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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24. 2022

만찬초청, 우의와 친분의 표시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7화)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 - 만찬 초청 행사

스웨덴 무관의 다양한 초청행사  

치즈와 맥주 - 벨기에 무관

디양한 만찬 초청 방식

만찬은 업무의 연장



공동체의 일원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 - 만찬 초청 행사

우리 가운데는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서구인은 ‘차갑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필자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나마, 한국에 거주하는 서구인은 한국인의 따듯한(?) 정서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에 조금 나은 편이지만, 사실 대부분 무심한 편이다. 나름대로, 합리적 개인주의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라 자신의 일 이외의 다른 일에는 무심한 탓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해외에서 살아보니, 미국이나 오스트리아 등 서구인은, 우리처럼 식당에서 모임을 갖기보다, 무슨 리셉션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숙소 만찬에 초대하는 등 여러 가지 친교 행사를 많이 하였다. 이들은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 마음을 열고 각종 행사나 숙소에도 초대하고 교류한다. 사실, 숙소는 굉장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숙소에 초청한다는 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우의와 친분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과 어울릴 때는 업무 이야기보다 기상, 음식, 와인, 스포츠 등 관심 사항과 춤, 음악, 오페라, 스키 등 현지 문화를 함께 나누다 보면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숙소 초청행사는 약간의 문화 차이에 대한 다름을 극복해야 한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동안 첫 느낌은 숙소 만찬에 초청된 이들 중 일부가 우리 집에 들어올 때, ‘신발 벗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는사실이다, 방으로 들어올 때 신발을 벗는 것은 우리 민족의 독특한 관습이라, 통상 실내에서도 신발을 벗지 않는 서구인들에게 ‘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다소 '무례한 요구'였다. 하지만대부분은 처음에는 약간 당황하다가어느덧 슬리퍼를 신고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상황을 재미있어했다. 그들은 신발 벗기는 물론, 음식물 냄새나 맛도 익숙지 않아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초청자를 배려해 주는 성숙함이 있었다. 자신들과 다른만큼우리 음식이나 전통의상을 신기해하고 즐거워하였다우리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탓일까?


사람을 초청해서, 내가 주인이 되는 행사에서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무관으로 부임한 후 첫 숙소 만찬 초청행사를 가졌다. 그동안 보고 배운 대로 식전주 행사를 마친 뒤, 메인 코스로 옮겼다. 그런데, 호스트로서 ‘손님을 위해’ 식탁에서 ‘와인 서빙’을 한다며,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두 병을 들고,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라고 물어보고 따라 주었다. 사소한 것이라 생각할 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당시 그들의 ‘뜨악해하던’ 표정이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만큼, 큰 실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먼저, '화이트‘ 와인을 따르고, 후에 메인 디쉬로 '고기'가 나오면 '레드’ 와인을 따르는 등 2가지 와인을 즐기도록 배려해야 했는데... 와인 문화에 익숙지 않아 서빙 예의를 틀려서 저지른 실수였다. 우리를 떠나 남의 지역에 가면 그들 문화의 세세한 부분까지 에티켓을 배워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에 따르라"라는 말도 있는데...


음식을 나누며 열심히 재미있게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덧 밤이 깊어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저녁 7시 정도에 시작된 만찬이라면 미국인은 대부분 10시 전후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서구인 특히, 프랑스인은 9시쯤 늦게 와서 밤늦게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필자로서는 늦으면 다음 날 일정에 영향이 있기에 빨리 끝냈으면 좋겠는데, 이들은 거의가 12시 넘어서까지 남아 계속 이야기를 나누려 하였다. 호스트 입장에서는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 그런 경험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피 초청 시에는 맨 먼저 일어나거나 맨 마지막까지 있는 것은 가급적 피하려 하였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민폐를 안 끼치려 ‘눈치껏’ 적당히 하는 문화가 있기에... 그리고, 행사가 마무리되어 손님 중 누군가가 떠날 때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한국식으로 “좀 더 있다가 가라”라고 붙잡아도 안된다. 떠나는 사람이 다른 손님들과 배웅인사를 마치면, 나머지는 그대로 남아 환담을 즐기고, 초청자 부부만 조용히 나가 떠나는 사람을 출입문 밖까지만 배웅하면 된다.


