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공동현관 앞에 2, 3학년정도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키를 누르려고 까치발을 들길래 가까이 가서 열어줬다.
아이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한쪽잠바도 한쪽가방도 흘러내린 채로 엘베 앞에 섰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집 둘째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러다 친구를 만났는데 갑자기 까불면서 엄청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한다.
나는 자매로 자라서 어릴 때 나랑 동생은 늘 집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인형놀이만 했다.
집이 시끄러웠던 적이 없다.
게다가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딸만 키우던 나는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까부는 남자아이들을 보면 왜 부모가 제지하지 않는 거지 의아했고 귀엽다는 생각을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그냥 그게 그 나이대 아들 들의 디폴트값이라는 걸.
그래서 이젠 지나가는 개구쟁이 남자애들을 보면 마냥 귀엽다.
아침에 아이들이랑 같이 집을 나서서 엘베를 탔는데 문득 뒤돌아 딸을 보니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새삼 무뚝뚝한 표정으로 삐딱한 자세로 릴스를 보는 딸이 보인다.
중고생의 아이를 키워본 적 없었던 영유아 엄마시절에는
저런 자태를 한 중고생들을 보면 저런 아이는 착한 애들은 아니겠지 하고 혼자 생각했었음을 반성한다.
중학교 여학생들은 저 표정과 자세가 디폴트값이다.
모범생이든 날라리든 다 똑같다.
모든 아이들은 다 다른 모습인 채로 사랑스럽다.
경험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