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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소소한 일상

by 앤노트

2013. 11. 16

볼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서있는 내 앞에 앉아있는 한 아기 엄마.

백일쯤 되었을까 볼이 오동통하고 복숭아처럼 귀여운 아기가 엄마에게 안겨 잠들어 있다.

아기엄마는 어려 보이는데 아주 예쁜 얼굴이다.

그런데 머리는 헝클어져 대충 묶여있고 옷은 운동복에 눈은

하고 너무나 피곤해 보인다

그런데도 그 잠든 아기를 껴안고 계속 볼에 뽀뽀를 한다.

그 모습을 보다 주책맞게 눈물이 날뻔했다

우리 아이 그맘때쯤의 내 생각이 나서.

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순식간에 나에서 엄마가 된 현실이 갑

갑하고 도망가버리고 싶고 그러면서도 내 품 안에 천사 같은 아기를 보며 미안한 마음에 또 울고.

그런데 그 아기엄마 이번에는 핸드폰으로 또 아기 사진을 본

다. 하루종일 봤을, 품에 있는 아기를 이번에는 사진으로 또 본다.

나 같아서 또 웃는다.

나의 일상을 모두 채우고 있는 나의 아기.

언젠가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오겠지.

나와 함께할 시간을 조금 내어달라고 부탁해야 할 때도 오겠

지. 그립다 그립다 해도 돌아오지 않는 게 시간이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2024.10.24

통통한 볼을 가지고 열심히 울던 귀여운 3살 아이는

14살 사춘기 언니가 되었다.

오늘도 그 아이는 나에게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다! 를 외친다.

아이의 고모에게 내 딸이 직장동료였다면 난 진작에 퇴사했을 거고 친구였다면 이미 오래전에 손절했을 거라 고백한다. ㅎㅎ

그만큼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는 일은 쉽지가 않다.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놓지 못하니 내 속은 타들어가지만

그래도 엄마인 내가 좀 참아야겠지,

널 기다려주어야겠지.

10년 후에 난 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꼭 이 글에 이어서 써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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