다양한 초청행사 - 스웨덴 무관

오스트리아에 함께 있었던, 스웨덴 무관은 필자를 자주 숙소 초청 만찬에 초대하였는데, 매번 행사 방식이 달라서 지금껏 기억에 남는다. 그의 숙소 식탁은 12인용(필자 등 대부분 사람들도 12인 용)이라 부부 외에 항상 5 가족을 초청하였는데 매번 행사 방식이 달라, 참 다양한 만찬 방식을 배웠다. 참고로, '뷔페(Buffet)'는 이들 북유럽 국가가 원조인데, 당시에 음식이 풍부해서라기보다, 약탈하러 갔던 바이킹이 복귀할 때, 남은 가족이 모든 음식을 내놓고 베푼 위로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이킹’ 스타일의 권주 문화였다. 하나 소개하면식탁에, 1인당 12개의 잔과 12개의 서로 다른 조그마한 위스키병(스납스감자로 만든 도수 높은 술및 여러 악보를 준비하여주최자가 선창 하면 따라서 노래하고 한 잔씩 마시는데 매번 노래가 달랐다빨리 취하려고 급하게 잔을 돌리는 우리 폭탄주보다천천히 취하는 바이킹식 권주가가 나름 운치도 있고 재미있어 부인들도 예외 없이 모두가 잘 어울렸다.


산타루씨아 행사(맨 좌측이 인솔 여학생 촛불관 뒷모습)

또 다른 초대는매년 12월이면 본국에서 오는 ‘산타 루씨아 사절단’ 맞이 행사였다. ‘산타루씨아 사절단은 스웨덴의 여러 고등학교에서 선발된 여학생들로서 자국 대사관의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오는 건데, 대사, 공사, 무관 등 대사관 주요 직위자들이 자기 숙소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여 이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란다. 행사는, 인솔 여학생이 머리에 여러 개의 촛불을 두른 관을 쓰고 선두에서 걸으면 동료 여고생 수십 명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그 뒤를 따른다로마 시대의 기독교인 박해를 피해 지하에 숨어 살던 기독교인에게 양손으로 음식을 나누어 주기 위해 음식을 나르는 소녀가 머리에 촛불을 두르고 서빙을 한 데서 연유하는데, 야만에서 뒤늦게 기독교로 개종한 북유럽에서는 꽤 유명한 행사란다. 스웨덴 무관은 자기네 전통에 따라 새벽 일찍(05:00시쯤) 손님을 숙소에 초청하여 이들과 ‘산타루씨아’ 노래를 함께 부르고 촛불 축제를 하였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자 전통 빵인 'Lussekatter'와 따뜻한 와인 'Gloegg'과 함께 들면서 조찬을 함께 하였다. 초청장에 미리 그런 행사내용을 알렸는데, 무심하게 갔다가, 그런 행사를 알게 되어 조금은 멋쩍었다. 항상 초청장을 꼼꼼히 확인해야 되는데..., 밋밋한 초청보다 뭔가 테마를 엮어 초청을 하니 서로 인상에 남고 흥겨움을 더욱 크게 가졌다.


치즈와 맥주 파티 만찬 - 벨기에 무관

어느 날벨기에 무관이 좀 색다른 만찬에 초대하였다초청장에일반적인 정식 만찬이 아닌 치즈 즐기기 만찬이라고 쓰여 있었다통상프랑스식 만찬은 전식진입본식치즈디저트 순의 5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본식 대신 치즈에 주안을 둔 것이었다만찬장에 미리 도착한 동료 무관들과 가족 등 십여 명은 식전주로 맥주를 들고 있었다호스트인 벨기에 무관이 좋은 맥주라며 권하기에 필자도 맥주를 마셨는데그 맛과 향이 좋았다그의 설명은벨기에의 맥주 중에서도 특별히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단다.


벨기에 맥주 (출처: 인터넷 The Story of Belgian Beer)


필자의 상식으로, 와인은 프랑스, 맥주 하면 ‘옥토버’ 페스티벌로 유명한 독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서구를 잘 몰랐던 고정관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맥주 ‘버드바이저’도 본산지가 독일이 아니라, 체코인 것처럼, 비록 나라는 작지만, 벨기에 역시 맥주라면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역사도 있고, 맛과 향이 대단하다. 벨기에가 전 세계 맥주 수출국 중에 멕시코, 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이런 문화를 모방을 잘하는 일본인들이 놓칠 리 없다. 일본 사회도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일본 애주가들은 “일단 맥주부터…(도리아에즈 비루…)”라며, 전원이 맥주부터 한잔 마시고 나서 회식을 시작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맥주가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인 셈이다.


