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십 Jul 08. 2024

휴식

지난 주말엔 이틀 모두 쉬었다.


어느샌가 주말에 쉬는 날이 없게 살고 있었다. 약속이 있던 혹은 다른 일을 하던 나는 쉬지 않고 주말을 보냈다. 잠은 죽어서 자는 거란 누군가의 말을 믿고 살았었다. 쉬기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조급했었다.


최근엔 피로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후 네시가 넘어가면 몰려오는 피로감에 햇빛이 아팠다. 햇빛이 내게 쏟아진다는 표현이 은유적이 아니라 실제로 느껴졌다. 뭔가 몸이 안 좋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주말을 쉰 건 의도적인 건 아니었다. 피곤해서 쉰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우연치 않게 이번주는 약속이 없었다. 금요일에 잠에 들면서 내일은 푹 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난 토요일에 오후 다섯 시에 일어났다. 정말 푹잤다. 그리고 일요일에도 오후 두 시에 일어났다.


처음엔 너무 늦게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시간이 이렇게 사용된 게 아까웠다.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던 그 시간을 잠에 사용한 게 아쉬웠다. 주말이 지나면 또 일을 하러 가야 하고, 그 평일엔 다른 일을 하기 어려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앗을 뿌려야 수확을 할 수 있는데, 씨앗을 뿌리지 못함에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너무 상쾌한 것이다. 무엇보다 집중이 잘됐다. 순간 휴식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에게 나무를 패는 일로 10시간이 주어진다면 9시간은 도끼날을 가는데 쓸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예전엔 말도 안 되는 얘기이고, 놀기 좋아하는 베짱이같은 사람의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휴식은 중요했다. 돌아보면 일을 할 때도 그랬다. 잘 쉬고 온 다음 날은 일하는 속도도 빨라졌었다. 쉬는 시간의 시간 손해를 감안해도 빨랐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공부법으로 참고를 많이 했던 사람도 그랬다. 잠은 줄이는 게 아니라고.


나를 끝까지 몰아세우는 것도 여태까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제는 휴식을 고려해도 좋지 않을까. 성장의 단계의 일 단계는 양을 늘리는 것이고 그 다음이 퀄리티를 늘리기 위해 나은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라 한다. 이제는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휴식을 한 오늘 발걸음이 가볍다. 아마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재밌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