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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an 13. 2023

'나일 쿠르즈'로 고대 유적지 탐방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이집트, 제7화)

이집트 여행 '나일 크루즈'

위대한 인류 문화유산 탐방

문학 작품과 나일 크루즈를 연결하는 싫지 않은 상술

아부심벨과 람세스



이집트 여행 '나일 크루즈'

어느 나라든 군사외교활동에서 무관단의 연중 주요 행사 중의 하나는 무관단 여행인데, 이는 주재국 국방부가 무관단에게 주는 당근으로 모두가 가장 기다리는 행사이기도 하다. 주재국은 연중 무더운 나라이지만, 그래도 1월이면 제법 날씨가 좋은 편이다. 필자가 부임한 첫해에 주재국 국방부는 이집트 공군의 수송기를 제공하여, 주재 무관단과 그 가족에게 룩소르 / 아스완 / 아부심벨 지역에 대한 문화 체험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일강 연안의 이들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지 명소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상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어서, 모두의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이집트인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이슬람은 우상숭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IS(무장단체 이슬람 국가)나 아프간 탈레반 반군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우상숭배 거부를 명분으로 인류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표면적 이유는 교리에 충실한다는 이슬람 주의자 선전용과 존재감 과시를 들 수 있지만, 유물 밀거래 의혹도 있는 듯하다. 어쨌든, 시리아와 이라크에 걸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이집트에 산재한 고대 이집트 문명이 모두 이슬람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은, 아랍권 주민에 의해 언제든 "이슬람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명분하에 파괴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우리의 방문 직전 룩소르 지역에서 서구인 관광객이 테러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집트 군은 우리 일행을 안전상의 이유로 '아부심벨'에는 가지 못하게 하고 경호를 명분으로 엄격하게 통제하여, 여러 가지로 불편한 상태에서 겨우, 카이로 일대의 피라미드 유적지만 답사하는 것으로 첫 해 무관단 여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일강 크루즈선

많은 아쉬움을 남긴 터라, 이듬해 행사에는 모두 기대가 컸었다. 주재국 국방부도 그걸 느꼈는지,  '나일 크루즈'라는 전세 유람선을 이용해서 4박 5일간 나일강 투어를 하고, 다시 이집트 공군기로 시나이 반도를 들린 뒤, 카이로로 복귀하는 방안을 제의해 왔다. 크루즈 투어로 경제적 부담이 약간 늘어나서 일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그 투어의 유용성과 국방성의 항공기 지원으로, 가족들 포함 거의 80여 명이 여행에 참여하였다. 사실, 이집트 국방부로서는 돌아오는 항공편 제공만으로 생색을 내었지만, 모두의 관심은 고대 이집트를 관광하려는 많은 외국인처럼 5성급 호텔이라는 ‘나일 크루즈’ 관광에 있었다.


그런데, 이집트를 여행할 때는 '배앓이'를 조심해야한다. 나일강 하류의 물은 오염이 심하다. '카이로'를 방문하는 사람 중에 나일강 물을 만지려는 사람도 있는데 관광 안내요원은 “물을 절대 만지지 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일반 물도 절대로 마셔서는 않된다. 특이하게, 이런 물은 우리에게 맞지 않은 것 같다. 전문가 말로는 이집트 등 중동과, 파키스탄과 인디아 등 서남아시아의 물속에 무슨 토착형 ‘아메바’ 균이 있다는 거다. 한 번 걸리면, 여행이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다. 그러므로, 이들 지역을 여행하는 외국인은, 면역성이 강한 현지인과 달리, 마시는 물은 반드시 시판용 생수를 사다 먹어야 하고, 심지어 호텔 뷔페에서 나오는 싱싱한 야채 샐러드조차 오염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야 한다. 필자는, 야채는 웬만하면 먹지않고 익힌 음식 위주로 먹었다. 만약, 섭취할 때는 꼭 레몬이나 소금, 식초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문학 작품과 나일 크루즈를 연결하는 싫지 않은 상술

크루즈 여행의 좋은 점은 크루즈 선에서 숙식하며 편안하고 쾌적하게, 남쪽 방향 나일강 상류를 따라 5~10여 일 동안 이동한다. 크루즈는, ‘카르낙’ 신전과 ‘왕가의 무덤’이 소재한 ‘룩소르’를 거쳐 ‘아스완’ 댐까지 내려간다. 사실,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 그리고 왕가의 무덤 등은 워낙 유명한 명소로 두세 번 가도 다 못 본다. 그리고, 단체여행이라 동료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룩소르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에서 신전들을 둘러볼 수도 있다. 그리고, 행사가 없는 낮 시간에는 유유자적 항해하는 뱃 창문을 통해 강 주변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지루하지 않다. 


