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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l 01. 2024

실행

뭔가 실행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게 다른 일을 밀어내더라도 말이다.


인생이 요즘 재미없다는 친구를 만났다. 그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 친구는 학업도 꽤 오래 했었고, 일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 그런데 사는 게 재미없다고 했다. 뭔가 이해가 안 되었다. 열심히 공부하다가 이제 일이 익숙해져서 쉴 때가 된 거 같은데 뭐가 심심한걸까. 이제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나 싶었다.


그 친구는 하고 싶은 게 마땅히 없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이런 질문에 대해서 나도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나도 생각해보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아니. 조금 더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걸 찾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고 싶은 걸 하는 대신 다른 걸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수영을 못했다. 물에 뜨는 밥도 몰랐다. 난 중이염이 있어 귀머거리가 될 뻔했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치료가 된 나에게 부모님은 물과 멀리할 것을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 이제 삼십 대가 된 나는 계속해서 수영을 하지 못한다. 수영을 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었으나, 사실은 알고 있다. 수영 때문에 다른 걸 제쳐둔 적이 없었다는 것을.


수영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이어서, 항상 둘 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책을 쓰고 싶었고, 책을 쓰는 시간이 필요했다. 저녁엔 야근을 해야 할까 책을 쓸까 고민하다가 결국 야근을 하였다. 그때 일을 하지 않으면 왠지 기한 내 일을 못 끝낼 것 같아서 무서웠다. 매일이 반복되니 책은 결국 거의 쓰지 못했다.


실행하는 게 첫 단계라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뭐라도 하라는 말을 하는 경우에도 적용되지만, 우선순위가 낮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걸 포기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하라고 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버릴 줄 아는 것도 용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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