후에벨기에를 여행하였을 때벨기에 사람들이각 맥주 브랜드에 맞추어 해당 잔으로 맥주를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맥주 브랜드가 수십 가지나 되니맥주 가게도 거의 2~300여 개의 잔을 구비하여 주방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그런데, 가끔 이런 잔의 디자인이나 모양이 특이하여 슬쩍 가져가는 사람이 있어서… 재미있는 것은, 맥주잔 도난 방지 목적으로 어떤 가게에서는 주문한 맥주를 내어줄 때, 여성 고객의 부츠 한쪽을 담보(?)로 걸어놓게 하였다. 이 맥주 가게에 가면 많은 부츠도 덩달아 걸려 있어 이 또한 하나의 볼거리다. 이들은 맥주를 안주 없이 마신다. 그냥 맥주 자체의 맛과 향에 더하여 잔의 아름다움까지 즐기는 셈이다.


알다시피, 벨기에는 낙농국가로 수십 가지의 세계적인 치즈로 유명하다. 그날 만찬장의 기다란 식탁 위에는 바게트 빵, 야채샐러드, 살라미와 각종 접시에 담긴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놓여있었다. 통상, 정해진 좌석에 앉아서 웨이터의 서빙을 받는 만찬과 달리, 모두가 식탁 주위에 서서 대화를 나누다가 돌아가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치즈를 골라 조금씩 썰어 빵에 곁들여 먹는 식이었다. 물론, '미니 바'에는 맥주와 와인 등 다양한 음료가 있었고...


그런데마시던 맥주를 가지고 어떤 치즈를 먹으려 하니그걸 본 사람 좋은 안주인인 마리안느가 그 치즈에는 레드 와인이 좋다… 슬며시 자국 와인을 권한다아마도본 식인 치즈에 맞는 술을 권한 것이기도 하고맥주는 안주 없이 그냥 마시는데치즈를 안주로 하는 것이 주변 사람과의 분위기에 맞지 않을 것 같아 미리 힌트를 준 것이었을 수도 있고취향대로 이런저런 음식을 맛보는 행사였지만, 일반적인 ‘스탠딩 칵테일’과 달리, 여러 종류의 치즈마다 하나하나를 자르면서 같이 맛보고 평을 나누며 주인 마담에게 준비해 준 음식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고, 또 그걸로 대화와 웃음이 이어지고… 독특한 분위기로 야간 소란하지만 화기애애하였다. 유연한 언어와 유머스러운 동료들의 재담이 더욱 분위기를 좋게 하였을까? 몇 시간 동안을 그들과 함께하였어도 떠나기가 아쉬웠다.


다양한 초청 방식

무관생활을 하다 보면, 공식 리셉션 이외에 이런 식의 정부 초청이나 각국 무관의 사적 만찬 초청이 많다. 그리고, 현지인인 오스트리아 인사들과도, 개인적으로 숙소 만찬에 초청하여 서로 간에 친교를 나누게 된다. 어느 가을, 오스트리아 군 퇴직 장군이 우리 무관단을 자신의 포도밭에 초청하여 포도주를 담가 보는 특별한 행사를 갖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포도 수확철이 되면 포도를 수확하고, 이를 으깨어 포도 진액을 뽑아낸다. 이걸 2~3일 놔두면 ‘스트룸’이라는 발효 안 된 포도 주스지만 약간 주정끼가 생긴다. 


