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물건 탐구 : 언제 푸는 거야?
집으로 가는 신나는 발걸음과 앞머리를 감고 있는 저것! 등교할 때 말려 있는 그대로 말려있다. 저건 언제 푸는 거지?
10대들은 하루 종일 헤어롤을 말고 다닌다. 학교에 올 때도 말려 있고 집에 갈 때도 말려있다. 심지어 야간 자율학습을 할 때도 말려 있다. 헤어롤을 감고 다니는 애들을 볼 때마다 저건 언제 풀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물론 헤어롤은 나도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헤어핀처럼 붙이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래서 10대들의 헤어롤이 말린 앞머리를 볼 때마다 물건의 용도가 궁금하다.
헤어롤은 풀어야지 그 효과가 나타난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감고 있으면 앞머리에 핀을 꼽고 다닐 일이지 이 헤어롤을 왜 쓰는 걸까? 나는 헤어롤을 출근 전에 집이나 차에서 잠깐 감는데, 이 10대들은 왜 학교에서 하루 종일 감고 있는 걸까? 학교를 벗어나서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걸까? 학교에서도 헤어롤을 풀지 않는 것은 학원 가기 위한 준비나 방과 후 사회생활을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학교라는 장소는 교사인 나에게는 사회생활의 장소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사회생활의 장소라기보다는 집처럼 편안한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학교가 집처럼 편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였으면 좋겠다.
학교가 집처럼 편안한 장소라는 이유가 아니라면 관심받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이 헤어롤을 하루 종일 감고 다니려면 어느 정도의 관종력도 필요한 것 같다. 사실은 관종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존재다. 누구든 세상 유일의 존재인 자신에 대해서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관심이 생기는 것이며, 너와는 다른 점으로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 관심이 받고 싶었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성공하였다.
꼭 무의식이 시키는 관종력이 아니더라도, 이건 인내심도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하루 종일 그 까칠까칠하고 신경 쓰이는 물건(앞머리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을 붙이고 있는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인내심이다. 계속 신경이 쓰이고 거슬릴 텐데,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인내심을 발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열정만은 칭찬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주 둔해서(아니면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미쳐 머리에는 신경 쓰지 못하고) 머리에 헤어롤이 감겨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감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이렇게 해서 학교에서 하루 종일 헤어롤을 말고 다니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학교는 집처럼 편한 곳이기 때문에 방과 후의 사회생활을 위해서 준비하려고.
- 타인의 관심이 너무 고파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왜 헤어롤을 감고 다니냐고 물어봐줄 때까지 하고 다니는 것.
- 인내심이 지나치게 많거나 지나치게 감각이 둔한 편이라 헤어롤을 감고 있는지도 몰라서.
내친김에 자매품도 소개하고자 한다. 이건 진짜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다. 도시락용 '김'정도 크기의 납작하고 검은 찍찍이로 된, 정수리에 붙이고 다니는 그것은 나에게 더 궁금증을 가져다준다. 그건 뭐냐고 물어보지만 머리를 눌러주는 것이라고 한다. 정수리에 뽕(볼륨)을 넣어도 시원찮을 판에 왜 그것을 붙이고 다녀서 머리 숨을 죽이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이름 모를 머리에 붙이는 김처럼 생긴 물체는 최소한 헤어롤보다 더 오랫동안 정수리에 붙어 있는 것 같다. 10대들의 물건은 개화기 시골에서 서방 신문물을 접한 것처럼 신기방기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