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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an 30. 2023

'요르단' 이야기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이집트, 제21화)

겸임국 요르단과 무관부 개설 

같은 예산 다른 사용 외교부, 국방부

겸임국 국방부의 무관단 문화소개 여행 



겸임국 요르단과 무관부 개설 

겸임국은 무관이 주재하지 않더라도, 무관 업무를 주재국과 똑 같이 보장한다. 당연히, 아그레망을 받아야 하고... 무관은 겸임국에 통상, 주요 사안이 있을 경우 본부의 승인을 받고 출장을 가는데... 유럽 국가처럼 서로 가까운 나라라면 여러 가지 교통수단이 가용하니 큰 문제가 없으나, 아프리카의 이집트에서 아시아의 요르단으로 가는 육로는 인접국 이스라엘을 거쳐야 하니 쉽지 않았다. 다만, 항로와 해로는 가능하다.      


2003년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었고, 2004년에는 이라크에서 김선일 피랍 및 피살 사건이 발생하자, 부쩍 이라크 접경인 요르단으로 가야 할 일이 많아졌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이라크 정부 인사들이 물갈이되는 한편, 반정부 단체의 반미활동이 격화되면서, 한국으로서는 진정한 의미의 이라크 내 주요 정보 접근에 제한되었으며, 이집트나 요르단 등 주변국도 이라크 반정부 단체에게 압력을 행사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2004년 7월 말 '압델라' 요르단 국왕의 한국 방문 시, 우리 대통령에게 자국에 "무관부를 개설하라"는 조언을 주는 바람에 국방부가 요르단에 무관부 개설을 서둘렀다. 많은 이들은 중동 국가에서 군인이 갖는 위상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도 있으나, 이들 나라에서는 하나같이 군부의 위상이 대단하다.


요르단 측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국방부의 요르단 무관부를 개설은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었다. 개설을 준비하는 며칠 동안, 요르단 대사 및 직원들도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주재국 인사와 외교를 위한 여러 가지 조언도 주었고... 그런데, 대화 중 외교업무 조언에서, 신임 무관 부인이, 갑자기 다소 과격한 제스처와 함께 “청국장을 끓어주겠다”라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아마도, 첫 해외 근무자에게 너무 많은 조언이 주어져서일까? 그녀의 주체적인 무모한(?) 발상에 많이 놀랐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니, 청국장도 '현지화' 하는 등 점진적인 접근 방법이 좋을 것 같다는 젊잖은 충고가 이어졌다.


(주)요르단 한국 대사는 무관부 개설일에 맞추어 ‘한국의 날’ 리셉션 행사를 준비하였고, 필자 내외와 후임 무관내외도 리시빙 라인에서, 요르단 합참차장 등 많은 국방성 고위간부들을 맞았다. 국왕의 관심이 있어서였겠지만, 정보교류회를 하여서인지, 많은 요르단 군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바람에, 대사가 이를 "유례가 없는 일이다"라며 무관에게 감사하여 괜스레 좀 머쓱하였다.


같은 예산 다른 사용 외교부, 국방부

무관부 개설과 '정보교류회의'를 마치고 이집트로 복귀하려고 인사하니, 요르단 대사님도 마침 카이로에서 '중동지역 공관장 회의'가 있으니 "같이 가자"라고 한다. 함께 차를 타고 같이 '암만'공항으로 갔지만, 대사는 VIP 통로에서 내리고 무관은 일반 대합실로 이동해야 했다. 대사관에서 미리 VIP 라운지를 유로로 예약해 놓아 같이 이용할 수 있었지만, VIP 라운지는 Business 통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Business Class 항공권을 가진 대사와 달리, Economy Class 항공권을 가진 무관은 다시 짐을 갖고 일반 출국 라운지로 가야 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있었다. 요르단은 나라는 작지만, 이집트보다 국민소득이나 국가 인프라 수준이 높아서 많은 이집트인들이 취업해 있다. 자연스레, 암만-카이로 항공선 구간은 늘 붐비었다. 일반 출국장으로 가니, 공항 청사 바깥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상황이라 그 속에서 마냥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다. 아! 그때 느꼈던 참담함이란… 불행 중 다행으로 마침 그 장소를 지나던 대사관 타 기관요원이 나타나 외교관 전용 pass 앞으로 안내하여 시간에 맞추어 탑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이로' 공항에서 또 문제가 생겼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외교관 전용 Pass를 통과했지만, 수하물 처리장에서 짐이 안 나온다. 카이로 공항의  baggage claim은 수동식 처리와 많은 양의 수하물 때문에 한국과 달리 엄청 늦게 짐이 나온다. 


