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지기와 로사장

이런 카페는 처음이라

by 김린

최근 자주가는 로스팅 카페가 생겼다.

그곳 카페지기는 나를 로사장이라고 부른다. 내가 준비고 있는 사업명이 '로'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준비하고 있는 사업은 개시조차 안하고 있는데 사장님이라고 부르는게 여간 민망스러워 사장님이고 대표님이로 이런 호칭은 자제해 달라고 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카페지기는 남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 '이 곳(카페)에 발들인 이상 내 말에 따라야 한다.' 라는 카페법을 세울 정도이니.



촌떼기에서 여간해서는 찾아보기 힘든 바테이블이 있는 카페. 지인 소개가 아니었으면 바테이블에 앉으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런 커피는 사치라고 생각했을테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단골이 되어가고 있다.



직접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테이스팅하며 다양한 원두와 커피를 추천해주기도 하는 카페지기. 3년 전부터 로스팅 카페를 시작해서 어쨌든 1인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고 세금 문제로 법인도 하나 세웠다고 한다. 이제 갓 뭔가를 시작해보려고 하는 꿈뜰이의 눈에는 그저 대단해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시덥잖은 얘기와 겉핥기식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요즘은 이 카페지기의 어떤 말들에 대해서는 집에 가서도 곱씹어보기도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까... 요즘 카페지기는 곧잘 어려운 말을 해댄다.



어느날 말했다.

"내가 봤을 때 로사장님은 불투명한 사람이에요. 좀 투명한 사람이 돼봐요. 너무 어려워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건 나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사업에 관한 이야기기도 했다. 카페지기는 나에게 무슨 생각인지, 앞으로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 갈것인지, 하고 싶은 핵심 아이템이 뭔지를 자주 질문한다. 그때마다 나는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면 카페지기의 얼굴에 스멀스멀 떠오르는 답답한 표정이 내 눈에 포착된다.



생각하는 것은 많은데 도무지 구체화가 되지 않은 채였기 때문에. 어쩌다 접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만 주구장창 벌리고 있으니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움직여서 뭐라도 만들어 내놓고 보자는 심정으로 삐걱삐걱 걸음마를 떼고 있는 나를 보면 일단 한 발 앞선 사업가로서는 내가 좀 말도 안돼 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생각중이에요.'

"아니 언제까지 생각할건데?"



실패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어떤 일을 내가 시작했을 때 어찌됐던 끝맺음을 하고, 배운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 내가 스스로 멈춰서 피니쉬라인을 못지났을 때 그때가 실패인 것이다. 남의 기준에서 결과의 정량적 평가를 내리며 실패라도 불러도 나의 기준에서는 실패가 아닌 것이다. 내가 그 일을 최선을 다해 마쳤다면.



이런 내 생각에 대해 카페지기는 말했다.



"실패를 해 봐야 성장인거죠. 예를 들어 로사장님이 숙소를 한다쳐요.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수준의 준비가 안됐어도 일단 가오픈을 하는거예요. 모든 사람에게 별점 5점을 받으려는 생각은 접어요. 나에게 별점 1점을 준 사람이 진짜 고마운 사람인거에요. 가오픈이라도 해야 사람들이 불편한게 뭔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이 나와야 차후 방향성도 더 명확해지지 않겠어요?"



"로사장님은 제가 보기엔 자꾸 회피하는 것 같아요. 정면으로 마주하면 안돼요?"



카페지기는 나의 실패에 대한 생각은 오히려 실패에 대한 회피가 아니냐 되물었다. 어쨌든 무엇이든 정확하게 해보라고 나의 사업에 관한 어떤 특정한 행동을 부채질하면서.



어느날은 말했다.

"로사장님의 색깔을 모르겠어요. 저는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봐서 사람을 만나면 딱 보이거든요. 이 사람은 사장될 그릇이라던가 뭐 그런거요. 어떤 마인드의 사람이라던지. 근데 로사장님은 진짜 모르겠다. 근데 이걸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요. 지금은 색깔이 안보이지만 앞으로 만들어가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 나중에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될지 궁금하긴 해요."



또 어느날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사업에 대해 했던 말들을 늘어놓는 중에 갑자기 말했다.



"제가 로사장님을 좋게 보는 것과는 별개로 저랑 상당히 다른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좀 다른 사람 말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편인것 같아요. 나는 세상의 모든 생각이나 결론의 원천은 나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별로."



지난 세월 겪었던 가스라이팅의 여전한 후유증인가, 도무지 나와 나와 관련된 것이 포함된 것이라면 나는 그냥 넘길수가 없다. 그것의 의미에 대해 왜 그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어쩌면 하등 쓸 데 없을지 모르는 그런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침몰할 때가 있다.



그래서 저런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와 너는 다르다고 말하는 카페지기가 참 부러웠다. 오히려 모호한 경계선을 애써 부여잡으며 인류에 관용을 베푸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라도 된냥 포용력 있는척 하던 과거 나의 모습과는 선명하게 다른 색으로 느껴졌달까. 아직도 부유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이렇게 한 자리에서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모습이 참 견고해 보여 잠깐 마음 설레었다.



카페지기가 있는 이 카페의 음악은 항상 사람을 풀어지게 만든다. 사실 이것 저것 꺼내놓으며 조물조물 이야기 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이 곳에 앉아 있다 보면 술은 마신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말주머니를 열어 주섬주섬 꺼내고 있다. 하지만 역시 카페지기는 예리하다. 내가 사실은 나에 대한 많은 것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로사장님은 숨기는게 진짜 많은 사람인거 알아요? 아 진짜, 사람이 음흉해."



나의 이유있는 숨김에 대해 카페지기는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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