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십킬로그램 Aug 01. 2024

그럴 수 있지

나는 “그럴 수 있지”란 말이 좋다.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자주 쓰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와 같은 말을 많이 쓰고, 누구는 또 “솔직히…”와 같은 말을 많이 쓴다. 나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던 건 그때 사귀던 여자친구에게 였다. 그때 그 여자친구는 어떤 말을 했는데, 그게 본인의 의견과 달랐을 때, 그건 틀렸어 라고 말하는 대신 그건 너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곤 했었다. 그게 좋았다. 의견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뒤론 나도 그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지금은 그 때의 여자친구와 헤어졌지만, 그럼에도 그 때의 여자친구가 이 말에 담았던 배려는 기억에 남았고, 나는 아직도 이 말을 즐겨 쓴다.


기본적으로 나는 누군가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견에 맞고 틀리고가 어디에 있겠는가. 의견은 단지 그 사람이 그 의견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호불호가 있을 뿐. 의견에 맞고 틀린 건 없다. 의견은 사실이 아니고, 의견은 그저 관점이기에. 틀린 의견이란 단 한 가지, 누군가의 의견을 틀렸다고 말하는 것만이 존재할 뿐이다. 틀린 의견이 없다면 누군가의 의견은 그 사람의 생각이라고 생각하면 될 뿐이다. 그걸 가지고 맞네 틀리네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묘하게 세상에서 의견에 대해 맞다 틀리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유행했던 “너 T 야?”는 표면적으론 공감 못하는 사람을 뭐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닐까. 그건 T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성의 문제인데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의 말에 설득되어야 하는지는 나의 영역이라 조금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의견은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하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글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