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소소한 일상

by 앤노트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만나면 항상 반갑게 이야기 나누던

사람에게 카톡이 왔다. 무슨 사이트에 가입해서 열흘동안 출석체크를 해줄 수 있냐는 거였다

내가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사이트라서 미안하다고 안 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몇 번이고 간단하다고 혹시 안 되겠냐고 재차 부탁해 왔다.

잠시 해줄까도 싶었지만 외국 기반 사이트였고 내가 게으르기도 해서 역시 안될 것 같아 미안하다고 못해줄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괜찮다고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과 어색하면 어쩌지 약간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도 사람은 이전과 똑같이 반갑고 살가운 태도였다 . 그 사람이 뚱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다신 못 볼 뻔했다.


갈빗집을 가서 고기를 먹는데 종업원분이 너무 들이대면서

갈비선물세트를 영업하신다. 안 산다고 했더니 조금 있다가는 다시 와서 와인 마실생각은 없냐고 묻는다.

식사 중인데 조용히도 아니고 너무 들이대듯이 하시길래

저렇게 영업해서 누가 사겠나 하고 있었는데

우리 뒷 테이블에서 바로 와인을 갖다 달라고 했다.

남편이랑 " 이게 되네..." 하고 웃었다.


어릴 때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찾아오는 것도 전화도 싫었다.

거절해야 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이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누군가는 차를 팔아야 하고 누군가는 보험을 팔아야 하고

누군가는 화장품을 팔아야 한다는 걸,

그것이 그들에게는 귀한 직업이라는 걸.

10명 중 1명, 어쩌면 100명 중 1명은 그 영업이 반가운 사람일 수도 있고 영업이란 게 결국 그런 사람을 찾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영업 그 자체에 대해 예의 없이 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단지 그들의 직업활동일 뿐이다.

마음이 없다면 그저 깔끔하게 거절하면 된다.

그리고 그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쾌한 티를 낸다면 그 사람은 영업에 소질이 없는 사람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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