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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l 03. 2024

금연 포기

나는 금연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어제 우리 회사 근처에서 큰 사고가 있었다. 사람이 9명 정도 사망하는 아주 큰 사건이었다. 테러에 의해서도 사람이 한 명 두 명 죽네마네하는 세상에서, 서울 한복판 그것도 회사가 밀집된 광화문 시청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사고가 났던 그 시간보다 아주 조금 전에 나 역시도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조금만 퇴근이 늦어졌다면 나도 그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 중에는 승진을 하고 축하파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회사원에게는 너무나도 기쁜 그 승진을 하고 얼마 있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분의 회사에 다니는 분을 알고 있던 나의 지인이 전해주기를, 그 회사에는 본인상으로 공지가 돌았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며 본인상을 본 적이 없었는데, 나도 그 회사를 다니면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사망자는 전부 30-40대 남성. 모르긴 몰라도 야근을 하다 집에 가는 길이었을 것이란 상상을 한다.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치던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재앙을 맞아버린 것이다.


듣고 굉장히 허탈한 생각이 들었다. 노력하며 현재를 갈아 넣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었다. 내가 지금 죽는다면 갈아넣은 현재를 보며 후회할 것 같았다. 누군가는 그랬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너무 멋진 말이지만, 죽기 전에 그 사람이 자기가 방금 전에 심은 사과나무를 뿌듯해할지는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아까운 시간을 행복을 위해 더 가치 있는 곳에 썼어야 하지 않을까 되돌아보지 않았을까.


미래를 위한 희생도 좋지만, 언젠가 죽는다면, 내가 바라볼 인생의 감상평은 현재와 그 현재에서 조금 떨어진 과거이기에, 난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내가 죽는 것을 생각하면 좀 더 뚜렷해지는 것이 있었다.


물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멈출 생각은 없다. 돌아올 작물들을 수확하기 위해, 씨를 뿌리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내 현재가 모두 미래에 저당 잡혀 있다면, 난 현재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만 같다. 지금 죽는다면, 그 사고가 나에게 일어났다면, 행복을 찾지 않았던 나를 너무나 후회할 것 같다.


나는 미래를 조금 버리고 조금은 행복한 현재를 살려고 한다. 금연을 포기하겠다.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해져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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