 1차선에서 차가 없다고 느림보 운전을 해도 다른 차량의 운행 방해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다. 반면, 비엔나에서 베네치아로 가다 보면 이태리 북부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한동안 일직선이다. 시속 230Km를 넘나 든다.

 

캐나다에서 의무화된 주간 헤드라이트 점등

그런데, 미국에서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들어가면, 처음으로 차이를 느끼는 게 자동차들이 낮에도 모두 헤트라이트를 켠다는 건데.. 연방정부는 1989년부터 캐나다에서 시판되는 모든 차량에 주간등(Daytime Running Lights) 의무화하여, 일단 시동을 걸면 헤드라이트가 무조건 들어온다. 2021년부터는 테일라이트까지 자동으로 켜졌다. 


이처럼, 현지 교통법규가 나라마다 다르니, 운전대가 좌측 (독일 등 대륙식)인 차에 타던 운전자는, 우측 (영국 등 영연방국가, 일본과 말레이 등 동남아 국가 등) 차를 운전하면, 운전대에 익숙할 때까지, ‘라운드 어바웃 (영국식 회전 로터리)’ 진입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우리나라에도 곳곳에 '회전로터리'가 많이 생겼다. 가끔, 익숙지 않은 상대를 위해 멈춰 주는 차량도 있는데, 여기서는 항상 '회전하는' 차량이 우선이다. 


우측보행 캠페인 (출처: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얼마 전부터 보행 시 '좌측통행' 대신, '우측통행' 캠페인을 벌였다. '좌측통행'은 해방 직 후부터 어릴 적 도덕 교과서에도 강조되었는데, 이게 바뀐 거다. 이런 규정은 자동차 운전대의 위치에 따라 정해져서 영국식 때문이지만, 일본 사무라이의 전통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칼 찬 무사가 칼집을 툭치면 '대결을 신청한다'는 뜻으로, 왼쪽에 칼을 차고, 우측통행을 하면 칼집끼리 부딪칠 수 있어 의도치 않게 싸움이 나서 좌측통행을 강조했다는 거다. 


서로 다르게 느끼는 색깔과 소리

색갈이 주는 느낌도 문화권별로 다소 다른 듯하다. TV 등 언론에서는 주식이라든가 유가 등 각종 지표의 상승과 하락을 표시할 때 눈에 쉽게 띄도록 여러 색깔을 사용하는데, 일본이나 한국은 주가 등 각종 지표가 오르면 '뜨겁게 달군다'는 뜻일까? 빨간색으로 표시하고, 내리면 '차갑게 식는다'는 뜻인지 파랗다. 반면에, 블럼버그 등 서구의 TV에서 각종 경제지표는 올라가면 녹색, 내려가면 빨간색이다. 서구는 녹색을 ‘안전’이나 ‘부러움’이나 시기, 질투의 상징으로 보지만, 빨간색은 ‘금지’의 의미다. 서구는 회계장부에 손해 나면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이건 한자도 유사한데, 회사나 가계에 손실이 나면 ‘적자(赤字)’라고 빨간색 펜으로 쓰고, 이익이 나면 ‘흑자(黑字)’라고 까만색 펜으로 쓴다. 중국과 서구의 적자(赤字) 개념은 손해를 의미하나, 우리에게 빨간색 의미는 상황별로 다르다. 


자연 현상에 대한 표현도 다른 듯하다. 우리는 무지개를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7가지 색으로 표현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6가지, 그리고 프랑스와 중국은 5가지 색깔로 본다. 우리의 눈이 다른 이들보다 색깔 구별력이 뛰어나다는 소릴까? 그리고, 각종 소리의 표현도 다르다. 닭 우는 소리에, 우리는 '꼭꼬댁~ 꼬고'지만, 서구는 '쿠르드~ 꾸르'이고, 돼지 우는 소리는 '꿀~꿀'인데, 저쪽은 '꼬잉~꼬잉'이다. 더 나아가, 음악에서도 서구는 '도레미파솔라시' 7 음계고, 중국은 '궁상각치우'이나, 우리 국악은 12 율이라고 한다. 색깔과 소리에 대한 한국인의 눈과 귀의 예민함이 우리의 K-Pop 아이돌의 한류 인기와 관계가 있을까? 


