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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an 12. 2023

보며 느끼는 태양신의 왕국 '이집트'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이집트, 제6화)

'죽은 자'의 무덤 문명

예술과 정치의 교묘한 조합



'죽은 자'의 무덤 문명

앞서 보았듯이, 오스트리아가 정통 유럽 문화와 기독교(구교)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다양한 실용성을 즐기는 살아있는 자들의 차분한 ‘겨울 왕국’이라면, 이집트는 작열하는 ‘태양신’의 고대 왕국으로 온통 '무덤 문화'로 덮인, ‘사후 문명’을 보면서 고대를 느끼고, 경건한 이슬람 사회를 체험하는 ‘여름 왕국’이다. 덕분에, 현지에 가면 알아야 하는 문화와 규범은 굳이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적 배경이나 차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찬 겨울과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다르다. 


인류 문명의 4대 발원지 중의 하나로 유명한 이집트는 전체 국토 중 나일강 주변과 하류 나일 삼각주 일대를 제외한 전 지역이 사막화되었고, 특히, 북위 30도에 위치한 '카이로'는 무덥고 황량한 아열대 사막기후 지역이다. 하지만, 나일강가와 나일 삼각주 일대에는 초록색이 제법 있고, 망고와 대추야자가 꽤 많이 나는 편인데 그런대로 먹을만하다대추야자는 11월쯤이면 나온다. 그런데, '카이로' 일대에는 피라미드를 포함해서, 굉장한 문화유적이 남아있어 이때쯤이 관광 성수기로 전세게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이 이들 유적을 찾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각국 대사관에 문화유적 관광패스를 내주었다. 이 패스를 소지하면 10여의 동반인과  모든 유적을 무상으로 그리고, 현지 공무원의 안내와 필요시 주차까지 요청할 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문화 패스였다. 다만, 카이로 국립박물관과 쿠푸왕 피라미드 옆 백향목으로 만든 배 박물관 등 외국 지원 자금으로 만들어진 2~3 개소는 유상이다. 예컨대,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내부 관광이 매일 선착순 수 백여 명으로 제한되지만, 이 패스를 가진 필자의 동행자들은 인원제한과 별도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대사관에 4장의 패스가 있어서 공식 방문단에게 사용하였다)   


‘스핑크스’ 쪽에서 바라본 ‘쿠프’ 왕의 피라미드가 저 멀리 작게 보인다(스핑크스는 그리 크지 않다)

수천 년 전부터 ‘태양의 신’의 아들(왕)들이 있었다는 이 ‘여름 왕국’에는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붐비지만, 피라미드이나 신전은 모두 '사후의 여행'이다. 고대 이집트 신 ‘오시리스’는 이승에서는 '생명을 주는 자'고, 저승에서는 '구세주이자 죽은 자를 심판'하는 자비로운 존재이다. ‘오시리스’가 죽음에서 되살아나듯, 이집트의 왕은 자신도 '영생'을 얻으려고 사후세계에 대비하였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이로’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투탕카멘’의 유물과, ‘카이로’ 외곽 ‘기자’‘기자’ 지역의‘스핑크스’와 ‘쿠프 왕’의 피라미드, 그리고 룩소르의 '왕가의 무덤 등을 보면 그런 모습을 알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는 가장 큰 피라미드로 알려진 ‘쿠프 왕’의 피라미드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일일 입장객을 제한한다. 피라미드는 가까이 가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거대한 돌로 만든 산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수천 년 동안 온갖 인간들이 이 거대한 유산을 함부로 훼손하여 중상층 부까지의 겉 자재들은 거의 다 뜯겨 나갔다. 그리고, 지금껏 피라미드 출입로를 찾지 못하여 도굴꾼들이 만들어 놓은 통로로 내부 석실까지 올라갈 수 있다. 