한잔하고 흥겨워서 팔짱 끼고... 놀다 보면 가까워지고

낮에는 포도를 따서 으깨어 포도주를 담그는 체험을 하고, 밤에는 '비너 슈니첼'(이 나라가 '돈가스'의 원조인데 돼지고기가 아니라, 어린 송아지 고기에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요리)과 감자에 야채샐러드를 먹으며, ‘스트룸’이라는 포도주 반 반인 상태의 주스를 곁들여 를 한껏 마시고 나면, 누구라 할 것 없이 흥겹게 어깨동무하고 전통춤과 노래를 부르며 어울린다. 차갑게만 느껴졌던 그들로부터 친구 같은 정을 느끼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의 초청은 좀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업무추진비가 없거나 제한적이어서 절약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니 답례로 초청하는 건데, 정부 지원 없이 제 주머니 돈으로 초청하기는 벅찰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은 작은 규모로 초청하여 깊은 대화에 치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무관의 경우, 어떤 경우는 집안이 꽉 찰 정도로 손님을 초청해서 스탠딩 리셉션을 방불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비해, 중국 무관의 초청행사는 매우 독특하였다. 대부분 나라에 주재하는 중국 대사관 직원은 큰 빌딩에서 함께 생활한다. (주)오스트리아 중국 대사관의 경우, 장성급인 무관 숙소는 그나마 약간 독립적이었고, 전문 요리사가 있어, 꽤 괜찮은 중국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공산주의답게 무관이 대사에게 행사 계획을 보고하면 대사관에서는 그날 행사 성격에 맞추어 필요한 서빙 인원과 음식 지원은 물론, 대사관 소장 도자기, 그림 등 문화 예술품까지 장식용으로 지원해 준단다. 지원 인원도 모두 대사관 직원이고, 모든 게 국가 소유라... 일견 효율적으로 보였다.


이런 초청행사나 음식 문화라면 일본도 세계적이다. 비록 날 것을 잘 먹지 않는 유럽인도 일본 무관 숙소에 가면 꼼짝없이 초밥을 먹고 기모노를 입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장신구나 그림 등에 대해서 알게 되고, 덩달아 일본 문화를 좋아하게 된다. 일본 무관의 초청에는 친절함과 환대 외에도 외교관으로서 굉장한 치밀성이 있었다. 우리는 인정하길 꺼리지만, 일본의 문화에 매료된 세계인들은 매우 많다. 그리고, 그런 매력을 느끼게 할 만큼 성의를 다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다.


만찬은 업무의 연장

이런 영향으로, 필자의 초청 만찬도 점점 진화하여 피초청자 부부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신랑, 신부 대례복을 입히고 사진을 찍어주는 등 여러 가지 여흥을 별도로 준비하였다.


숙소초청 만찬 후에 대례복 입히고 찰깍

그런데, 행사 자체는 좋아 보이지만, 사실, 내면의 모습은 힘들다. 남이 초청하면 나도 초청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이런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것을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준비하고 성과를 내어야 하고, 때로는. 아내나 아이들까지 힘들게 만든다.


필자 내외가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했다기보다, 자주 어울리며 해외생활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려고 노력하였다. 어떤 이는, 매일같이 이런 행사를 하냐?”라고?” 묻는다. 매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의 만찬에 초청 혹은 피 초청되어, 사람들과 친교를 나누면 업무가 훨씬 부드럽다. ‘업무의 연장’인 셈이다. 


만약, 숙소 초청이 여의치 않을 경우는, 지역 내 명소에 초청해도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는, 과거의 영광과 전통은 살아있어, 특산 음식을 포함하여 독특한 문화 자산이 많이 있다. 다만, 준비 없이 수동적으로 가게 주인에게 맡기는 모습보다 가게의 장점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려 피 초청인에게 기쁨을 준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이다. 그저 괜찮은 식당에 가서 밥값만 내는 것으로는 피 초청인의 감동을 얻기 어렵다. 그건 단순한 식당 소개에 불과한 일이니까…

대사관은 본국에서 손님이 오면, 공식행사 후 문화소개를 겸해, '비엔나'의 ‘그린칭(Grinzing)’에 있는 전통 포도주 ‘선술집(호이리게)’을 소개하였다. 나중에, 국회의장까지 지낸 분이 장관으로 '비엔나'를 방문하였다. 소탈한 분이어서 선술집으로 모시고 저녁식사 여흥으로, ‘아코디언’ 악사에게 '처녀 뱃사공' 등 장관님의 애창곡이라는 우리 한국 가요를 악보를 주고 연주를 부탁하였다. 이 나라에서는 웬만한 악사라면 프로급이다. 신나는 연주로 모두가 흥겹게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관광 가이드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중에는 그 일대의 수십 개의 '호이리게' 집에서 한국가요 소리가 울려 나오고, 한국인 관광객이 가득하여 실소를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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