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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Jul 10. 2024

떠나간 인연

떠나간 인연을 붙잡는 게 맞을까.


헤어진 지 이제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지난 한 달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사귀었던 날들 동안, 행복했었던 기억들도 많이 생각났고, 또 그만큼이나 헤어지기 전에 힘들었던 기억도 많이 생각났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어야 하겠지만,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헤어짐을 결심했던 건 전 연인의 이전 과거가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었던 이유였다. 누군가는 만나는 사람의 과거는 이미 지나간 영역이라고, 앞으로가 중요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미래와 상관없이 난 과거가 신경쓰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과거를 받아들일 수 없음은 같지만, 우리가 좋았던 날들이,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의 모습이 그런 과거로부터 만들어졌음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은 본인이 경험한 것을 이것저것 소화해서 자기 자신을 만들었다. 내가 좋아했던 장난끼 많은 모습은 활발하게 지내온 그녀의 경험에서 나왔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고민이 된다. 아직도 손을 내밀면 닿을 것만 같은 그 관계가 눈에 보여서, 마치 잡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헤어짐을 당하는 사람도 힘이 들겠지만, 헤어짐을 말하는 사람도 힘이 든다. 칼자루를 쥐었던 사람은 내려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내 선택이 맞았는지 계속 뒤돌아보는 벌을 받고 있다.


지나간 관계를 다시 여는 건 아름다웠던 그 관계마저 망치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과거의 추억은 다시 꺼내보는 게 아니라는 말도 들었다. 영화 연애의 온도에서는 헤어진 연인이 다시 잘될 확률이 2프로라고 한다. 모두 헤어지면 다시 만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그치만 내 일이 되니 이게 참 어렵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진정된다는 말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자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자리가 차있는데, 이미 만석이라 더 앉을 수 없는데, 들어올 수 있을까.


이별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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