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혀 돈을 벌 바엔

나의 선택을 존중해 줘

by 김린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면서 우리는 손수 우리의 감옥을 쌓아 올리고, 그 안에 잿더미와 다를 바 없는 돈과 함께 스스로를 가둬둔다. 돈이란 진정 삶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어제 읽은 인간의 대지에서 생텍쥐페리가 했던 말이다.



한참 돈 벌 나이. 내가 지금 그 시점에 서있다. 그런데 돈을 안 벌고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할꼬. 사실 나도 나를 보면 답답하다. 어릴 땐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라고 넘어가기나 하지 이제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헤쳐가야 할 현실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나가서 일을 하면 어찌 됐던 돈은 벌겠지. 하지만 그렇게 내 시간당 노동으로 돈을 벌고 나면? 나에게 남는 것은 돈인가? 돈 값으로 교환할 마땅한 가치의 재화나 서비스인가? 진짜로? 나에게 정말로 남는 무엇인가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은데 아직도 그것을 못 찾아 이러고만 있다. 그렇게 2024년이 지나갔고 이제는 2025년 1월 하고도 10일째 새벽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한다면 나는 괴롭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에 인간이란 돈을 버는 이유, 그 행위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지 않나? 시기의 문제일 뿐. 나는 그것을 남들보다 일찍 겪는 걸까 늦게 겪는 걸까? 아니면 적당한 시기에 겪는 걸까? 하지만 어찌 됐든 돈으로 쌓은 감옥과 평화라는 환상으로 내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꼬물짝 꼬물짝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정부지원사업 고도화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꾸려나가야 한다. (아직은 매출이 0이지만..)



거의 엎어질뻔한 나의 두 번째 프로젝트. 지역자원을 활용해 외국인들에게 로컬의 매력을 보여주고자 나름 야심있게 기획했는데 참여 예정자가 단 3명이다. 외국인 참여자를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시내 바닥을 쓸고 다니기도, 신년 카드 행사를 열고, 지인들에게 물어 물어 외국인들을 섭외하려고 했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 외국인들이 당일날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도 모른다. 날씨가 좋은 상황도 아니라 더 걱정되는 바. 하지만 일단 계획대로 모든 것을 세팅하고 된다고 생각하고 진행할 예정이다. 어찌 보면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나에게 방법은 이것밖에 없는 것을 어쩌라고? 눈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99.9%인 상황. 그래도 이 자그마한 프로젝트를 먼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은 욕심.



함께 일하는 동업자는 이런 상황에 불만을 쏟아냈다.

'날씨가 금요일까지 눈 오고 토요일도 영하로 추울 거라 밖에서 뭐 하는 건 불가능한데... 지금 우리 테이블도 없고 실내도 준비도 안 됐는데...? 프로그램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난 지난주에 안 돼서 미루고 준비한 다음에 다시 날짜 잡아서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4일로 기획했던 이 행사가 참여자가 없어 불발됐다. 나는 이전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당연히 바로 다음 주에 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했고, 나의 동업자는 준비의 기간을 가지고 다시 날짜를 잡아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요 며칠 날씨다 뭐다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던 탓이다.



'이번주 토요일에 할 거면 일단 프로그램 다시 짜야할 것 같은데 생각한 다른 프로그램 계획이 있었어요? 사실 언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 하우스가 준비가 하나도 안 됐잖아요... 그럼 베이킹체험만 돌리거나.. 뭐 만들려면 다른 곳을 알아봐서 해야겠죠. 차라리 설 전으로 좀 미뤄서 주말쯤 명절 체험으로 진행하는 게 났지 않겠어요? 일단 이번주 날씨 너무 춥고... 아니 우리 캐빈 데려가도 뭘 하든 좋은데.. 테이블도 없는데 어떻게 하죠..?'



아무것도 준비 안되어 있는 것이 맞았다. 갑자기 울컥하며 '이런 상황에서 한다는 것이... 내가 모든 것을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 또 순식간에 '이번에 꼭 진행해야 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생각이 불쑥 솟았다.



'이미 모집했다고 하고.. 미룰 수 없는 거면 언니가 계획한 대로 추진해서 진행해 주세요. 제가 뭐 해야 하는지만 알려주시고요.'



싸늘했다. 그 싸늘한 느낌이 얼마나 별로인가 느끼고 나서야 이 친구와 대화를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묻고 들으며, 서로의 생각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업자 친구의 말의 맞았다. 우리가 활용할 공간에는 아직 뭐가 없다. 테이블도, 냉장고도, 식기도 아무것도. 그럼 일단 테이블은 일단 우리 집에서 수급하고, 냉장고는 뭐.. 밖이 냉장고니까 그렇게 하고, 식기나 조리도구 이런 거는 필요한 것만 일단 우리 집에서 가져다 쓰자. 내가 생각해도 참 대책 없다. 일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바로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내가 이번주 토요일에 외국인들이랑 함께 떡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야...'



엄마는 역정을 냈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면 같이 하는 사람은 얼마나 어이가 없겠냐며. 네가 하려는 것이 지금 순서가 하나도 안 맞다며. 그러면서도 집에 있는 인덕션용 조리도구와 식기를 내어주고, 떡국 체험을 위한 재료와 준비물들을 하나둘씩 읊으며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셨다.



이 프로젝트에 협력해 주시는 대표님에게 죄송하다며 불확실하고 불안한 속내와 함께 사실 프로젝트가 취소될 최악의 상황에 대해 얘기했다. 설사 당일날 취소가 돼도 상관없으니 그땐 너라도 꼭 오라고 하는 말에 그래도 사람관계는 잘 맺어놨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잠깐.



이 프로젝트가 그럼 돈이 되냐? 돈이 안 된다.. 오히려 내 돈 쓰면서 하는 일.

그래서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면서 우리는 손수 우리의 감옥을 쌓아 올리고, 그 안에 잿더미와 다를 바 없는 돈과 함께 스스로를 가둬둔다. 돈이란 진정 삶에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이 문장이 나에게 더 다가왔었나 보다.



내 돈을 아끼려면 죽어도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해서는 안됬었지. 첫 번째 엽서 프로젝트도, 지금 하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날아간 나의 기회비용의 총량을 생각한다면 이건 돈 버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쓰는 일이지. 아직까지는. 그럼 나는 왜 이렇게 돈도 안 되는 일에 아등바등 일까? 그저 돈이 나에게 줄 수 없는 진성 삶에 필요한 어떤 것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인걸 알기에 해보는 거지 뭐. 그래서 이 글은 내 노력과 시간의 기록이다. 남들이 보기엔 조금은 비참할 수도 있는 순간들을 나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쓰는 글.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이 커넥팅 닷이 되어 돌아왔을 때 증거로 삼기 위한 글! 그래서 지금 당장 돈을 벌고 있지는 못해도 마음은 불안해도 이상하게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 (불안감이 95%)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각은 프로젝트 D-1.

내일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헤쳐나가야 할 일들을 빼곡히 적어 놓고 실행하기 전 눈 내리는 밤에 이 글을 쓴다.



그리고 내 앞에는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가 놓여있다. Purple Cow! 아직 마케팅이라는 것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보고 듣는 것이라도 있으면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골라봤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 예정인데, 아마 내일은 브런치 앞에 프로젝트를 앞둔 불안한 마음과 세스 고딘의 보랏 빛 소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앉겠지. 나름 5:30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 겸 책을 읽고 글을 써볼까 했지만 아직 부엉이 습관을 오래도록 가져왔던 나에게는 힘든 일.. 그냥 하던 대로 하다가 어떤 기회가 오면 그때 시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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