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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Feb 08. 2023

'카슈미르' 산악지대(1) - '낭가파르밧'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인디아-파키스탄 유엔 평화유지군, 제7화)

카슈미르 북부 산악지대 순찰

고산지대의 경이로움

순찰 중 깊은 오지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카슈미르 북부 산악지대 순찰

카슈미르 분쟁으로 인디아와 파키스탄 사이에 합의된 750여 Km의 국경 같은 '통제선'이 생겨났다. 카슈미르는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고원지대만큼은 아니지만 5,000~6,000m가 넘는 높은 산들이 즐비하여, 유엔 정전 감시단의 제한된 인원만으로 이 750여 Km의 통제선을 모두 감시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유엔군 감시단은 주요 도로와 목 지역을 감시하는 감시 기지를 운영하고 예방활동도 하기는 하나, 이들은 주로 자신의 담당 지역 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사후보고를 위한 조사활동에 주안을 둔다. 


유엔군 순찰차량(도요타 방탄차량)

유엔군 임무단의 부단장인 필자는 유엔군 본부의 사전 계획에 따라 본부가 위치한 '라발핀디'에서 '카슈미르' 북부 산악지대의 ‘통제선’(지도 Ⓐ부분 참조)을 따라 배치된 유엔 기지 중, '낭가파르밧'(해발 8125m, 세계 9위)과 중국 국경에 가깝고, 가장 험준하다는 K2(해발 8611m, 세계 2위) 인근 '길깃', '스카르두', '훈자' 등지로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장기간 순찰에 나섰다. 유엔군에서는 단장이나 부 단장이 년간 교대로 2주간 일정으로 깊은 산속에 있는 예하 감시초소를 방문하여 그들과 잠시나마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전통이었다. 


Ⓐ부분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 부분이 인디아령 '카슈미르' (점선이 유엔이 감시하는 통제선)

필자의 순찰에 스웨덴 소령인 의무참모가 수행에 나섰다. 위생문제가 심각한 지역이니 기지별 위생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대동한 스웨덴군 의무참모는 방문지역이 워낙 외진 지역이라며, 파키스탄군 부사관이 운전하는 유엔군 차량에 생수와 캔 식료품(과일은 없고)을 잔뜩 싣고, 사전 협의된 일정대로 파키스탄군 사단 예하 부대와 유엔군 감시 기지를 방문하였다. 의무참모는 필자의 좋은 길동무도 되어 장기간 순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유엔군 감시 기지는 비록 열악한 환경이지만, 수 명의 감시장교와 해당 지역 인디아나 파키스탄 군에서 지원해 주는 운전, 취사 등 요원이 함께 한다. 부단장의 일정은 감시장교들과 함께 합동 도로 정찰과 전방 감시기지 관측활동을 한 뒤, 인근 파키스탄 부대를 방문하고 다음 기지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카슈미르' 북부 산악지대 순찰은 필자의 기대이상이었다. 


낭가파르밧

'라발핀디'에서 출발하여 '스카르두', '길깃'으로 갈려면 '낭가바르팟' 지역을 거쳐 간다. '낭가바르팟'은 약 2,500여 Km에 달하는 히말라야 산맥의 서쪽 끝으로, 히말라야 산맥은 '인더스' 강에서 그 맥이 끊어진다. 하지만, 잔시 머문 '인더스'강 너머로 '힌두쿠시', '카라코아람' 산맥으로 수많은 봉들이 다시 산맥을 이어간다. 

히말라야, 힌두쿠시, 카라코아람 3대 산맥의 분기점. 이곳 이 분기점임을 알리는 탑과 이정표가 보인다.

많은 등산가들이 '악마의 벽'이라 불리는 '낭가파르밧'은 비록 높이로는 9번째이지만, 히말라야 산맥 8,000m 이상 14좌 중에서도 그 험난함으로 유명하며, 우리 한국인 '고미영' 등산가 등 유수한 등산인들이 이 산의 등정 도중에 조난을 당하였다. 


이 산의 등반이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3,600m 정도의 베이스캠프와 정상 간의 표고차가 거의 4,500m 여서, 마치 솟아난 듯한 4,500m짜리 거대한 돌기둥을 마주하는 느낌에 압도당하다고 한다. 