내부 석실로 올라가는 좁은 오르막 계단

더운 날씨에 좁은 통로의 오르막 계단을 몸을 숙이며 올라가니 쉽지 않다. 사면이 막힌 곳인데 환기가 잘 되는 듯 공기의 질은 괜찮은 듯했다. 그런데, 석실에 올라가면 돌로 만든 뚜껑없는 관만 덜렁 놓여 있어 약간 허전하다. 어떤 이들은 피라미드의 정기를 받는다며 이 관속에 드러누워 보기도 한다. 하지만, 피라미드 내부 석실에서 볼 수 있는, 내부 천장에 사용된 석재 가공의 정교함은 5,0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도저히 보기 어려운 정교한 기술이었다. 아버지와 이들의 이들 ‘기자’의 피라미드 이외에도 이집트 전역에는 크고 작은 피라미드가 100여 개(?)나 있다. 고대 피라미드 유적에 관심이 있으면, 사막의 열풍을 맞으며 낙타를 타고 조금 더 내륙 깊숙이 가면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수천 년 동안 제작된 여러 형태의 피라미드들도 둘러볼 수 있다. 


예술과 정치의 교묘한 조합

피라미드 부근에서 카이로 소재 미국국제고등학교 (CAC)가 졸업식 행사를 하고 있다

피라미드 주위에는 이 건축물이 갖는 상징성으로 폭염가운데서도 많은 행사가 이루어진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은 이 거대한 인류 문화유산에 매우 관심이 많다. 우리는 서구만 '오페라'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의 ''카이로''에도 거창하고 커다란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그곳에서도 오페라 공연을 자주 한다. 이집트가 오랫동안 서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탓도 있고, 비즈니스로 거주하는 서구인이 많아서다.


매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 승리 기념일'은 이집트의 자존심을 회복한 승전 기념일이다. 지금껏 군부 독재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대통령으로부터 말단 부대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승전축하 행사를 벌인다. 2004년 10월, ‘무바라크’ 전 대통령 영부인 '수잔 무바라크' 여사는 '승전 기념일' 행사를 자축하기 위해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아이다’를 피라미드를 무대로 야외공연을 하게 하였다. 오페라 ‘아이다’는 이태리의 ‘베르디’가 작곡한 유명한 곡으로,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 축하를 위해, 당시 이집트 왕이 지은 '카이로' 오페라하우스 개막행사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개막식에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황태자가 참석하였다.

 

1908년 미국에서 공연된 '아이다' 포스트(출처: 위키피디아)

그런데, 고대 에티오피아 '아이다' 공주와 '라다메스' 이집트 장군의 사랑이야기가 스토리이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다' 공연은 룩소르 신전이나 카르낙 신전을 무대 배경으로 만들어하는데... 실존 피라미드 배경은 약간 특이했다. 아마도, 피라미드만큼 웅대하고 위대한 이집트를 꿈꾼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문화를 일군 고대 이집트 원주민은 어딘가로 이주하여 버렸고, 현재 이집트인은 7세기경 아랍이 팽창할 때 들어온 아랍인들이다. 따라서, 현지인의 관습과 형태로 고대 이집트인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이집트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오페라에 초청받은 필자 내외는, 야외무대라고 생각지 못하고 시내의 국립 '오페라하우스'로 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당황했다. 다시 확인하니, '카이로' 남부에 있는 ‘기자 (Giza)’의 ‘쿠프’ 왕 피라미드 옆에서 공연한다고 하여, 운전기사가 다시 도심을 가로질러 빠른 속도로 달려 피라미드 입구로 달려갔다. 그런데, 검문소의 초병들이 입장 시간이 지났다며, 입장을 막는다.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전승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외국에서 온 사절이다문 열어라!”라는 운전기사의 기지로 지정된 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내외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었다. 대부분의 독재국가에서는 무슨 행사를 하든지 괜스레 지나치게 통제하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행사를 자축하는 이집트 총참모장의 위대한 이집트를 내세우는 아부성(?) 방언에서 보듯 행사의 성격은 정치성을 띠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페라의 재미나, 국가 경제력이나 이슬람과 무관하게, 사막 한가운데서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수백 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방대한 규모의 오페라를 연출한 '수잔 무바라크' 여사의 무대 스케일은, 놀라웠고 매우 인상적인 저녁이었다. 하지만, 스토리를 아는(?) 오페라지만 아랍어로 진행하여 지루하게 지낸 사막의 밤은 너무 추웠다. 이집트에서 야외 밤 행사가 처음이라, 더운 낮 기온을 생각하고 여름 양복만 입고 갔다가 정말 얼어죽을 뻔(?) 했다. 사막은 밤낮의 기온차가 극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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