룩소르를 지나 아스완으로 항해하는 동안, 육로로 접근하기 어려운 나일강 연안의 ‘악어신전(콤 옴보 신전)’ 등 각종 신전과 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이 신전은 악어머리 형상을 한 신을 호로스 신에게 바쳐진 것이라해서 악어 신전이라 한다. 이곳에는 나일강 수위를 측정하는 도구가 있다. 역사가 헤르도투스의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는 말처럼, 나일강의 홍수와 범람은 엄청난 퇴적물을 남겼고, 이는 곧 바로 농산물 생산량과 직결되었다. 나일강 수위는 위정자에게 세금을 징수할 기준을 주었던 것이다. 토목과 측량학이 발달한 이유였다. 


카르낙 신전의 거대한 석주들

그런데, 문학을 여행과 결부시키면 여행지가 더 공감이 간다. 탐정 소설 60여 편 등 역사상 가장 많은 소설을 판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추리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는 고대 이집트의 '아부심벨'을 배경으로 한 '나일강의 죽음 (Death on the Nile)'이란 작품으로 유명하다. 영국 부유한 시골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아스완에서 보낸 적이 있고,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서 발굴 여행을 한 경험으로 중동지역을 잘 알고 이 작품을 썼다. 우리와 동행한 안내자는 여행 내내 관련되는 장소와 스토리를 들려주어 흥미로웠다.  


크루즈를 타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일부 기항지에서는 삼각 돛대를 단 옛 요트인 ‘펠루카’를 타고 바람을 이용하여 강을 거슬로 올라가는 경험도 하고, 평소에 육로로 갈려면 큰 마음먹지 않고는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갈 때는 배에서 내려 당나귀 마차로 이동하는 등 많은 유적지들을 배를 타거나, 내려서 방문하는 동안 마차를 타고 지역 살이도 자세하게 둘러볼 수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집트 삼각 돛단배 펠루카

여행 중, 한 가지 재미있는 모습은 아침부터 현지인 소년들이 동그란 1인용 작은 보트를 타고 와서 비닐봉지에 넣은 '갈라비야'를 경쟁적으로 흥정하는 건데.. 매우 이색적이었다. 이들은 그날 밤에 우리가 선상에서 이집트 전통복 '갈라비야 입고 만찬하기' 행사가 있음을 미리 알고 팔러 오는 거다. 이들을 귀찮아서 피하면 다음은 어른들 차례다. 이들은 배 아래에서 물건을 보여 준 다음, 조금이라도 관심을 표시하면 큰소리로 값이 얼마라며 크루즈 위로 비닐에 싼 '갈라비야'를 던져준다.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보트로 돌려주어야 하는데 여행객인 우리로서는 아래 작은 배에 앉아있는 그들에게 제대로 던져주지 못하니 물에 빠지기 일 쑤였다. 그래도, 웃으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 보는 사람들도 그 모습에 재미있어하고... 크루즈 선에는 이런 행사를 포함하여 매일 저녁마다 전통음악 공연이나 전통춤 '배꼽춤(벨리댄스) 관람 등 여러 이벤트가 있어 지루함을 덜 수 있었다.

  

아부심벨 람세스상

크루즈 여행의 마지막은, ‘아스완’에서  ‘엘레판티네’ 섬, 필레 신전을 보는 것이다. 이게 나일 크루즈의 대미다. 배에서 내린 후, 우리는 ‘아스완’ 댐을 둘러보고 아스완 공항에서  ‘아부심벨’까지 민간 비행기로 이동하여 ‘람세스’ 상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서, 이집트 공군 비행기로 시나이 반도에 들린 뒤, 다시 ‘카이로’로 복귀하는 코스였다. (시나이 반도 중앙에는 민항기 공항이 없다) 시나이 반도 관련 이야기는 다음 편에 기술한다. 


'아부심벨' 신전은 정말 인상적인 곳이다. 암벽을 60여 미터나 파고 들어간 동굴 속의 신전에 햇빛이 깊숙이 비치도록 했다니 우리나라 석굴암과 비슷한 개념인데... 규모나 벽면에 새겨진 조각들은 크고 정교했다. 그런데, 신전 입구에 있는 람세스 왕과 네페르타리 왕비의 청년기, 장년기 4기의 조각상은 그 규모가 어머어마하다. 신전 가까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라는 나세르 호수는 아스완 댐 건설로 생겼다. 나세르 이집트 초대 대통령이 구 소련의 도움에 힘입어 주변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 댐을 건설하였다. 그 때문에, 많은 고대 유적들이 수몰 위험에 처했다. 그중 아부심벨 신전은 그 가치가 워낙 커서 유네스코(UNESCO)가 수몰되기 직전 원래 위치에서 65m 더 높은 곳으로 이전하여, 복원하였다는데... 신전과 석상들을 보노라면 이게 어떻게 복원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어떻게든 보존하려는 유네스코(UNESCO)의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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