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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재 Aug 31. 2023

그림자의 속삭임

고독과 두려움에 맞서기

그림자 혹은 이곳에 / 201504 / Temple of the Golden Pavilion in Ky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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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등 뒤에서 붉은빛으로 타올라

나의 형상 앞에서 부서진다. 

왜냐하면 내 안에서 

그 빛의 저항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돌아서서 

홀로 남겨진  두려움에 바라보았을 때,

오직 내 앞에 있는 땅만이 어두워져 있다."


Alighieri Dante /  『신곡』'연옥' 편 중에서


교토 금각사(Golden Pavilion)의 고요한 공기 속에서 빛과 그림자의 신랄한 춤이 펼쳐집니다. 이 춤은 알리기에리 단테(Dante Alighieri)의 <연옥> 편의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단테의 서사시 『신곡(The Divine Comedy)』은 "지옥(Inferno)", "연옥(Purgatorio)", "천국 (Paradiso)"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연옥은 예루살렘으로부터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산으로 상정됩니다. 이곳에서 영혼들은 모든 죄를 씻고 나면 구원을 받게 되고 이어 지상낙원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신성한 정의와 자비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연옥 편은『신곡』 중에서도  철학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태양이 하늘을 붉은색으로 물들일 때, 땅에 불 같은 빛을 내뿜으며 대조의 교향곡을 불러일으킵니다. 자갈밭에 나무가 서 있는 이 고요한 장면에서 그림자와 빛의 상호 작용은 우리에게 그들이 담고 있는 섬세한 영적 교훈을 묵상하라고 유혹합니다.     


단테의 "내 등 뒤에서 태양이 붉게 타오르고, 내 모습 앞에서 부서진다"는 구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본질을 요약합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태양의 여행이 우리의 모든 발걸음과 함께 춤추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처럼, 인생 역시 우리가 가는 길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우뚝 솟은 나무는 회복력과 변화를 상징하는 가슴 아픈 은유입니다. 나뭇가지는 햇빛을 받아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뿌리는 땅에 뿌리를 박고 깊은 곳에서 자양분을 끌어냅니다.     


나무의 그림자는 자갈밭에 빛과 그림자의 모자이크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무상함을 말하는 덧없는 예술 작품입니다. 이 춤은 인생이 빛의 순간과 모호한 순간으로 짜인 태피스트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 자신의 여정, 즉 우리가 기쁨과 성공의 빛에 잠겨 있던 때와 의심과 도전의 그림자가 우리를 에워싸던 순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노랗고 붉은 잎들의 추락은 변화를 수용하면서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증거 합니다. 계절은 변하고 그에 따라 풍경도 변합니다. 한때 활기차고 녹색이었던 나뭇잎은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리듬에 우아하게 굴복합니다. 정원 자갈 위의 낙엽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수레바퀴를 받아들이고 변화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여정의 끊임없는 동반자임을 인식하는 영적인 교훈을 얻습니다.     


단테의 "혼자 남겨지는 두려움을 바라보면 내 앞의 땅만 어두워진다"는 대사는 인간의 고독과 두려움에 대한 경험을 건드립니다. 우리가 빛에서 등을 돌릴 때 그림자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불확실한 순간도 우리의 길에 그늘을 드리웁니다. 하지만 응시의 순간에서 우리는 두려움의 깊이를 탐구하고, 두려움을 우리 인식의 빛으로 초대하고, 두려움 역시 복잡한 삶의 모자이크의 일부임을 수용할 힘을 얻게 됩니다.     


이 사진은 빛과 그림자의 상호 작용을 포착하여 그 대조를 통해 깊은 사유에 이르도록 합니다. 이는 삶의 아름다움이 종종 반대의 병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태양의 광채는 그림자의 존재로 인해 더욱 빛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기쁨의 순간은 어려움을 겪을 때 더욱 깊어집니다. 우리는 스펙트럼의 양쪽 끝을 포용하여 공존하고 경험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평정심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금각사의 고요한 정원에서는 그림자와 빛이 모여 매혹적인 춤을 추는데,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존재의 흐름을 반영합니다. 이 춤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변화의 순환 속에서 위안을 찾고,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발견하며, 대조에서 태어난 아름다움을 인식하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에도 나무가 탄력 있게 서 있는 것처럼, 우리도 삶의 색조와 그림자의 모든 스펙트럼을 포용하면서 올바른 인식에 뿌리를 두고 비로소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대조의 춤을 포용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용기를 찾는, 현재에 온전히 서 있는 법을 배웁니다. 마음 챙김을 통해 매 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삶의 전환기를 우아하게 탐색하고, 더 이상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성장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배웁니다. 


당신이 서 있는 땅은 신성한 공간이 됩니다. 바로 '지금 이 자리'가 당신의 경험의 색조를 그리는 캔버스이자 빛과 그림자의 실로 짜인 태피스트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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