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10대 물건 탐구 : 방과 후 마라탕 한 그릇

by 초코파이

10대 때는 어느 정도는 보편적인 소울 푸드가 있다. 대부분이 좋아하고, 친구들과 함께 방과 후 먹기로 약속을 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오늘 마치는 시간만 고대하게 되는 그런 음식 말이다. 나 때는 그런 음식이 떡볶이였다. 학교 앞 떡볶이는 진짜 신기하게도 뭐가 특별한 것이 없는데도 정말 맛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 앞에도 떡볶이 집이 많이 있었다. 각자 자기 입맛에 맞는 자신의 맛집이 있었다. 나에게 떡볶이 맛집은 우리 학교 앞 떡볶이집 말고 인근 K남고 앞 떡볶이집이었다. 1인분이 천 원이었는데, 여학생들은 세명이 가면 삼천 원 너 치의 한 접시를 시켜서 나눠 먹었지만 남고 앞에 남학생들은 각자 1인분 접시를 받아서 각자 먹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걸 먹으러 한 1킬로미터는 걸어갔던 것 같은데 매콤 달콤한 떡볶이와 여러 가지 튀김을 섞어서 먹으면 하루 종일 힘들었고, 속상했던 기분이 어느 정도는 견딜만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맛있는 떡볶이를 먹는 순간에는 말이다.


요즘 아이들도 떡볶이를 먹는다. 학교 앞에 떡볶이 가게가 있는 학교도 아직 있겠지만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요즘은 떡볶이도 비싸다. 배달어플로 시켜먹으면 치킨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다. 떡볶이도 좋지만 요즘 유행은 마라탕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 마라탕 먹고 싶다. 마라탕 먹으러 갈래?"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나는 사실 급식에 나오는 마라탕 말고는 마라탕 전문점에서 하는 마라탕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마라탕이라고 하면 약간 매운 고깃국물에 포두부, 중국 당면, 갖은 채소, 고기 이런 것들이 들어있었고, 약간의 중국 향신료 향이 나는 그런 도식이 그려진다. 급식의 마라탕이나 뷔페식당의 마라탕을 먹어본 것도 마라탕을 먹어본 것이라면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왜 마라탕에 열광하고 요즘 그렇게 마라탕 전문점이 많이 생겨나는 것인지... 지금까지는 마라탕을 좋아하는 게 아닌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 아닐까. 특히 10대나 20대들 사이에서 더 유행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마라탕을 먹으러 갈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아무도 나에게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마라탕이 10대들의 소울 푸드로 자리 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마라탕과 떡볶이의 공통점은 둘 다 매운 음식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매운 음식을 많이 찾는다. 음식만큼 빨리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없는 것 같다. 가장 빨리, 가장 손쉽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운 음식을 후후 불어가며 땀을 흘리고 배부르게 먹으면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배가 부르면 사람은 생각이 너그러워지게 되는 것 같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어렵고 힘든 기억은 조금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라탕을 찾는 10대들을 볼 때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방과 후 친구들과 마라탕을 먹으러 가는 시간을 기다려 가장 맛있는 시간에 마라탕을 먹는 것이다. 어른들은 10대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10대들도 스트레스가 참 많다.



얘들아, 뭐든 맛있는 것을 먹고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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