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이런 상상 마음에 들어

by 김린

나는 지금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를 읽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책에 나온 한 문장을 읽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2년 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당신의 모습에 대해 10분 동안 쉬지 않고 글을 써라.'

이 말대로 한번 써볼 생각이다.


2025년이 되어 만다라트를 쓰려고 아이패드 굿노트를 열었을 때, 중간에 떡-하니 보이는 것이 '작가'였다.


'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당시 만다라트의 중심에 '작가'를 썼을 때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작가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면 지금은?

작가라는 이름이 나쁘지 않다.

그리고 지난 2024년 12월은 나에게 불리고 싶은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했다.


기획자.

로컬픽 지역 사업을 하기 위해 동면에 들어오면서(사실 들어올 수밖에 없어지면서)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동면에는 사람도 없는데 내 사업은 어떻게 해야 잘될 수 있을까?'

'동면을 찾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을 동면에 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아름다운 포토 스팟이 있으면 사람들이 많이 올까?'

'재미있는 이벤트가 자꾸 일어나는 곳이라면?'


동면은 그냥 그런 곳,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흔한 시골 바닥이다. 이곳을 사업지로 선택한 것은 그저 우연일까 필연일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일단 나는 이곳의 땅을 임대했고, 이곳은 나의 사업지가 돼버렸다.


내 금붕어 같은 뇌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엽서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친구에게 공유하며 촬영을 부탁했더니 하는 말이 '너 이제 기획자가 되려고?' 였다.


기획자라니?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기획에서 출발한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동면 마을에서 의미 있는 곳들을 찾아 그림으로 담아보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장님과 면장님을 만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마을 어르신들을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


예산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아는 예술고 학생을 통해 미술과와 음악과 학생들을 섭외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지원자를 받았다.


이 모든 과정들의 시작이 기획이고 이것이 기획자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친구는 첫 단계부터 이 프로젝트에 대해 걱정했고, 가장 큰 위기는 공연을 할 음악과 친구들이 모두 펑크를 내면서 시작했다. 엽서 프로젝트라더니 무슨 음악과에 공연이냐고?


마을의 곳곳을 그려 엽서로 담아보자라고 생각했던 그 단출하고 심플했던 생각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단지 그것으로 마을에 특색이 담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어디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스토리가 있어야지 않겠어?'라는 생각에 '집집마다 방문해 어르신들과 어르신이 몇십 년 동안 살아온 집을 함께 그리면 어떨까?', '어르신들의 인생 이야기도 함께 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르신과 어르신의 집을 함께 섭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데, 미술과 친구들이 그냥 그림만 그리고 있으면 너무 어색하지 않을까?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이 생각에 어르신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미니 공연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미술과와 음악과 학생들을 모집했고 최종으로 6집을 찾아다니며 공연팀은 '아름다운 우리나라' 곡을 선보이고 미술팀은 할머니들 캐리커처를 그리기로 최종 동선과 프로그램을 픽스했다.


성악 2, 피아노 1, 장구 1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공연팀. 애니과 2, 회화과 1 3명으로 구성된 미술팀. D-4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때 온 성악과 학생의 문자.

'선생님, 장구가 빠질 것 같아요. 프로젝트 당일 연주회가 있나 봐요...'


D-3

'선생님, 저희 MR로 해야 할 것 같아요.. 피아노가 갑자기 안된다고 해서..'

10:30pm에 온 문자였다.


11:09pm, 띠링

'저.. 선생님. 혹시 저 말고 제 친구가 대신 가도 괜찮을까요? 제 성대가 아직 안낳아서 병원에서 성대결절 혹도 커지고 레슨 선생님도 아직 안 낳았는데 안 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죄송해요..'


이쯤 되니 음악과가 왠지 통으로 빠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플랜 B를 짜기 시작했다. 음악과 없이 미술과 3명으로 진행해야 할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상황에 대해 촬영 올 친구에게 말하니 아주 심플하게 대답했다.

'그냥 애초 기획처럼 엽서만 그려~'

하지만 친구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하면 음악과를 메꿀 수 있을까? 생각뿐이었다.


로컬픽을 같이 시작한 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넣었다.

'혹시 아버지 아시는 분 통해 장구 구할 수 있을까?'

친구 아버지가 예술 계통에 몸담고 있어 혹시나 해서 한 부탁이었다. 다행히 친구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장구를 빌렸다.


무슨 생각이었냐고? 노래도 악기도 춤도 할 수 없는 나는 타악기인 초등학생 때 잠깐 배운 사물놀이의 기억을 더듬어 장구라도 쳐서 공연을 메꾸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D-1. 시골에 있는 아빠 집으로 들어가 닭장 앞 하우스 안에서 유튜브를 틀어놓고 진성의 '보릿고개'에 맞춰 열심히 장구를 두드리고 몸을 움직였다.


