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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an 05. 2023

'잘츠부르크'와 '에델바이스'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16화)

'호헨 잘츠부르크' 성과 '미라벨' 궁전 - '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속 장면을 따라서


필자가 어릴 적 '더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에 매료되어, 그렇게 아름다운 촬영 지역에 가고 싶다는 욕망으로 독일어 공부에 정진하였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하였다. 혹자는, 자연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곳은 캐나다이고, 사람이 자연과 인공물을 조화롭게 만든 가장 아름다운 곳은 오스트리아라고 한다. 사실, 대부분 촬영지는 잘츠부르크와 그 인근 잘츠캄머굿에 있다.

독일어로 잘츠(Salz)는 '소금'이고, 부르크(Burg)는 도시이니 '소금도시'이다. 실제, '잘츠부르크'의 근교에는 '소금 광산'이 있어 유료 체험코스도 있다. 중세 유럽에서 '소금'은 내륙 지역에서는 금처럼 귀한 존재여서 잘츠부르크는 소금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곳이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 (Salzburg)'까지는 자동차로 몇 시간 거리다. 잘츠부르크로 다가가면 542m의 높다란 절벽 위에 있는 '호헨 잘츠부르크' 성이 압도한다. 성 위로 가는 길은 서울 남산에도 있는 경사진 엘리베이터를 탄다. 성에는 대부분 유럽 성들처럼, 대포와 우물, 교회가 있다. 끔찍한 고문 도구도 있고... 그리고, 성에서 좌측 한편을 내려다보면 조그마한 호수가 있는 영화 속 가족 '게오르그 폰 트랩' 대령의 사가가 멀리 보인다. 지금은 타인 소유로 접근 금지다. 여기서, 내려오면 영화 첫 장면 등장하는 수녀들이 있던 베네딕트 수도원이 있고, 영화 후반부 나치에게 쫓기던 '트랩' 가족들이 숨었던 '페터'성당의 묘지석도 있다. 그리고, 영화 속 마리아와 아이들이 커튼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달리는 곳은 '잘차흐' 강변이다. 


'미라벨' 가든(앞)과 '호헨 잘츠부르크' 성(중앙뒤편)

'잘차흐' 강을 건너면, 영화에서 주인공 '마리아'와 '트랩' 대령 아이들이 함께 도레미 송을 노래하며 뛰어다니던 '미라벨' 궁 정원이 있고... 궁은 밋밋한 바로크 양식이지만, 정원의 조경은 굉장히 예쁘게 잘 가꾸어져 있다. 미라벨 궁은 1600년 경 대주교'볼프 디트리히'가 가 자신의 나이 어린 연인 '질로메 알트'에게 지어 준 선물이었다. 결혼이 금지된 사제가 한창 나이 어린 소녀와 결혼하여 10명의 아이를 두었다. 종교적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무지한 대중은 그저 그런 줄 알았을 것이다. 라틴어로 쓰인 성경을 해석하여 사제가 들려주는 말을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알았다니까... 


서민들로서는 라틴어도 어려워 쉽게 접금할 수 없었지만, 필사본 성경책은 그 가격이 너무 비싸서 읽을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으로 성경책이 대량 인쇄되고, '루터' 신부가 '면죄부'를 비판한 종교개혁은 중세 유럽을 뒤흔든 과히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종교개혁으로 부패한 교회를 질타하는 모습은, '보덴 제' 호숫가 도시 '콘스탄츠'에 있는 임페리얼 탑 조각에도 있다. 접대부인 듯한 여인 상의 손안에 벌거벗은 조그마한 교황의 상이 쥐어져 있다.


그런데, 영화 속의 결혼식을 올린 곳은 '잘츠부르크'에서 좀 덜어진 '잘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몬트 제(호수)'가의 조그마한 교회이다. '몬트 제'는 물속 깊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거울같이 맑은 빙하호수로 이곳에서 잡히는 물고기로 튀김을 만들 파는 곳도 있다.


에델바이스

영화에서 '트랩'대령이 부르는 에델바이스 노래 가운데, '자신의 조국을 영원히 축복하라'라는 "Edelweiss.. Bless my homeland forever..." 에서 에델바이스 꽃은 오스트리아의 국화로 우리나라의 무궁화 꽃인 셈이다. 알프스 고산지대의 추운 환경에서도 하얀 꽃을 피우는 고산 식물인데, 정작 오스트리아에서는 구경하기 어렵다. 


하지만, 스위스에 가면 관광지 상점에서 판매한다. 스위스에는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톱니바퀴 열차를 타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인터라켄'에서 올라와 중간 역인 '클라이네하이네크'에서 열차를 갈아탄다. 에델바이스는 이곳에서도 살 수 있고 융프라우 정상 매점에서도 살 수 있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알프스 소의 목에 매단 큰 종에서 울리는 땅그랑 그리는 소리를 들으며, 푸른 초원을 바라보면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금방이라도 나올 듯한 상념에 잠긴다. 또, 관광용이긴 하지만 알프스에만 있는 기다란 뿔나팔 소리도 이곳에서 들을 수 있다.


긴 알프스 뿔나팔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이들이 마지막에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탈출한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의 촬영지는, 히틀러의 별장이 있다는 '베르히테스가덴'이라는 독일 지역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의 탈출로는 스위스가 아니라 이태리를 거쳐 미국으로 갔다고 한다. 여기에, 필자가 에델바이스 꽃을 핑계로 스위스 알프스를 살짝 끼워 넣었다. 너무 아름다운 곳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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