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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5일 식도락 음식 일기

바쁜 아들을 위한 묵은지 등갈비찜

by 모모

사과대추가 익어가고 있는 계절

가을에는

내 것이 아니어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생대추는 2/3 정도가 갈색으로 변할 때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이다.


묘목을 심은지 9년 차인 올해 가장 많이 열렸다.

밭일을 하고 집으로 올 때 바구니에 담아 오는 사과대추 몇 알은

나에게 행복감을 안겨 준다. 달콤하고 아삭한 사과대추가.

추석이지만 졸업작품 준비로

태어나서 제일 바쁜 시간을 꾹꾹 누르며 살고 있는 아들이

집에 다녀갈 시간이 안된다고 한다.

아들이 오지 않는다고 하니

아예 추석차림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유달리 긴 연휴로 인해 교내 입점 업체들이 '추석 휴무'라

밥 먹는 게 불편하다고 누나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는지

엄마인 내 귀에 들려왔다.


아들은

먹고 싶은 음식으로 전어회를 주문했지만

추석 당일에는 횟집도 문을 열지 않아서

아들이 좋아하는 김밥, 김밥만 달랑 먹이기가 뭣해서

부랴부랴 육전, 동태 전, 돼지 등갈비도 준비를 했다.


그런데 또다시 들려오는 요구사항


아들은 샤브*데이 아니면 *우*우를 가고 싶다고 전해온다ㅎㅎ

더 넓은 캠퍼스, 인적이 더문 곳, 가을단풍이 든 나무아래에서

매트를 깔고 피크닉 분위기를 내주며 응원해 주고 싶었는데....


서운한 나의 마음을 단념시키듯

추석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에 마음을 접고

추석 당일 점심에는 아들이 원하는 곳에서 외식을 하기로 하고

이미 사 둔 재료들은 장만해서 기숙사에서 먹을 수 있도록 마음을 돌렸다.



[묵은지 돼지등갈비찜]

*재료: 돼지등갈비 1.5kg, 야채육수 500cc, 양파 1개, 대파 2대, 마늘 10알, 사과 1/2개,

진간장 200ml, 고춧가루 수북이 4큰술, 원당 4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1작은술

1. 등갈비를 식초 1큰술을 넣은 냉수에 한 번 씻은 후

다시 깨끗한 냉수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빼준다.

2. 냄비에 갈비가 잠길 정도의 물에 월계수잎 3장 정도, 후추 10알을 넣고

물이 끓으면 등갈비를 넣어 고기가 하얗게 변하는 3분 정도 끓여준다.

찬물에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준다.

3. 바닥이 두꺼운 넓은 냄비에 묵은지 3쪽을 가지런히 놓는다.

묵은지를 넣을 때 한 번 털어서 속에 들어 있는 부재료들은 없애고 넣어주면

시큼한 맛을 없앨 수 있다..

4. 묵은지 위에 데친 등갈비를 차곡차곡 올리고 양파 1/2개, 홍고추 2개, 대파 2개를

썰어서 올려준다. 오래 뭉근하게 조려야하기에 재료들은 큼직하게 썰어준다.

5. 양념으로는

양채육수 500ml, 양파 1/2개, 사과 1/2개, 마늘 10알, 고춧가루 4큰술, 원당 4큰술을

믹서기에 넣고 10초 정도만 갈아준다. 너무 오래 갈면 양념장이 물처럼 되어버린다.

진간장 200ml, 소금 1 작은술로 간을 맞추고 준비된 재료 위에 골고루 부어준다.

묵은지를 요리할 때는 신맛을 줄이기 위해 설탕을 조금 넣어주면 젓가락이 많이 가는 음식이 된다.

센 불에서 시작해서 끓으면 중불 200분, 약불 30분으로 조절하면서 끓인다.

부드럽고 맛있게 만들어진 갈비찜을 차곡차고 담으면서

한 대라도 더 담으려고 빈 공간을 찾는다.

준비한 음식과 햇* 그리고 컵라면을 담으면서 엄마인 내 마음도 함께 담는다.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반듯하게 자라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바래'


*아들을 위한 친정엄마의 도시락

친정엄마는 외아들인 오빠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쳤다. 그 외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엄마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는 온통 아들 걱정뿐이었다.

50년도 훌쩍 지난 시간인 그때,

엄마에게 들려오는 군대에서 일어나는 소문들은 엄마를 더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추석이 되어 창원 신병훈련소로 오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버지와 엄마는 합동 작전을 펼치셨다.

자대로 배치되기 전 정신교육을 무섭게 시키는 훈련 중이니 면회가 불가능했고

더더구나 군부대 안으로 민간인 출입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부대 밖에서 혼자 지내고 계시는 부대장을 수소문해서 당장 밖 면회를 허락받으셨다.

훈련소가 야산에 위치에 있었기에 오빠는 담장 안에서, 우리는 훈련소 담장 너머에서 얼굴을 보며

이산가족상봉보다 더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훈련 중인 오빠의 새까맣게 탄 얼굴에 튀어나온 광대뼈가 우리를 더 오열하게 했다.

그때 엄마가 준비한 음식은 찬합에 가득 담긴 찰밥, 노랑 통닭, 산적, 수육, 잡채, 송편,

감, 삶은 밤 등이었다.


아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면서

시골 부엌 문턱을 수십 번 넘나들며 음식을 준비하시던 친정엄마의 염원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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