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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l 04. 2024

동생

나에겐 동생이 하나 있다. 문득 동생이 있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 동생과 나는 엄청 많이 싸웠다. 보통 형제끼리는 많이 싸운다고들 하는데, 우리도 그 보통의 형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다. 티비에 나오는 만화를 보면서 각자가 역할을 맡고 어떨 때는 다른 동네 친구를 껴서, 어떨 때는 우리 둘이서 기술 이름을 써가며 싸웠다. 그땐 그게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감정적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놀이의 일종으로 받아들였다.


동생과 나는 어느 골목에 살았었고, 초등학교 때까지 그 동네 친구들과 많이 놀았다. 중학생이 되고, 또래 아이들과 놀고 싶었던 나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 그 친구들과 놀았다. 동네 친구들과는 자연스레 함께하는 일이 적어졌고, 동생은 동네 친구와 주로 놀았기에, 동생과 시간을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


동생과 나는 3살 차이이다. 3살 차이는 같은 인생의 같은 시즌을 보내기 어렵게 한다. 내가 중학생일 때 동생은 초등학생, 내가 고등학생일 땨 동생은 중학생, 내가 대학생이면 동생은 고등학생, 내가 군대를 가면 동생은 대학교를 갔다. 군대를 전역할 때쯤 동생이 군대를 갔다. 서로 보내는 인생 사이클이 달랐고 그렇기에 사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며 대화를 한 적은 적었던 것 같다. 더욱이 동생은 대학교도 지방에서 다녀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내 기억으론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건 내가 시험 공부를 오래 준비하면서였던 것 같다. 동생도 진로로 고민하며 드디어 우리가 비슷한 사이클에 있게 될 때, 그리고 서로 시간이 많을 때,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 때 알았다. 동생이 대화를 참 잘한다는 걸. 동생과 대화가 재밌다는 걸.


아이를 낳으려는 내 친구들이 아이를 두 명은 낳아야 한다는 경우가 많았다. 한 명은 외롭다는 것이다. 난 여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살면서 나도 친구가 많았지만, 그 친구들은 곁에 있다가 사라졌다가 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가 있지만, 그 친구들과 우리가 만나지 않았던 날들의 이야기를 깊이 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생은 계속해서 내 생활을 가까이서 봤었고, 나도 동생을 뵜었다. 그건 우리 사이에 대화의 블랙 영역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제도 동생과 대화를 하며 밤을 거의 샜다. 잠시 보지 않은 동안 동생에게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즐거웠으니까. 문득 어제의 즐거운 대화를 생각하며,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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