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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가게 딸

오래된 것이 좋아

by 앤노트

우리 아빠는 정말 취미가 백개인 분이셨는데 그중 가장 비중 높은 취미가 바로 lp판을 모으시는 거였다.

스피커, 오디오 이런 것들에도 물론 관심이 많으셨다.

게다가 가수협회에도 회원으로 등록이 되어있으셨다. (어째서일까)(영문은 모름)ㅎㅎ

그래서 취미활동의 연장선이었던 것이 분명한 아빠의 강력한 권유로 엄마는 우리가 살던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레코드가게를 열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학생 시절 나의 또 다른 이름, 레코드집 딸 ^^


아빠가 퇴근하면 아빠랑 같이 늦은 밤에 음반도매점에 가서 음반을 떼어오던 기억도 나고,

엄마가 가게를 잠시 비울 때 손님이 오면 긴장되면서도 나름 씩씩하게 테이프를 팔았던 기억도 난다.

그때 제일 잘 나갔던 테이프는 변진섭, 서태지, 이승환 등등.

아직도 우리 부모님은 이 가수들에게 감사함을 갖고 계신다.

우리의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들 ㅎㅎ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노란색 피아노 악보피스를 챙겨서 집으로 혼자 걸어오던 기억도 나고

우리 가게 바로 옆에 있던 비디오가게도 생각이 난다.

그때 lp와 테이프로 듣던 음악은 엄마가 가게를 접고 나서 cd로 mp3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빠른 속도로 변해갔다.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바로 들을 수가 없던 시절.

좋은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급하게 대기중이던 공테이프에 녹음버튼을 눌러야 했던 시절. (그래서 나의 테이프 속 노래 앞부분은 조금씩 잘려있었지만)

불편했지만 낭만이 있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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