D-Day.

7:00am 장구 연습

11:00am 어르신 간식 기정떡 픽업

11:30am 동면 마을 할머니들 방문, 행사 준비물 하차

12:10pm 스피커 픽업

12:40pm 예술고 도착, 간식 포장
1:00pm 출발


시간에 맞춰 예술고 학생들을 데리고 프로젝트 현장으로 갔다. 그들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장구를 쳤다. 장구를 치다 보니 너무 힘들어 6집을 2집으로 줄이고 어르신들을 한데 모아 공연을 하고 마쳤다. 준비하면서 들인 시간에 비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프로젝트.


이것이 기획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나의 첫 프로젝트였다.


촬영하러 온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 고난도 작업이 될 것 같다.'

즉 건질 게 없는 프로젝트라는 말이었다.

(이후 프로젝트 영상을 만들며 박치 몸치의 장구 치는 카메라에 내 모습을 보고 현웃 터질 때마다 카톡을 했다. 얼굴은 안 나오게 해달라니까 움직임이 하도 현란해서 그 속도를 카메라가 따라갈 수 없다고 하며 웃어재꼈던 자식...)


말은 이렇게 해도 프로젝트 내내 함께 고민해 주고, 어쨌든 끝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도록 가장 힘이 된 친구였다.


<장구를 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결정을 내렸을 때 그의 반응>

'전화받아봐.'

'전화하지 마, 나 너 무섭다.'

'아니, 뭐 말 안 함.'

'아니야 안 받을래..'

'받으라고.'

'ㅠㅠ 안 받으면 안 됨?'

'나 좀 무서움.'

'ㅠㅠ 왜...'

'장구를 왜 치는지 모르겠음. 멘탈은 괜찮지?'

'어르신들은 어쨌든 뭐든 공연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렇게 약속하고 와서.'

'그런 상황은 알긴 알겠는데.'

'내가 장구 열심히.. 연습해 볼게..'

'공연을 기다리시면 좀이라도 제대로 된 걸 해야지.. 아 나 못 보겠어.'

'트로트에 맞춰서 장구 치면서 좀 해볼게.'

'대단하다 일단.'

'...?'

'나의 정신세계를 너가 넘긴 사람이었구먼. 진짜 대단하다.'

'흠'

'비꼬는 거 아니고 기획자가 땜빵하려고 별짓 다하는 거 봤고 나도 별짓 다하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 처음 봄.'

'4명이 다 빠졌는데 노래 춤 이런 건 못하겠고 그나마 타악기가 낫지 않음? ㅜㅜ?

'그냥 공연을 본인이 때우겠다는 거 자체가 대단함.'

' ,,,,,,,,,,,'

'나는 공연자 땜빵역할을 했을 때 2~3달 연습하고 했거든, 처음 공연이란 거 올라갔을 때.'

'이 기획의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이군.'

'그런 건 아님. 나는 진심 존중하고 존경함. 너 대성할듯싶다.

'- -...'

'포기하지만 마라.'

'...'

'기획에서 지금 마인드 개쩌는 듯.'

'갑자기 그러니까 이상하네 진짜.'

'나의 20대 열정을 끌어도 안될 듯. 대단하다. 근데 진짜 못 보겠음.'

'아니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아니 이건, 음, 정말, 대단해.'

'그 콘티가 의미가 없을듯하고, 너 장구 치는 거 나와도 되냐?'

' 근데 나 그날 모자 쓸 거임,'

'나와도 된단 이야기네.'

'얼굴 많이 안 보이니 상관없음.'

'나랑 사고 자체가 다르군, 남달라.'

'암튼 연습 좀.'

'파이팅 해. 허벅지 때리면서.'

'노력은 하고 있다.'

'어 난 널 누가 비난하면, 죽일 수 있어. 넌 정말 짱이야.'

'화이팅이다. 너의 각오를 알긴 했지만. 내 기준에서 불가능이라 보고 말린 점 사과할게.'


<당일 프로젝트 직후>

'여튼 이번에 잘한 건. 너가 끝까지 마무리해냈다는 거. 땜빵 잘 메꿨고, 그거만으로도 대단한 거임.'

'기획은 서류 기획이랑 현장 기획이랑 능력이 다른데 현장 기획 커버 능력은 있는 거 같으니 현장 계획 경험만 쌓이면 김 PD 될 듯.'

'너 혹시 자존감 높여주는 거 특기라매. 그거 해주고 있는거야?'

'아니 인정할 건 인정해 주는 거임. 못한 거 열라 말해줬잖아ㅋㅋㅋㅋㅋ 기획자 내가 많이 아는데 니가 오늘 한 게 젤 필요하고 젤 안되는 거임 다른 기획자들이. 자기가 해결하려고 안하고 자꾸 애먼거 가져와서 때우려고 하는데 기획자는 자기가 해결할 줄 알아야 함.'