우리 공관까지 요르단 대사님과 마중 나온 필자의 차량으로 함께 가기로 했는데… 하지만 필자의 걱정과 달리, 이집트 공관에서는 미리  VIP Launge에 사용 신청을 해 놓았고, 대사관 현지 직원들이 짐을 찾도록 해 놓은 덕에 도착한 대사들은 대기하고 있던 대사관 차량으로 먼저 공관으로 이동해 버렸다.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나오니 그런 상황이었는데, 외교부와 함께 근무하는 국방무관으로써…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1997년 오스트리아 무관으로 부임 시까지 무관들도 Business Class를 이용하였다. 하지만, IMF로 한 순간 Economy Class로 강등된 이래, 일체의 항공권 upgrade는 승인되지 않는다. 심지어는 겸임국 방문도 사전 승인제로 바뀌어 예산이 늘 여유롭지는 않다. 처음에는 외교부도 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그들의 대응 방법은 달랐다. 외교부 직원 대부분은 언젠가는 해외 근무를 해야 한다. 모두가 같은 입장이니, 누군가로부터 뭐가 불편하다고 접수된 사항은 '언젠가 나도 당할 수 있는 일'이므로 상, 하가 똘똘 뭉쳐 해결하고야 만다. 국방부는 반대 상황이다. 수 십 개 국가에 무관이 파견되어 있지만, 본부에서 예산을 처리하는 이는 군무원으로서 이들은 감사 목적 이외에 평생 가야 해외 근무를 할 일이 없다. 그런 그들에게 해외 근무 무관들의 어려움은 결코 나의 일이 아닌 것이다. 뭐라도 건의하면 왜 그리 더디고 잘 안 되는지... 외교부의 일사분란함이 부러웠다.     

필자가 있을 당시, 한동안 요르단 군은 대공 방어 능력 증진에 주력하였다. 관련 방산 물자 수출과 관련하여, 필자는 L 모 그룹의 특정 장비 수출 건으로, 겸임국 공군과 잦은 접촉을 가졌다. 하지만, 결국은 우리 국방부와 업체 간의 구형 발칸포에 대한 입장 차이로 무산되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터라 아쉬웠다. 겸임국의 형편에 비해 경제 수준이 높은 한국 업체들의 무리한 기대심리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무관은 어떤 경우에도 모든 방산수출 건에 대해서 일체의 영웅심이나 욕심을 내어서는 안 된다. 업체의 요구에 휘둘릴 필요 없이 항상 최우선적으로 국방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국방부를 대변해야지만 엉뚱한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다.


겸임국 요르단 국방부의 무관단 문화소개 여행 

요르단 국방부도 다른 나라처럼 문화소개로 무관단 여행을 주관한다. 그해 무관단 여행은, 암만(Amman) 성과 근교(마인 온천 폭포, 사해바다), 왕의 고속도로, 페트라 지역 투어, 아카바 항과 '와디 럼' 사막 속의 암벽화 탐사 등이 주요 방문지 였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출발길에 잠시 들러본 옛 도성인 암만성은, 구약성경에서 '다윗' 왕이 그의 충신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탐하여 계략에 의해 '우리야'가 전사하게 한 곳이다. 