동, 서양의 숫자 부여 방식 차이

건물의 층수 개념도 0의 개념 때문에 서로 다르다. 건물 층수가 미국, 일본, 우리는 지상층이 1층이지만,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에는 ‘영(零)의 개념이 있다. 때문에, '지상층'(독일어로 Erdgeschoss)이 있고 그 위층부터 1층, 2층 하는 식이다. 나이도 그렇다. 서구인은 태어나면 0살이고, 1년이 지나야 만 1살이 되는데, 우리는 아이가 생겨 엄마 태아 속에서 자랐던 기간을 감안하였거나, 영아 사망률이 높아서 빨리 성장하길 원했던 탓인지, 아니면, 장유유서(나이에 따른 서열 의식) 때문인지, 태어나면 바로 1살이었다. 


유럽 주요 도시까지 거리 표지판

우편물 주소의 지번 등 주소 제도의 시작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 때 '비엔나'에서 시작되었다. 도시 형성이 자연적이냐? 계획적이냐? 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칙은 도로의 좌우를 홀수와 짝수로 나누고, 남에서 북으로 갈수록 커지는 ’ 거리명‘ 지번을 부여하였다. 그런데, 주소를 쓸 때, 서구는 확산형이지만, 동양은 수렴형이다. 서구나 이슬람은 내 집 번지부터 쓰고 다음에 내가 사는 거리명이나 내가 속한 행정구역으로 써간다.

 

하지만, 일본이나 우리는 나보다, 먼저 내가 속한 국가를 쓰고, 그다음 도시, 거리, 동네 그리고 내 집 순으로 기재한다. 즉,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000번지’으로 큰 구역부터 시작한다. 아마도, 우리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덕으로 여겨, ‘우리’라는 존재를 먼저 내세우고, ‘나’라는 존재는 맨 마지막에 두었기 때문일까? 이는 군부대에서 소속을 쓸 때도 유사하다. 사단, 연대, 대대, 중대, 소대, 분대 다음에 ‘나’다. 그러나, 미군은 우리와 반대로 ‘나’부터 시작해서 작은 부대로, 큰 부대로 올라간다. 이걸 보면, 사고의 개념이 우리가 'Top-down'이라면 이들은 'Bottom-Up'이다. 통제와 지시, 평등과 의견수렴의 차이다. 

손가락과 관련된 서로 다른 관습의 차이 

'브레드 피트' 출연의 영화 '바스터즈'(출처: 인터넷)

우리는, 독일과 영국이 같은 서구권이라 모두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줄 아는데, 그들도 각국별로 서로 독특한 관습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같은 문화권이라도 세세한 관습 차이를 알기 어렵지만...


예컨대, 2009년 산 ‘할리우드’ 영화 ‘거친 녀석들(바스터즈)’에는 ‘브레드 피트’ 등 다양한 배우가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군인으로 출연한다. 영화의 장면 중에는 술집에서 독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영국 군인이 독일 군복으로 변장하여, 독일장교와 어울리는 장면을 흥미롭게 이어가는데... 


문제는, 영국인이 위스키 석 잔을 주문하면서 술집 주인에게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검지, 중지, 약지로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이자, 이를 본 독일 장교의 표정이 변한다. 이는 독일인이 3개를 의미할 때 엄지, 검지, 중지로만 표현하는 것과 달랐다. 또한, ‘스무고개’ 게임에서 독일인은 10번째 질문에는 통상 대답하지 않는데, 이를 모르는 영국인이 답변하여 독일 장교의 의심을 산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식의 손가락 모양으로 오해를 빚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우리는 누군가가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면  승리를 의미하는 싸인으로 보지만, 튀르키예인은 이를 보면 '모욕감을 느낀다'고도 하고, 넘버 원을 의미하는 엄지를 척하고 치켜세우면 어떤 그리스인들은 "입 다물어"라는 말로 이해하며, 뭔가 좋은 OK 사인으로 검지와 엄지로 O를 만들면 어떤 프랑스인은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욕한다고 인식하는 식이다. 


