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의 세계에 오래 머물렀다.
감정을 이해하는 글을 읽고, 내면을 들여다보며, 시나 수필에서 마음의 파동을 읽는 일이 익숙했다. 그런데도 나는 이과생이다.
기계와 수식, 논리와 구조. 그 차가운 언어들 사이에 나를 끼워 넣으려 한다. 때때로 의문이 생겼다. 감성적인 내가 이성적인 길 위에 서 있는 게 맞는 일일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작은 세계들에는 감정과 낭만의 세상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성과 논리로 이루어진 세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세계는 잘못되지 않았다. 단지, 자본주의라는 이름 아래 그 본래의 목적 — ‘계산으로 세상을 세운다’ — 가 뒤틀리고 퇴색되었을 뿐이다.
특히 감정의 세계는 자본주의와는 정반대의 성질이어서 침식당하지 않았지만, 이성과 논리의 세계는 오히려 자본에 가장 가까운 언어였기에 더욱 쉽게 이용당했다.
그래서 그 세계는 때때로 너무 차갑고, 너무 회색빛이다.
나도 비록 그런 이성과 논리의 세계로 향하고 있지만, 그 세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세계가 가진 본래의 아름다움을 지켜야 한다고 느낀다. 아무리 차갑고 계산적인 세계라 해도, 그 안에는 나름의 질서와 조화, 정교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그걸 잃지 않아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문학적 시선을 자신의 논리에 포함시켜, 세상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감성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균형 위에서 수학과 과학기술이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기계공학을 진로로 삼은 지금, 나는 단순히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의 본질과 목적을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논리의 구조 속에서도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공학도 말이다.
어쩌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거대한 감정이나 위대한 이성이 아니라,
그 둘 사이의 조화를 고민하는 아주 작은 태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