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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n 19. 2024

2024년 6월 16일 식도락 음식 일기

엄마가 만드는 미숫가루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놀고 있는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달려간다.

큰 양푼이에  미숫가루를 풀고

시원한 우물물에 신화당을 첨가한 미숫가루는

더위를 우리 몸에서 한 발 물러서게 하고,

벌컥벌컥 들이켜다 보면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추웠다.


보리수확과 밀 수확이 끝날 쯤이면

엄마는 밥을 하는 가마솥에

보리쌀, 밀, 쌀, 콩을 차례로 볶으셨다.


엄마 옆에서 지켜보고 섰노라면

볶은 것을 조금씩 섞어서

조그마한 양재기 그릇에 담아주셨다.


고소한 맛에 얼른 비워진 그릇에

엄마는 다시 채워 주셨다.

사랑이 듬뿍 담긴 손놀림과 표정으로.


엄마를 따라서

윗동네 방앗간에 가서 미숫가루를 빻아온 날에는

그 고소함이 지금도 코끝을 지나고 있다.




미숫가루를 만드는 것이 참 번거로운 일이기에 몇 년 전에 한 이후로 만들지 않았는데

특히 아들이 미숫가루를 좋아하고

얼마후면 방학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기에 힘듦을 무릅쓰고 시작했다.


미숫가루를 만들 때

일부 재료들을 찌지 않고 볶기만 하면 생목이 올라온다.


해서 나는 생목이 올라오지 않고

영양가도 높고 소화도 잘 되게

이런 방법으로 미숫가루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준비한다.


첫째,

현미찹쌀, 현미멥쌀, 찰보리, 율무, 수수

저녁에 깨끗하게 씻어서 물에 불렸다가

다음날 고드밥을 쪄서 말린다.

씹어 보아서 생쌀이 씹히지 않고 쫀득한 식감이면 된다.


둘째,

검정콩(서리태) 씻어서 그냥 말린다.


셋째,

귀리는 씻어서 불리지 말고 센 불에 찌다가 약한 불에서 조금 더 찐다

생귀리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면 된다.


넷째,

쑥과 미나리는 깨끗하게 다듬어 씻은 후

찜기에 김이 오르면 살짝만 쪄서

바로 찬물에 씻은 후 물기를 짜고 식품건조기에서 말린다.

    <현미쌀, 현미찹쌀>                                         <서리태>                                                                 

 <율무>                                                                    <수수>                                                        

<귀리>                                         <쌀보리>                                                                       

<미나리>                                                                 <쑥>                                                   


방앗간에 가서 준비해 간 재료들을 볶은 후

분쇄과정에서 미나리와 쑥을 넣어 분쇄하면 된다.

미나리와 쑥을 넣어서 미숫가루를 만들면

색깔에서 느끼는 시원함에 보기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두색 미숫가루세이크가 된다.


방앗간에 가져갔더니

사장님이 '평소에 꼭 한 번 쪄서 미숫가루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부지런함과 정성에 혀를 내둘리셨다.


찌고 말리고 빻는 과정이 귀찮고 번거롭지만

이렇게 만든 미숫가루는 먹을 때마다 고소하고

영양이 몸속으로 쑥쑥 밀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미숫가루를 타 먹는 방법도 식구들이 다르다.

딸은 우유에,

아들, 남편과 나는 냉수, 각얼음, 꿀을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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