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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식가용 Sep 05. 2024

재생불량성 빈혈이 도대체 뭐길래

 재생불량성빈혈은 100만명당 3~4명이 걸리는 희귀난치병이다. 난 역시 운이 좋은(?)건가...

이 질병은 그냥 영화나 드라마에서 청순가련 여배우가 "아..현기증.." 이런 빈혈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조혈모세포라는 공장이 혈액을 생성하고있다. 주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다. 백혈구는 면역담당, 적혈구(헤모글로빈)은 산소운반, 혈소판은 지혈 기능이다. 조혈모세포 조직이 공장이라면 그 생산품이 각 세포들이라고 보면 된다. 

재생불량성빈혈은 이 조혈모세포 공장이 가동이 조금밖에 안되거나 많이 안되거나 하는 병이다. 백혈병은 조혈모세포 공장은 돌아가는데 몸에 해를 끼치거나 쓸모없는 불량품을 생산하는 병이라고 쉽게 보면 된다. 

아무튼, 가동율이 떨어진 조혈모세포 조직 공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몸엔 지방세포만 남게 된다. 다이어트가 이래서 힘든건가ㅎㅎ(실제 다이어트는 지방세포가 아닌 지방이 빠지는 것)

  

<출처 : 서울아산병원>


 조혈모세포 공장의 가동율에 따라 의료진들은 비 중증, 중증, 초중증으로 나누어 치료를 한다.

첫 번째, 비 중증 재생불량성빈혈은 가동율은 25%이상이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상태이다. 적혈구,혈소판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만 처방하고 옥시메톨론이라는 스테로이드 약물로도 혈액수치가 개선되기도 한다. 이 옥시메톨론이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오남용하는 약물이라서 환우 카페에 쪽지가 오기도 했다...

두 번째,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은 가동율 25%이하에 혈소판 2만이하,(정상수치 15만 ~ 45만/uL) 절대 호중구 500이하가 모두 충족될때 판정한다. 사람들이 백혈구가 세균을 물리친다고 생각하는데 스타크래프트를 예를 들면 백혈구는 "벙커"일 뿐이고 절대호중구가 "마린" 이라고 보면 된다. 이정도 상태가 되면 일상생활이 꽤 힘들다. 어디 부딪히면 멍이 안사라진다.

세 번째, 내가 해당하는 초중증은 이 절대호중구가 200이 안되는거다.

지금은 10년이 넘어 치료방법이 더 좋아졌겠지만, 내가 발병할 당시에 초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은 조혈모세포이식만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ATG라는 혈청을 주입하여 조혈모세포에 충격을 주는 면역치료 성공율이 거의 높지 않았다. 

병실에서 내 질병에 대해 알아가면 갈 수록 마음속에서 화가 올라왔다. 재수도 없지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일어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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