요르단 '마인' 온천폭포(출처:두피디아)

수도 '암만'에서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사막지역 산속에 '마인' 온천폭포가 있다. 사막지역에 폭포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물은 온천수이다. 그래서, 온천수가 떨어지는 세계 유일의 온천 폭포로 유명하다. 폭포수 높이는 약 50여 미터 정도이고 물 온도는 섭씨 50도 정도로 우리 네 온천탕의 열탕 못지않다. 일단 폭포수 밑에서 온천 수를 즐길 수 있으나, 남과 여의 이용시간은 구분된다. 여자들이 먼저 하고 나면, 다음에 남자가 들어가는 식이다. 주변에 호텔 등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 차로 서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염수호 사해 바다의 남쪽 끝부분에 다다른다. 요르단 사해바다는 바닷가에 면한 '마리오트' 호텔 등이 있어 인프라는 나쁘지 않았다. 날씨도 좋고 바다 전경도 훌륭하다. 호텔은 사해바다에서 '둥둥 뜨는' 체험할 때, 바다 바닥이 소금 퇴적물로 발을 다치지 않도록 아쿠아 슈즈도 빌려준다. 그리고, 소금물이 너무 강해 피부가 따가우니 잘 씻어내야 한다. 나중에, 개인적으로 여행한 이스라엘 측 사해바다와 비교해도 요르단 사해바다의 인프라는 거기에 결코 못지않았다.


페트라 '알 카즈네' 신전 조각상(출처: 중앙일보)

다시 여기서, '왕의 고속도로'라는 요르단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300여 킬로미터를 더 달리면 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페트라'에 도달한다. '붉은 도시'라는 '페트라'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촬영장소이며, 현 '압델라' 국왕이 왕세자 겸 공군 조종사 시절, 직접 헬기를 조종하여 '캐시'라는 미국의 NBC 앵커 등을 태우고 관광시키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로 떠오른 지역이다. 지금은 매년 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페트라' 입구부터, '페트라'를 대표하는 '알 카즈네' 신전까지 가려면 '시크'라는 협곡을 통과해야 한다. 협곡 양쪽은 붉은색을 띠는 거대한 암벽인데 이 사이에 난 구불구불한 1.2킬로미터의 길로 30~40분 정도 가면 통과할 수 있다.  여기를 통과하면 '보물창고'라는 뜻의 지닌 '알 카즈네' 신전을 대면하게 되는데, 그 순간 "아~"라는 감탄사 외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장엄한 신전처럼 보이는 건물은 건물이라기보다 돌산 하나를 사람이 조각해서 만든 헬레니즘 건축양식의 건물이다. (조각 안으로 들어가 봐야 아무것도 없는 좁은 공간이지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여섯 개의 기둥은 화려한 코린트 양식으로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만들었다는데 너무 정교하여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신전은 도시의 입구일 뿐이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은 지역이 나오며 수도원 등 여러 건물이 있고 고지로 올라가면 희생물을 바치는 제단과 멀리 보이는 주변 산악 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페트라'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남쪽으로 가면 이 나라 유일의 항구도시인 '아카바'에 도달한다. '아카바'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군항이며 이스라엘과의 중동전쟁에서 자주 등장한다. 홍해바다에 면한 도시답게 아름다운 비치도 있고 스킨 스쿠버도 가능하다. 우리 무관단은 이곳에 1박 하고 다음 날 '와디 럼' 사막을 다녀왔다.

 

요르단의 '와디 럼' 사막 

'아카바'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가면 가면 '와디 럼'이라는 거대한 바위산과 황량한 사막이 있는데, 여기에는 선사시대 유목민이 남겨놓은 암벽화가 유명하다. 이곳은 '아카바' 항구와도 가까워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었고, 모래 속의 금속이 산화하여 붉은색을 띠는 사막이라 마치 화성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마션'이라는 SF 영화의 주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와디 럼' 모래폭풍

한 가지, 놀랐던 일은 사막 속 고대인의 암벽화를 보고 '아카바'로 돌아오던 중, 우리는 '깜씬'의 일종인 그 무시무시한 "사막의 모래 폭풍"과 맞닥뜨렸다. 슬기로운 운전기사의 침착함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바람에 대형 버스가 흔들리고, 모래 먼지로 앞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인 데다, 아스팔트 도로가 모래에 묻히거니 곳곳에 모래더미가 쌓여 있어서 이를 치우고 벗어나느라 모두들 초긴장하였다. 가족들도 함께 있어서 더욱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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