저 멀리 낭가파르밧이 보인다

그러나, '낭가파르밧' 등정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있는 '페어리 메도우즈(Fairy Meadows)' 지역은 그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베이스캠프조차 일반인에게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우선, 좁은 비포장 낭떠러지의 위험한 길을 1시간 정도 달려야 하고, 또 차에서 내려서 두어 시간을 더 걷는다고 하니..., 필자는 그 근처를 지났지만 시간 여유도 없었고, 우리 순찰코스와 달라 그곳에는 들리지 못했다. 그러나, 젊은 탐험가(?)라면 미지의 세계에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산지대의 경이로움

카슈미르 고산지대 벼랑의 계단식 논농사

이 일대의 '통제선' 지역은 '힌두쿠시', '카라코아람', '히말라야' 등 3개 산맥이 교차하는 곳으로 매우 험난하다. 하지만, 험난한 카슈미르의 깊은 산속에도 엄연히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살아간다. 그러려면 의식주가 필요하고... 필자는 논농사를 평지에서만 짓는 줄 알았다. 그런데, 깊은 산속에서는 조그마한 평탄한 땅이 있으면 식량을 위해 논농사를 지었다. 경사가 급한 벼랑 사이사이에 계단식 논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 모습이 경이롭다. 그리고, 괜한 의문을 가져본다. 저런 지형의 논농사에 필요한 물을 어떻게 대는지?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을 터이다. 


고산지대의 소나무 

또, 순찰활동을 하는 동안, 필지를 경험한 또 한 가지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고도 4-5,000m 고지군 속의 3,000m 가까운 곳에도 소나무 등 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고산지대는 기온이 낮고 강풍이 불며 연교차가 커서 땅이 얼고 녹고를 반복하여 식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곳이다. 2,000m 미만에도 작은 관목만 자라는 한라산과 비교하면 순찰차의 GPS 고도 표시가 잘 못된 것인지, 아니면 상식을 뛰어넘는 것인지… 


학교 때 배운 거로는 고산지대의 산림한계선이 식생 분포가 2,000여 m를 넘어가면 관목 지대조차 없는 걸로 알았는데, 이곳에는 꽤 큰 나무가 있었다...? 2,000m 이상의 고지대조차 없는 나라에서 살아온 필자의 중등학교 지식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고도보다 기후에 따라 삼림대가 달라지는 듯하다.


높은 산악에는 빙하도 있었다(빙하의 단단함을 보여주기 위해 필자가 빙하 위에, 파키스탄 운전요원이 아래에 서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산악지대 곳곳에는 두터운 얼음 덩어리 빙하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로 볼 때, 20여 년이상 가기 어렵다는 파키스탄 과학자들의 평가도 있었지만, 산속에 빙하가 있는 모습은 유럽의 고지대나 다를 바가 없는데 다만 관목이나 야생 풀 등 식생이 조금 다른 듯하다. 그리고, 빙하가 녹은 물은 온통 잿빛이거나 맑은 곳은 에메랄드색을 띠어 온 계곡을 휘감는다. 앞서 말한 대로, 석회질이 다량 함유된 물이다.

    


순찰 중 깊은 오지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아찔한 카슈미르 산악지대 '낭가파르밧' 현수교

이처럼, '카슈미르' 북부 산악지대는 높은 봉우리가 즐비한 깊은 오지여서 식사도 제한되고, 빈대나 이 같은 독충이 많아서 현지에서는 숙박이 매우 조심스러워서, 웬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도 이 지역에 대한 도전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중앙아시아로 간다"라며, 히말라야 산악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순찰 중이던 필자는, '카라코아람' 가도에서 깊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좁은 현수교 (일방통행)를 지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은, 깊은 계곡에 걸친 현수교의 폭이 좁아서 사진처럼, 마이크로버스 한 대가 건너오면 반대편에서 우리가 그들을 기다려야 한다. 


카슈미르에 많은 현수교. 모두 차 1대 폭이다.

바로 그 순간, 현수교를 건너온 조그마한 마이크로버스 안에서 누가 손을 흔들면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고함을 치면서 인사를 한다. 아마도 내 군복 어깨에 있는 태극기를 알아보고 반가왔던 모양이다. 그러자, 버스 운전자가 버스를 필자 앞에 정지하여, 그 분과 반갑게 악수하고 몇 분 간이나마 인사한 후 떠날 수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고, 짧은 순간이지만 단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반가워하고..., 필자의 나이 정도인데 중앙아시아를 여행한다는 그분이 '참,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며, 엄두가 안 나는 길을 택한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분은 그분대로 외진 산골에서 우리 국기를 보니 '가슴이 울컥하였다'라고 하고... 깊은 산에서는 더 순수해지는 걸까?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지...!? 새삼스레, 군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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