위상이 다른 오른손과 왼손 

각 나라마다 관습이 달라 손의 역할도 다른 듯하다. 과거, 학문을 숭상하던 우리 조상도 오른 손잡이가 많았고, 왼손이나 양손잡이가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글씨만 잘 써도 일약 명인이 되던 시절이었다. 한자나 한글은 좌->우 든, 우->좌 든, 상->하로 쓰든 의미가 통하니 굳이 어느 쪽으로 쓰든 상관없지만, 오른 손잡이여야 붓으로 글을 써갈 때, 글씨 모양이나, 써가는 방향에서 더 편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운동을 하면 “남들과 달리하면 안 된다”라며 구박을 했었다. 언젠가, 우리나라 유전공학 기술진이 젓가락 사용 기술로 유전자 분리를 정교하게 했다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 일부 할머니, 할아버지 등 나이 든 세대는 손자뻘 어린아이가 왼손으로 식사하거나 탁구 등 운동을 하면 신기해한다. 


한때 일부 과학자는, 오른손과 왼손의 사용은 우리의 좌뇌와 우뇌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서구의 악기 중에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양손으로 연주하는 자들의 예술성이 좀 나아 보였고, 테니스든, 축구에는 양쪽 손발을 다 사용하는 선수가 많다. 무슬림은 의도치 않게 왼손과 관련되는 우뇌를 억제하였지만, 왼손잡이 비율이 높은 서구인은 결과적으로 우뇌와 좌뇌를 고루 발달시킨 모양새다. 요즘, 젊은 부모는 아이에게 오른손과 왼손으로 뭔가를 시켜 양손잡이로 키우려 한다. 양쪽 뇌를 모두 발달시키려는 노력일 게다. 


엄지 족들의 엄청난 진화(?) (출처: 인터넷)

요즘, 젊은이들은 양손잡이가 아니어도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멀티 태스킹’으로 각종 전자기기를 다루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고객센터의 상담 요원은 전화를 받으며, 컴퓨터로 자료를 뽑고, 도장도 찍었다. 게다가, 이들이 양쪽 엄지를 사용하여 엄청난(?) 속도로 문자를 보내는 걸 보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들의 엄지 손가락은 특별하다. 그런데, 최근에 음성인식 챗GPT가 등장한다 하니... 앞으로 이들 엄지 손가락의 위상에도 큰 변화가 생길까..?  


물론, 문제도 있다. 이렇게 '빨리빨리' 하는데 익숙하다 보니, 아랍 등 타 문화권에 가면 현지인의 여유롭고 느린 속도에 속이 터진다. 그래서, 가끔 인내력을 잃고 손을 내저으며, Hurry, Hurry!”를 외치지만... 이집트인은 우리가 서두르는 모습에 웃으며, 주먹을 가볍고 쥐고 아래, 위로 흔들며 슈와이와슈와이와!”(아랍어로 ‘천천히 천천히’)라고 한다…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그쯤 되면 피식 웃고 말아야 한다. 


무슬림은 한자든 아랍어든 모두 오른손으로 글을 쓴다.

그런데, 좌, 우 방향에 무관한 우리 글과 달리, 영어는 좌에서 우로 글씨를 쓰고, 아랍어는 우에서 좌로 글씨를 쓴다. 중국어, 일본어는 띄어 쓰지 않고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방향을 고려하면 영어라면 오른손이 유리하고, 아랍어는 왼손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은 종교적 교리 탓인지, 굳이 불편한 오른손으로 글을 쓰려한다. 마치, 음식 먹을 때 오른손을 사용하듯이... 우리가 발보다 머리를 위하듯, 자신의 신체라도 왼손은 화장실 전용으로 천시하는 탓이다.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

사실, 무슬림에게는 오른손과 왼손의 용도와 위상 차이가 분명하다. 17세기말, 서구는 이슬람이 서구를 무력으로 개종하려 한다며 이슬람의 공세에 '이슬라모포비아'라는 공포심을 조장했다. 그들은 이슬람의 확장을 “한 손에는 칼다른 손에는 꾸란을!”이라는 구호라고, 일반 서민에게 알리며 이슬람의 '호전성'을 경계하도록 하였다. 이 말의 뜻은 ‘정복당하여 개종당하기 싫으면 싸워야 한다’는 거였다. 


그런데, 오른손에 칼을 줘면, 꾸란을 남아있는 왼손으로 잡아야 하는 모양새인데... 왼손을 천시하는 무슬림이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꾸란을 왼손에 줜다...?” 이건, 말 그대로 어불성실이다. 그리고, 정복지에 대한 무슬림의 '관용성'은 '거대 제국 건설' 전략이었으니.., 당시 서구인은 무슬림을 너무 잘못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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