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존재
한 인간이 나타났다.
그는 아주 평범하고 조용한 존재였다.
하지만 감정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둘 다 늘 혼자였고, 조용히 뜨거웠다.
둘 사이엔 말이 없었지만, 고요한 울림이 있었다.
마치 추운 겨울 오후의 햇빛처럼, 서로의 차가움을 조용히 녹여냈다.
감정은 이 작은 인간 안에 스스로를 품었다.
그 이후 둘은 함께 자라갔다.
세상의 냉기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온기 속에서 버텨냈다.
그러나 시간은 야속했다.
세상은 변했고, 사람들은 감정을 아무렇게나 다루기 시작했다.
감정은 다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럼에도 그는 달랐다.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나를 품고 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무너졌다.
눈물은 마른 지 오래였고,
눈 밑에는 어둠이 드리웠다.
심장 없는 기계처럼, 그는 그저 움직일 뿐이었다.
감정은 다시 식어갔다.
그의 안에서 함께 소멸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노을 속을 걷고 있었다.
강렬한 태양이 저물며, 세상은 고요하고도 따스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그 붉은빛 속에서,
그는 조용히 멈춰 섰고, 아주 오랜만에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다름 아닌,
그가 온전히 마주한 자신의 감정이었다.
그 모습은 감정을 다시금 눈뜨게 했다.
감정은 그의 안에 온전히 살아났고,
그의 쏟아지는 감정 속에서 함께 쏟아져내렸다.
그 순간, 감정은 알았다.
자신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 안에서 다시금 살아나는 ‘시작’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