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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0일 식도락 음식 일기

들기름에 빠진 묵은지, 두부김치가 되다

by 모모

끝없이 늘어진 젓가락처럼 폭우를 쏟아내던 대기는

이제 고온과 습도로 꽉 차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뒤끝이 무섭기는

장마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 많은 물 폭탄을

바다에 뿌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환경 문제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

'하느님은 항상 용서하신다.

사람들은 때때로 용서한다.

그러나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와닿은 요 며칠이었다.


산사태로, 홍수로 인해 안타까움과 불편을 겪고 있는 분들께

국민들의 관심이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키우고 있는 알로카시아에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초록을 입지 못하고 흰색 잎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반찬을 만들어 저녁을 차려야 하는데

고민하다가 가장 간단한 묵은지두부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깻잎을 좋아하는 식구들을 위해

들깨 모종을 넉넉하게 심어 쌈으로, 장아찌, 깻잎김치, 깻잎만두 등

깻잎을 활용한 음식을 밥상에 많이 올린다.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들깨 수확도 하게 된다.

수확한 들깨로 들기름을 짜서 묵나물, 볶음밥 등에 넣으면

상상 이상의 맛이 난다.


[묵은지 두부김치 만들기]

* 재료: 김치 4쪽, 원당 50g, 들기름 100ml, 대파 2대, 후추 약간


1. 묵은지 4쪽(배추 한 포기 분량)의 속을 대충 털어내고

깊이가 있는 웍에 차근차근 놓는다.

2. 김치 사이사이에 원당을 적당하게 분배해서 넣고 그 위에 들기름 100ml를 붓는다.

3. 약불에서 30분 정도 익힌 후, 묵은지의 위치를 위아래로 바꿔준 후

10분을 더 끓인다.

4. 대파 2대를 굵직하게 어슷썰기 해서 위에 놓고 후추를 약간 뿌린다.

5. 묵은지의 색깔이 투명해지면 두부를 썰어 묵은지 위에 올리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6. 긴 접시에 담고 총총 썬 대파와 통깨를 뿌려 마무리한다.

초간단한 요리지만 시간이 넉넉할 때 해야 하며

한 끼의 식사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따뜻한 두부를 묵은지로 감아서 먹으면 충분하게 행복한 맛이다.


두부를 넉넉하게 준비하면 따로 밥을 먹지 않아도 든든하다.


들기름으로 만든 묵은지 두부김치를

냉장고에 넣어 시원하게 해서 먹으면 또 다른 별미가 된다.

이때 구운 김 위에 따끈한 밥을 놓고 그 위에 차가워진 묵은지를 얹어 먹으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의 밥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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