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로 살아 보니깐, 아버지의 계절은... 햇빛도 사치
가난이란 것이 싫은 나날이었다. 빗소리도 가난한 천장에서는 더 크게 울린다. 철붕 지붕 위로 쏟아지는 빗소리에 깨던 그런 유년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퇴근 길에 누나와 작은 조약돌 두 개처럼
골목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렸다.
아니 어쩌면 그 골목의 슈퍼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게 좋았다. 그때 과자는 동전 몇 개면 살 수 있는 것이 었으니, 작은 사치 같은 것이었다.
한달에 한번 치킨을 사주시는 날을 기다렸고
한달에 한번 온 가족이 앉아 둘러 앉아서 먹는 자장면이 좋았다. 없음으로 더욱 빛났다. 모든 것이 새로웠기에 말이다.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은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그런 시간을 지나와 보니, 아버지가 가볍다. 작은 소리는 듣지조차 못 하는 아버지와의 소란스러운 대화 속에는 여백조차 아깝다. 아버지 제가 당신을 부르던 그 계절에는 당신은 가닿지 못하는 계절, 산과 그리고 이내 표정 없는 강물이었기에.
아버지를 흉내내며 살아온, 아버지가 그린 하늘의 괘적, 그 절반만
나 닿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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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에
사랑하기에 나를 내려 놓는다
비도, 눈도
하늘을 포기한 채 내려와
계절의 꽃으로 하늘에 피어나
저마다의 언어로
음성으로 골목을 수 놓는다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과 그 음절
사랑하기에 다 나열 할 수 없을
그때의 그 시절
아버지란 너른 운동장에
나란 놀이터가 이제는
어느덧 작게 느껴지는
올 가을
아직은 내가 그대 마음 한 켠에
여전히 뛰노는 아이이고
싶으나, 허나
햇살의 공허와 같이
봄날의 텅빈
하늘의 눈망울 같이
육식의 날을
기피했던 당신은
외미다 같이 언제든
하늘에 가까울 듯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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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이제 곧 깊어질 것 투성이다. 사랑해야 살 것 같던 지나한 날들에서 벗어나, 오늘도 하루만큼 깊어지는 몸으로 음미하는 이 계절의 초입은 늘 차갑다.
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넘어가는 그 계절 속에 늘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가을의 계절이었다고 적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