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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l 09. 2024

리듬

잘 살기 위해서는 리듬있게 살아야 된다 생각한다.


어제 술을 늦게까지 먹었다. 원래는 어제 하려고 한 계획이 있었다. 회사에서 열 시가 될 때까지 일을 하는데 전화가 왔다. 주변에서 친구들이 놀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민했었고, 안 나갈까 생각도 했지만, 친구와의 시간은 즐거운 것이기에, 나를 찾아주는 친구의 마음이 고맙기에 자리에 갔다. 다 놀고 나서 집에 오니 시계가 새벽 세시라고 알려줬다.


평일에 이렇게 늦게까지 논 건 오랜만이다. 출근 때문에 일어나려고 하니 머리가 아팠다.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느릿느릿 준비를 하고 나갔다. 아 어제 그냥 집에 갈 껄 그랬나. 즐거운 기억을 남긴 것에 좋으면서도, 힘들어질 하루가 될 수도 있기에, 걱정이 되었다.


왜 힘들까. 내 삶의 리듬이 흐트러져 그런 게 아닐까. 대학생 땐 리듬 같은 건 없이 살았다. 매일매일 집에 늦게 들어왔고, 이상하게 집에 와도 잠을 자지 않았다. 무얼 해도 밤에 하면 재밌다는 이유를 가지고, 밤을 새는 일이 많았다. 돌아보면 특별히 엄청 재밌게 논 건 아니었다. 그땐 그치만 밤이 되면 이상하게 잠에 들기가 싫었다. 매일 늦게 자도 그땐 생활이 가능했다. 젊어서 가능하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잠을 늦게 자면, 하루의 리듬이 많이 바뀐다. 다음날 학교를 갔어야 했을 땐 등교시간은 정해져 있기에 등교를 위해선 잠을 줄여야 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어느 날엔가 이런 인생은 잘못된 거라 생각하며 잠에 빨리 들려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그러다 하루를 잠을 자지 않고 보내어 삶의 리듬을 맞추려고 한다. 그렇게 맞추어진 리듬은 얼마 못 가 또 늦게 자서 깨진다. 그렇지 않으면 주말을 맞으면서, 평일과 다른 하루를 보내어 깨지게 된다.


오늘 오랜만에 늦게 집에 들어오고, 리듬이 깨진 걸 느꼈다. 30대가 되면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진다는 말은 진짜라는 걸 깨달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예전엔 가능했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오늘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내 삶의 모토는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었다. 변화무쌍한 인생은 나와 맞지 않았다. 잔잔한 하루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맛을 좋아했고, 밥을 오래 씹어서 나는 단맛 같은 하루를 추구했다. 생각해 보면 리듬을 깨는 하루는 내가 추구하는 인생과도 먼 것이었다.


매일이 같았으면 한다. 어제 좋아했던 것들은 내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오늘 평소에 즐겼던 행복함을 지키기 위해서, 난 리듬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리듬을 깨뜨린 어제를 반성한다. 오늘은 다시 리듬을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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