'아주 굳이야 굳.'

'그거만으로도 오늘 건 자책 안해도 될듯.'


<그리고 그가 준 아이디어>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시더만. 그런 프로젝트. 아 어제 말했던건데, 할머니들 그림이나 글씨 팔 수 있음. 상품 로고로 쓰거나, 뭐 이모티콘 스티커 등등 어르신 디자이너 느낌.'

'??'

'그림 그리기 좋아하시더만. 한번 시도해 봐.'

'어제 말했다고??'

'그 시니어 사회적기업 있는데 이름 까묵. 너 앞으로 어르신들껄로로 제품 만들 수 있다고. 너 사회적기업할 거라고 말했잖아. 너가 그건 잘 모르겠고~ 라고 했고.

'기억났다.'

'그분들 한번 잘 키워봐. 그런거 겁나 좋아할듯. 그 할매님들도 만족할 걸 자기가 그린 거 팔리면.'

'오.......... 오오오오오'

'핀터레스트인가 거기 써도 좋고, 인스타에 막 올려도 인기있을듯. 동면 할매 디자이너.'

'오...ㅇ.ㅇ'

'외주도 받게 하고 ㅋㅋㅋ'

'동할디.'

'돈 벌게 해드려~. 그럼 너 손녀됨.'

'할디, 재밌다! 할매 디자이너.'

'나중에 빈집 너한테 줄듯, 그동네 다 니땅.'


이렇게 첫프로젝트는 끝이 났고, 그 다음에 할 프로젝트의 힌트를 얻게 됬다.


내가 일련의 첫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를 여기에 쓴 이유는?

내가 만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면 아마 내가 했던 첫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10분동안 쓰라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계속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시작하지 못했던 브런치를 고명환 작가의 문장 하나에 이렇게 새벽녘에 자판을 두들기게 됬다. 앞으로 이렇게 쓸 거리를 만들어가야지. 자꾸 생각만 하니까, 잘쓰려고 하니까 결국 못쓴다는 것을 누누히 깨닫고도 잘 쓴 글을 내놓고 싶었지만 오늘을 끝으고 그 생각은 버렸다. 일단 쓰고싶을 때 짧은 글이라도 써야지. 완성되지 못한 울퉁불퉁한 글이라도 일단은 써야지.


글을 쓰고싶다고 생각이 드는 가장 간절한 순간은 책을 읽고 있을 때다. 나는 꾸준하게 글쓰는 습관을 만들고 싶고.. 즉 앞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책 읽는 습관을 한번 만들어보고자 하는데 성공할까? 성공하도록 해봐야지.


이 글을 쓰기 전엔 잡념이 많았다. 요즘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문자가 오는지 안오는지, 그 사람의 SNS를 들락날락 하는 내 꼬라지가 얼마나 짜증나던지. 책을 읽어도 집중이 안되고,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자꾸만 손이 핸드폰으로 가는 통에 스스로에게 너 미쳤냐를 연발하던 차였다. 그런데 고명환 작가의 문장 한마디에 브런치를 열고보니 그 생각 없이 여기에만 집중하고 마치고 나니 이제 새벽 4시가 다 되간다. 이런 기분 좋아. 명환씨가 몰입에 대해 말했었는데 나.. 몰입을 경험한것 같은데?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만 열려 있다' by 칼 융

이 문장을 읽고 의도를 갖지 않는 것에 대해 고심하며 산책하는 사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린것을 발견한 명환씨. 몇 시간째 돌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간 줄 몰랐다는 것에 유레카를 외친다.


의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곳 몰입하는 것이라는.


-

처음 공원을 걷기 시작할 때 내게는 무언가를 깨닫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계속 걸었다. 그러다 생각에 빠져들었고, 그 사유에 잠기는 순간 깨닫겠다는 의도는 사라지고 오직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는 것’이란 문장에만 집중하게 됐다. 그 뜻을 깨달아서 책에 쓰겠다는 의도는 없어지고 오직 문장과 내가 하나가 되어 걷고 또 걸은 것이다.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 된 순간! 이 순간이 바로 몰입이다.


‘몰입(flow)’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몰입 Flow』에서 몰입을 이렇게 정의한다.


플로우란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도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적 상태이다. … 『몰입 Flow』 5쪽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간은 몰입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고명환



처음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행위를 시작하지만, 곧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되고 그 외의 것은 생각할 틈조차 없는 상태. 그리고 그 와중에 훌쩍 시간이 흘러가고 그러다보면 가진 의도를 저절로 이루게 되는 것. 이 순간을 내가 경험한 것 같은데? 몰입을 할 수 있는 어떤것을 찾는 것을 내일도 모레도 해서 정말 나는 그 행위에 몰입하는가를 실험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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