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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Aug 12. 2024

역린

어젠 새로운 소개팅을 했다. 그 사람과 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선, 넘으면 안 되는 점, 즉 우리 각자의 역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모두 역린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유난히 자기가 신경 쓰는 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했던 소개팅에선 본인은 담배를 피는 사람이 싫다고 했다. 대부분은 흡연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지만, 다른 점들이 모두 좋은데, 흡연이라는 이유 만으로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 신기했다. 돌아와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특별히 크게 다가오는 점들이 있었고, 그걸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은 들었다.


어제 만났던 친구는 배려라고 했다. 배려가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단순히 어떤 음식을 먹고 나면 혼자 치우게 두지 않고 같이 치우는 배려부터, 대화에 있어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배려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좀 더 들어보니 그런 것들은 결혼 생활을 하는 데 있어, 나아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서로 노력하여야 하는 상황에 노력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만드는 것 같다고 하였다.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었다. 그 친구의 말은 아이가 태어나고 새벽에 아이가 깨서 울 때, 일어나서 달래려고 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이 싫다고 하였다. 상당히 구체적인 말에 놀랐지만, 그것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나의 역린은 남사친이다. 남사친이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싫었다. 우린 서로 다른 역린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쩌면 사실은 같은 걸 바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우린 불안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미래의 위험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미래에 남자관계로 힘들지 않길 바래서 지금 그런 걸 바라고, 그 친구는 육아에 대한 힘듦을 피하고자 지금 그런 걸 바라는 것이었다.


나아가, 이런 현재의 역린은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 주었다. 내가 남사친을 싫어한 데에는 과거 연애 경험에서의 상처가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도 배려 없는 남자친구와의 끝을 보았기 때문에 이런 걸 보는 것이라 하였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역린을 만들어 내고, 현재의 역린은 사실 미래를 두려워하며 있는 것이다.


지금의 소개팅은 어쩌면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기 위한 것이라, 사람을 조목조목 보게 되는 것 같다.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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