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10대 물건 탐구 : 등골 브레이커

by 초코파이

등골 브레이커란 등골이 휠 정도로 고액의 물건을 부모님에게 사달라고 하여 그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부모들의 등골이 휘어지게 힘들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옷, 지갑, 가방, 스마트폰, 태블릿 등 등골 브레이커 품목이 늘어났지만 가장 원조는 패딩이다. 왜 10대들은 패딩에도 계급도를 매겨가며 자신이 기가 죽지 않기 위해서 적어도 수십만 원은 하는 그런 옷을 사달라고 하는지 10대들의 특성을 생각해 봤을 때, 청소년의 상상적 청중(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과 개인적 우화(청소년기에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특징)와 같은 특징 때문일 수도 있다. 굳이 연결을 시켜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 중에서도 자신의 경제력에 맞지 않는 차를 타고 다니거나 명품을 할부로 구매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가정의 경제력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는 10대를 두고 등골 브레이커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소비에 따른 책임을 결국 부모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10대들이 부모님을 졸라 그 비싼 패딩을 입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따뜻하지만 가성비가 좋은 패딩을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아니 내 눈에는 등골을 휘게 만드는 패딩보다 훨씬 더 많다. 오히려 명품 패딩을 입고 다니는 학생은 몇 명 안 보이는 것 같다. 값 비싼 패딩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 중에서도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몇 개월 동안 모은 돈으로 옷을 사서 입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부모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철이 든 행동이지만 나는 잔소리가 하고 싶어 진다. 폭풍 잔소리가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그게 중요할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말 또한 답이 아니다. 그 들이 추구하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면 좋겠다는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뭔가를 사고 싶다는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위해서 자신이 열심히 일하고 모아서 결국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산다.


나는 어쩌면 이런 소비 현상은 자존감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패딩으로 계급도를 매기고 이 정도 입으면 이런 사람, 이라고 명명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에게 괜찮아 보이기 위해서는 값비싼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 이런 것들은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자존감이 높다면 남에게 보이기 위해 입는 비싼 옷보다는 합리적인 소비를 할 것이다. 자신이 입는 옷이 곧 자신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존감이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싼 옷을 입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아니다. 그것은 자존감과는 다른 자존심이다. 단순히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무리해서 비싼 옷을 입는 다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또, 한 가지 10대들이 너무나 무리해야 되는 비싼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나는 10대들이 원하는 것을, 혹은 원하기도 전에 부모님들이 쉽게 채워주는 것에 대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핍을 중요한 심리적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예전 한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주 1회, 총 4회기 정도의 아버지 교실을 개최한 적이 있었다. 저녁 6시부터 9시까지였고, 총 9명의 아버지가 참석하셨다. 나는 아버지들 9명이 정말 과묵하실 것이라 생각하고 나 혼자 3시간을 어떻게 말할까에 대해서 걱정했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아버지들은 정말 수다스러웠다. 그런 아버지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을(10년도 넘은 이야기다)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 아버지는 자신은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고 했다. 학교 가는 길에 산을 넘어가야 했고, 동생들과 같은 방에서 잠을 자며 혼자 구석에서 작은 상에서 공부하고, 낮에는 부모님을 도와 일을 해야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다 해준다고, 편안하게 자기 방도 있고, 좋은 책상, 좋은 환경 다 갖추었는데 왜 공부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다 갖춰진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족하게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핍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노력하게 만드는데, 자신이 부족한 것 없이 부모가 알아서 다 해주니까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부족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 필요한 게 있어야 하고, 내가 노력해서 성취하고 싶은 것이 생겨야 한다. 부모가 알아서 해줄 테니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는 생각은 자식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자식을 위해서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마음, 내 자녀가 어디 가서 기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나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등골 브레이커로 살아가는 부모님들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키우고, 스스로 노력하고,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10대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5화# 헤어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