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쌈에 그 양념장
봄철에는
쌈으로 먹을 채소들이 참 많다.
초봄에는 어린싹으로 먹다가
세월이 더해 손바닥에 올릴 정도의 크기가 되는 요즘에는
쌈으로 먹는 재미가 솔솔 하다.
소쿠리만 들고 집을 나서면 온 사방 천지가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 줄을 서 있다.
향긋함과 깔끔한 맛으로 인해 머리까지 맑아지는 듯한 엄나무순은
가장 비싼 나물에 속하며 가히 봄나물의 여왕이라 칭할 수 있다.
새순으로 먹을 때는 살짝 데친 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요즘처럼 잎이 손바닥만 하게 커졌을 때는 쌈을 싸 먹는다.
몇 쌈 하면 밥 한 그릇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
양념장으로는 진강장, 통깨, 간 깨, 고소한 참기름으로 담백하게
양념장을 얹어 싸 먹는다.
지난겨울 영하 10도의 추위에
솔잎 이불에 의지해서 월동한 상추가
아기가 다리에 힘을 주고 걸음마를 시작하듯
줄기에 힘을 주고 폭풍성장하고 있다.
아삭하면서도 달다.
양념장으로는 된장과 볶은 쌀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다.
볶은 찹쌀 80g, 고추씨 15g, 볶은 피칸 30g을 분쇄한 후
집된장 200g, 고추장 2T, 고춧가루 2T, 마늘 30g, 청국장가루 2T 올리고당 200ml,
야채육수 200cc, 유기농 설탕 2T, 통깨 2T를 넣어 맛있는 쌈장을 만든다.
바로 먹으면 찹쌀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고, 좀 시간이 지나면
볶은 찹쌀이 수분을 먹으면서 또 다른 구수함을 느낄 수 있다.
머위는 된장과 참 잘 어울리는 야채이고 된장을 만났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 많다.
어렸을 때는 살짝 데쳐서 줄기를 벗겨내고 된장을 기본으로 하여 조물조물
무쳐서 먹으면 맛있다.
머위가 자라서 쌈으로 가능할 때쯤이면 살짝 데치고
멸치젓갈을 기본으로 하는 양념장을 만든다.
멸치젓갈, 고춧가루, 청홍청양고추 1개씩, 생강 엄지 1개,
산초가루 한 꼬집, 참기름, 쪽파 송송 썰어 넣는다.
봄에 지나치지 못하고 꼭 먹는 돌나물
깨끗하게 식초 2T 정도를 넣은 찬물에 5분 정도 담가 두었다가
한 번 더 씻어 물기를 뺀 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모든 야채가 다 그렇지만
특히 돌나물은 도톰한 잎 사이로 이물질이 많이 끼어 있기에
살살 흔들어가며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돌나물에는 초고추장이 어울리는데
돌나물 특유의 풋내를 덮어주는 게 바로 초고추장이다.
고추장, 레몬식초, 레몬청, 매실청, 생강정 간 것, 소금 1작은술, 마늘 4알, 통깨 원당 1/2스푼
이렇게 해서 만들어 두면 쫄면이나 국수에 비벼먹을 수도 있다.
아들과 딸은 쌈을 싸서 먹는 것이 귀찮은지
그냥 쌈장에 찍어 먹는다
보다 못한 이 엄마는 쌈밥을 쌌다.
몇십 년 전 친정아버지께서
마른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볼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