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물건 탐구 : 맨발의 청춘
12월 초, 2차 고사 시험감독 중 뒤쪽에서 시험을 치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봤다. 내 눈에 띈 것은 한겨울 당당하게 드러나는 까만 발이었다.
한겨울,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도, 살이 조금이라도 나와 있으면 칼처럼 베일 것 같은 통증을 느끼는 그런 추위에도 꿋꿋하게 맨발로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아무리 맨발이 청춘의 상징이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그 발이 참 아파 보인다. 겨울의 얼어있는 찬기운을 그대로 맞서야 하는 발은 그 발은 참 수고가 많다.
생각해 보면 양말은 참 수고스러운 물건이다. 뒤집어져 있는 양말을 바로 펴서 매일 빨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하며, 세탁 후 양말을 갤때는 양말의 무리들 중 각각의 짝을 찾아서 맞게 곱게 접어야하는 수고가 든다. 다른 옷들은 떨어질때 까지 입고 다니기가 힘들지만 양말은 하루만에도 엄지발가락에 구멍이 난다. 양말이 구멍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양말 세탁후 구멍난 양말을 수선해 놓지 않으면 구멍난 양말을 하루종일 신고 다녀야 한다. 구멍난 양말을 신고다녀본 사람은 알것이다. 그 엄지 발가락에 난 구멍을 가리기 위해 앞쪽을 잡아 당겨서 구멍쪽을 뭉쳐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다니면 발가락에 있는 힘을 주고 다녀야 한다. 그래서 양말을 신고 다닌 다는 것은, 특히 10대 들이 깨끗하고 정갈한 양말을 잘 신고 다닌 다는 것은 집에서 누군가가 그 수고스러움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양말을 안 신고 다니는 발을 보면 아파 보이는 것일까? 발이 강철이 아닌 이상 얼어 터질 듯 추울 텐데 "춥지 않아? 발이 시리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한다. 시커먼 발에 하얀 각질이 일어나고, 뒤꿈치가 갈라지고 시퍼렇게 얼어 있는 발이 괜찮다고 말하는 그 아이의 마음이 강철같이 단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맨발의 청춘 학생들이 노래가사처럼 와다다다다다다다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걸음 걸이는 늘 귀찮아 보인다. 허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짜 걸어다니는 것이 귀찮은 것일지도 모른다. 학교 오는 것도 귀찮고, 수업듣는것도 귀찮고, 상담하러 오라해도 귀찮고, 걸어다니는 것도 귀찮고, 말하는 것도 귀찮고, 양말 신는 것도 귀찮은 아이들은 무기력 하기 때문에 귀찮을 수 있다. 무기력 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는 뜻이 될것이고, 그 즐겁지 않다는 것은 노력하거나 시도 해도 얻는 것이 없다는 뜻이겠고, 그말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실패를 해왔을까를 짐작할 수 있다. 공부도 운동도 누군가로 부터 사랑받는 것도 해도 안된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아이들은 뭘 해도 재미가 없고, 귀찮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실패를 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때는 '넌 소중해'라던지 '넌 최고야', '사랑해' 와 같은 응원이 필요하다. 그런 응원조차 받지 못하게 되면 실패로 상처받은 마음은 또 강철같이 단련되어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양말은 지지해주는 마음이다. 사람들이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일을 하고, 공부를 하는데는 양말은 정말 사소한것 같지만 누군가가 세탁을 해주고 짝을 맞춰 준비를 해주고, 구멍난 양말을 수선해주는 수고를 해야한다. 그것이 지지이다. 발도 사람도 그렇게 지지해주는 것이 없으면 상처를 받고, 얼어붙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