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Jan 21. 2024

2024년 1월 20일 식도락 음식 일기

시골에서 비스무리 요리사가 만드는 후라이드 치킨!!

오늘은 아시안컵 축구 예선 조별 리그 중 요르단과 경기를 하는 날이다.

바레인과의 경기처럼 우리 선수들의 멋진 활약을 기대하며

 힘껏 응원할 준비를 한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치킨 먹는 날이다.

눈으로는 축구 경기를 보고

입으로는 치킨을 뜯는 그 순간만큼은 

집안 공기마저도 편안하다.


가슴 조마조마한 경기 장면에서는

손에 든 치킨마저도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그러다

골~~~ 인으로 한숨 돌리면 

각자가 생각하는 평가를 쏟아내고

치킨은 입안으로 바로 골인, 골인한다.

그때의 치킨맛이란... 정말 이 필요 없는 맛이다.


그러나

시골로 이사를 들어오면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축구 경기하는 날 = 치킨 먹는 날

이 될 수 없었다.

배달과는 거리가 진짜 먼 시골에 살기 때문이다.

작정을 하고 시내에서 사 오지 않는 한 그렇다.

여기서 잠깐!! 

수많은 음식 중에서 왜 치킨이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음,

  눈은 경기에 집중해야 하니까,

간편하게 먹기 좋으니까???

그렇다면 한입에 쏙 들어가는 맛있는 과자도 많은데.... 여기까지.


오늘처럼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냉동실에 살짝 데쳐 얼려둔 감자를 튀겨서 내온다거나

떡국 떡을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

조청에 찍어먹도록 준비하기도 한다.

비록 치킨은 아니더라도 

왠지 고소한 냄새를 풍겨줘야

그 에너지로 열심히 응원할 맛이 나고

우리 선수들이 힘을 받아 승리할 것 같은 기대감??


평소 맡지 못하는 냄새가 집안의 공기를 채우면

식구들은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TV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관람자들 앞으로

찻상을 펴고 준비한 먹거리를 올리면

축구경기를 즐길 준비는 끝이다.


오늘은

며칠 전 마트에 갔을 때

할인을 하는 생닭을 발견하고는 뭘 만들지 계획도 없이

냅다 가져온 두 마리의 닭으로 치킨을 만들기로 했다.

가족들이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비스무리 요리사가 치킨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해 본다.

돈을 내는 고객들도 아니고

맛있으면

다음에도 주문이 들어올 텐데ㅎㅎㅎ


<만드는 과정>

1. 닭은 날개, 다리, 가슴살로 부위별로 정리해서, 닭다리에는 칼집도 몇 번 넣어주어

양념이 잘 베일 수 있도록  해준다.

2. 다듬어진 닭을 1회용 비닐봉지 두 겹으로 해서 담고 후추, 로즈메리 가루를 뿌린다.

3. 양념 소스로는

우유 200ml, 가쓰오부시 간장 50ml,

     생강술 2T, 마늘 5알. 후추, 바질소금 1t를  잘 섞어 준비한다.

*우유는 닭의 비린내를 잡아준다.

*가쓰오부시 간장은 일반 간장으로 대체 가능하다.

4. 손질한 닭 위에 준비한 소스를 부어준 후 위에 로즈메리를 올린다.       

*성장이 더딘 겨울철에도  요리에 갖다 쓰다 보니 우리 집 로즈메리는 민둥산이 됐다.        

5. 공기를 최대한 뺀 후 밀봉해서

냉장실에서 5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6. 숙성시킨 닭을  꺼내어 소쿠리에 바쳐

 소스물기를 제거한다.

    7. 오븐 트레이에  올려준다.

7. 에어프라이 기능 중 후라이드 치킨으로 설정 후

 15분 구운 후

 뒤집어서 15분 더 구워내면 된다.


월드클래스 비스무리 요리사가 얼렁뚱땅 만들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비주얼에

냄새가 나지 않고,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러운 후라이드 치킨이 완성되었다.

닭가슴살은 따로 구워 식힌 후

적당한 크기로 찢어서 샐러드에 넣으면

치킨샐러드로 근사하게 먹을 수 있다.


축구 경기에 빠졌다가 치킨을 먹고 있는 

 남편, 딸, 아들에게

"치킨 맛 어때?"라고 물으니

"정말 맛있어, 다음에 또 해줘"

그제야 엄지 척을 날리며

예상대로

주문이 들어온다.


우리 식구들은 참 좋겠다

말만 하면 만들어 주고,

말 안 해도 알아서  해주는

와이프, 엄마가 있어서.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엄마가 보인다.

.

축구는 2:2 

숫자로는 무승부

우리 선수들 참 잘했어요!!!




                     

작가의 이전글 2024년 1월 13일 식도락 음식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