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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n 28. 2024

잘 맞는 사람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일까. 조금 좁게는 내 이상형은 누구일까.

예전엔 외모가 제일 중요했다. 외모가 예쁜 사람,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몸매 관리가 잘 된 사람이 이상형이었다. 예쁜 사람을 보면 설레었고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때보단 나이를 먹었고, 지금도 외모가 안 중요하단건 아니지만, 다른 것들이 보였다.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은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었다. 결이 맞는 사람.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것에 대하여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난 좋았다.

누군가는 본인과 반대에 끌린다고 하였다. 이 말에 공감하고자 나와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도 만나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평생을 공부하는 인생을 살았지만, 평생을 본인 사업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느꼈던 것은, 참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다른 사람이어서 끌린다는 게 적용되지 않았다.

반면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겐 강하게 끌렸다. 그와 하는 얘기가 재밌어서 시간이 가는지 몰랐다. 기본적으로 공유되는 가치관이 많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대화하는 상대의 눈치를 많이 살피는 편이기에, 상대가 대화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그 대화를 서둘러 종료한다. 그런데 나의 시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가 불편해하지 않기에, 그가 흥미를 느끼기에 대화에 시동이 걸린다. 그리고 그건 내가 이야기할 때뿐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난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모아서 지금은 성장을 이루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예전에 만났던 어떤 사람은 정치에 아주 많은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만나면 꼭 한 번은 정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소재가 나왔다. 기본적으로 그 얘기를 할 때면 대화가 불편했었다. 그게 반복되면서 결국 안 맞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남녀 간에 어디까지 친할 수 있는 가의 관점도 내겐 중요하다. 난 남사친 여사친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고, 그건 내게 연인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것에 너무 자유로우면 그가 이성친구를 만나러 갈 때 괴로웠다. 괴로운 관계를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 관계를 보통 그냥 끝냈다.

연인끼리 맞춰간다는 것은 큰 가치관이 맞는 가운데,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간색이 좋냐 파란색이 좋냐를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닌, 빨간색이 좋은데 그 안에서 채도와 밝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 좋을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불편함을 초래한다. 다르기 때문에 신선한 것은 사실은 같은 가치관을 가졌지만 내가 나아간 적 없는 영역을 상대가 걸어본 것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었을까.

비단 연인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친구도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도 모두 비슷한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

삶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정말로. 굳이 다른 사람을 견뎌야 할까 싶다.

갑자기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와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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