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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십킬로그램 Aug 13. 2024

어른의 외로움

어른이 된다는 건 외로움을 견딜 일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 회사 대표님과 술자리가 있었다. 우리 회사의 대표님은 내가 보기에 다소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전 회사 대표님은 그보다는 외향적이어서 전 회사를 다닐 땐 대표님과의 회식 자리가 종존 있곤 했다. 그때는 너무 많이 부르셔서 문제였지만, 여긴 너무 안 불러서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 내향적인 분이 소규모 회식을 열었고, 그 자리엔 간부급 5명 정도와 나와 같은 사원이 10명 정도 참석 했다. 어쩌면 최근에 이어지는 퇴사 러시를 조금이나마 막고자 하는 것에서 내키지 않는 자리를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차가 끝나고, 10명 중에 8명이 집에 갔다. 1차 땐 소고기를 먹었고, 꽤 고급스러운 집이었다. 고기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신경을 쓴 집이었다. 1시간가량의 식사가 끝나고 결제한 금액을 들었을 때 꽤나 비싼 가격이 나왔었다. 아마 내 생각엔 대표님은 2차 때 사람들의 마음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1차는 그걸 위한 투자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거의 모든 친구들은 1차를 마치고 갔다. 사실은 나 역시도 1차를 마치고 갔었고, 보내야만 하는 대표님의 쓸쓸한 눈빛을 보았다.


집으로 돌아가다 얻어먹고 이건 아닌 것 같아 다시 돌아갔다. 다시 간 그곳에선 대표님이 환영해 주셨다.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대화도 하면서, 내 생각보다도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건 이 사람은 사실은 소속 구성원과 친해지고 싶었던 거구나였다.


다들 집에 간 이유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은 모두 집에 갈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 전 부터 그 친구들과는 많은 이야기를 한 친구 사이였고, 그 자리가 부담스러워서 1차만 하고 갈 거란 생각을 하고 있단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대표님이 부담스러운 건 단순히 대표라는 직위에서 오는 것이 아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사람 이란 점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 젊은 세대와는 어쩔 수 없이 거리가 생겨나는 것 같다. 그건 인품이 좋다고 벗어날 순 없는 것 같다. 인품이 좋으면 다만 그 속도를 늦출 뿐이다. 그러면 현세대와는 멀어진 것에서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나아가, 나이가 들면 친구와도 만나지 못해 멀어지고, 사회관계에서도 점점 거리를 두게 되는 것 같다. 점점 환영받는 곳이 줄어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런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제 대표님을 보며, 나도 그 미래를 맞이할 텐데, 과연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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