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매점 가지 않을래?
2,3교시를 마친 시간이 제일 배가 고픈 시간이다. 아침을 안 먹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뇌를 굴리기 위해서는 등교하면 매점은 한번 가줘야 한다. 요즘은 매점이 없애는 학교도 있고, 자판기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매점은 전쟁터였다. 매점에서 빵 한번 사 먹으려면 목이 아플 때까지 소리를 질러야 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승자인 시절이었다. 매점에는 정말 많은 소울 푸드(떡볶이, 만두, 핫바, 소시지, 바나나우유 등)를 팔고 있지만 빵은 매점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국찌니 빵이 최고였다. 국찌니 빵을 한 백개 정도 먹은 것 같은데(백개도 더 먹은 것 같기도 하다.) 빵 맛은 기억이 안나도 그 안에 들어 있던 스티커는 기억에 남는다. 스티커를 모으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스티커를 친구들과 함께 교실에 붙이면서 모았던 기억이 난다. 국찌니 빵을 뒤로 핑클빵, 포켓몬스터 빵이 스티커와 함께 불티나게 팔렸다. 요즘 매점 빵의 대세는 핫더블소시지(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이다. 20대 초중반 정도만 이 빵의 정체를 알 것이다. 대기업에서 나온 빵인데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학교 매점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큼지막한 빵 위에 매운 소스와 달걀노른자 같은 노란 크림 같은 것이 발려있고 그 위에 플랑크 소시지 하나를 세로로 갈라 하나씩 올린 소시지 빵이다. 매운 소시지 빵 맛이다. 전자레인지에 20초 데우면 따뜻하고 말랑말랑해진다. 핫 더블을 일반 슈퍼에서 잘 볼 수 없으니까 졸업생이 학교에 찾아왔다가 한 번에 10개씩 사가는 걸 봤다. 그 아이들의 추억의 맛인 것이다. 나도 핫더블을 먹어 본 적이 있다. 나름 비싼 음식을 몇 번 먹어봐서 조금은 고급스러워지고, 건강을 중시하는 중년이 된 성인의 입맛에는 자극적이다. 소시지에도 인공적인 맛이 많이 난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다. 빵도 제법 커서 먹고 돌아서면 배고픈 10대들에게는 그만한 빵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나름 탄.단.지를 갖추었다고 할까?(소시지가 있으니까 단백질이 있지 않을까?)
학교에서 매점은 제법 먼 위치에 있다. 매점은 단순히 간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매점은 친구랑 같이 가게 된다. 거기는 사교의 장인 것이다. 매점을 가려면 누군가 "야, 우리 매점 가자."라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그래, 가자"라고 맞장구치는 사람이 있어야 가게 된다. 반드시 꼭 친구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친구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피해일 수 있으니) 혼자 어른스럽게 매점을 찾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쉬는 시간에 친구와 사교의 시간도 보내고 매점도 가려면 같이 가자고 제안해야 한다. 그렇게 매점에 가서 빵이나 과자를 사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구와 나눠서 먹는다. 함께 나눠 먹거나 친구의 것을 사주거나 돌아가면서 쏘는 것으로 매점은 사교의 장이 되는 것이다.
학생일 때의 나는 최소 1일 1 매점을 하는 빵순이였지만, 교사가 되고 나서는 매점 빵을 사 먹은 적이 거의 없다. 일단 배가 빨리 꺼지지 않는다. 돌아서면 배고프고, 돌아서면 배고픈 나이는 지나간 것이다. 또, 지금은 매점 빵보다 맛있는 게 더 많다. 또, 매점 빵을 먹기에는 칼로리도 신경 쓰인다. 또 같이 매점에 가줄 친구도 없다.
매점 빵은 중고등학교 다닐 때 허기진 마음으로 친구와 나눠서 모자란 듯 먹어야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