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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1일 식도락 음식 일기

딸의 도시락 2

by 모모

길 옆에 피어있는 꽃이 예뻐서

습관적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연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꽃은 더 예쁘다.


광대나물꽃이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고

민간요법으로 지혈제로 쓰이기도 하는 들꽃이다.


내가 키우고 있는 많은 식물들은

물도 챙겨야 하고

겨울이면 거실로 들여 애지중지 키워야 하는데

반면,

들꽃들은 잊혀 있다가

꽃이 피면 그제야 사람들의 눈길을 받는 존재들이다.



아침에 점심, 저녁 도시락 들고나갔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돌아오면 많이 피곤할 텐데도

곧바로 이부자리를 봐주고 뺨에 뽀뽀를 해 주고는

자기의 방으로 들어간다.


공채 시험에 떨어지고,

공채 인턴채용 과정에서 면접의 문턱에도

서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믿지 못하고

주저앉을까 봐, 부모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할까 봐,

힘든 게 탄로 날까 봐 속으로 불안할 텐데

지나치게 명랑하게 굴면 마음이 짠 하다.


그럴 때면 엄마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밥을 먹이는 일뿐이다.



김밥 그리고 부추방아 전으로 도시락을 쌌다.

부추방아 전은 딸이 정말 좋아하는 전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라며 신기해하는 음식 중 하나이다.

<부추 방아 전 만들기>

*재료: 재첩국 180ml, 오징어 1/2마리, 부추는 손에 잡힐 정도, 방아잎은 부추 양의 2/3 정도,

청양고추 1개, 부침가루 한 컵. 오일, 소금 약간.

*만드는 방법: 큰 볼에 , 채 썬 오징어, 소금 약간, 부추는 4cm 길이, 방아잎은 대충 썰고

청양고추는 가늘게 썰어 한 번 버무린 후 부침가루 한 컵을 넣어 한 번 더

살짝만 버무린다.

팬이 뜨거워지면 오일 3스푼 정도 넉넉하게 두르고 반죽을 얇게 펴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딸이 좋아하는 아삭한 머위장아찌와 청양고추 장아찌가

전 특유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줄 것이다.


도시락을 차 옆자리에 넣어주고 물러서는 나를 향해

차의 유리를 반쯤 내리며

'엄마, 갔다 올게'라고 씩씩하게 웃으며 말한다.

나는 딸을 향해

"그래. 욕하지 말고, 세게 달리지 말고, 천천히 조심해서 가"라며

매일 똑같은 말로 응수를 한다.

다시 딸은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크게 웃으며

'알았어, 걱정 마셔. 열심히 운동이나 하셔'라며 출발한다.


언젠가 딸이 원하는 자리에 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 딸의 하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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