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으로 무친 머위나물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봄이 되면 가장 기다려지는 나물이
정구지(부추)와 머위다.
머위를 기다리는 이유는
구수한 멸치젓갈로 쌈장을 만들어 쌈을 싸 먹기 위해서다.
지난 비에 흠뻑 젖은 땅 아래에서
머위나물은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나 보다
아직도 강바람이 찬데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밭 언덕에는 벌써
머위의 어린잎이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었으니.
머위는 버릴 게 없는 채소다
어린잎은 나물로, 좀 더 잎이 자라면 쌈으로,
잎이 억세서 먹지 못할 정도로 자라면 머위대로 장아찌를 만들고
들깨가루를 넣어 볶아 먹는다.
뿌리와 꽃은 말렸다가 달여먹으면 기침과 열을 내리는 한방재료가 된다.
어린잎 한 잎 한 잎을 조심스럽게 잘라 모았다.
칼을 잘못 대면 땅속에 묻혀 있는 어린싹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위는 이 시기가 연하고 덜 쓰기 때문에 가장 맛있을 때다.
그러나 가끔은 어린잎을 자르면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깨끗하게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 1스푼과 식초 1스푼을 넣고 30초 정도만 데친 후
다시 찬물로 씻어준다.
아직 어리기에 줄기의 껍질을 벗겨내지 않아도 식감은 괜찮다.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한다.
무침 재료는
된장 1스푼, 고춧가루 1 작은 스푼, 대파 흰 부분 조금, 마늘 3톨, 통깨, 올리고당 1스푼, 참기름 1스푼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더 간단하게 무치려면 시판 쌈장 1스푼과 마늘 3톨, 대파 조금, 올리고당 1/2스푼, 참기름 1스푼을 넣고
무치면 된다.
머위의 쌉쌀한 맛은 나른한 봄철에 입맛을 돋우게 한다.
잎이 손바닥만 하게 자라서 쌈을 쌀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구수한 멸치젓갈 100ml, 생강 2cm는 찧고, 청양고추 1개 다지고, 대파는 총총 썰고
고춧가루 1/2 스푼, 참기름 1스푼, 산초가루 1 작은 스푼을 넣고
젓갈쌈장을 만들어서 쌈으로 자주 상에 올린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쌈을 동글동글하게 싸서 주면
맛이 쓸 텐데 잘 먹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스스로 잘 싸서 먹는다.
가끔 '그렇게 맛있어?'라고 물어보면
'엄마가 우리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거 먹여가지고'라는 답이 돌아온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친정엄마가 만들어 먹인 이 쌈이
봄이 되면 기다려지는 맛이다.
오늘도 우리 식탁에는 친정엄마의 음식이 세대를 따라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